"두려워…아무도 죽이고 싶지 않다" 숨진 러시아 병사의 일기

류원혜 기자 2023. 7. 25.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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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와 함께 늙어가고 싶다. 부디 날 기다려줘."

지난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동원령으로 최전선에 투입됐던 러시아 군인은 끝내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지 못했다.

하지만 지난해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탁타쇼프의 삶은 송두리째 바뀌었다.

러시아 정부는 같은 해 9월 예비역을 대상으로 부분 동원령을 발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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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현지시각) 우크라이나 미콜라이우에서 러시아군의 미사일 공격을 받아 허물어진 주거 건물의 모습./사진=로이터=뉴스1

"아내와 함께 늙어가고 싶다. 부디 날 기다려줘."

지난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동원령으로 최전선에 투입됐던 러시아 군인은 끝내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지 못했다.

지난 22일(현지시간) 영국 선데이타임스는 강제 징집됐다가 전사한 러시아군 비탈리 탁타쇼프(31)가 유품으로 남긴 일기를 공개했다.

탁타쇼프는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1월까지 공책 33쪽에 걸쳐 기록한 일기에서 가족을 향한 그리움과 전쟁의 참상을 담았다.

모스크바에 살던 건설 노동자 탁타쇼프는 2018년 결혼해 2살 아들을 두고 있었다. 그는 열심히 일하고, 주말에는 아들이 세발자전거 타는 것을 도와주며 가족과 시간을 보내는 평범한 가장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탁타쇼프의 삶은 송두리째 바뀌었다.

러시아 정부는 같은 해 9월 예비역을 대상으로 부분 동원령을 발령했다. 탁타쇼프는 2개월 뒤에 우크라이나 자포리자주 토크마크 전선에 투입됐다. 당시 탁타쇼프처럼 전쟁에 동원된 러시아인은 30만여명이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곡물 수출 통로인 흑해 항구도시 오데사를 향한 공격을 이어가면서 지난 23일(현지시간)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오데사 역사지구 축일성당이 크게 파손됐다./사진=AP=뉴시스

총성이 이어지는 그곳에서 탁타쇼프는 종이와 펜을 들었다. 그는 가족들에게 보낼 편지와 전쟁터에서의 삶을 공책에 빽빽하게 눌러 썼다. 징집 첫날이었던 11월 29일 시작된 글은 올해 1월 5일을 마지막으로 멈춰있었다.

"우리는 (체첸군) 근처에 머물고 있다. 밤에도 총소리가 들린다. 드론이 날아다니고 대포가 작동하는 걸 봤다. 가족 모두 너무 보고 싶다.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2022년 11월 29일)

"곧바로 전투에 투입될 거라는 말을 들었다. 두렵다. 눈물을 흘리면서 이 글을 쓴다. 집으로 돌아가고 싶다. 가족 모두를 사랑한다. 나는 아무도 죽이고 싶지 않다. 모든 종교가 '살인하지 말라'고 가르친다. 우리도 살인하지 않고, 그들(우크라이나군)도 우리를 죽이지 않길 바란다."(2022년 11월 30일)

"최전선에 끌려간다. 나는 아내를 정말 사랑한다. 빨리 보고 싶다. 당신과 아이 둘을 더 갖고 싶다. 당신과 함께 늙어가고 싶다. 부디 나를 기다려 달라."(2022년 12월 4일)

전쟁이 길어지면서 새해 휴가마저 취소되자 탁타쇼프는 "주변 사람이나 나 자신을 총으로 쏴버리고 싶은 충동이 생긴다"며 "오늘은 나무를 자르던 중 발목을 부러뜨려서라도 아내에게 돌아가고 싶다고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탁타쇼프는 1월5일 자를 마지막으로 일기 쓰기를 멈췄고, 끝내 집으로 돌아가지 못했다. 그는 지난달 22일 아내와 마지막 통화를 하고 나서 얼마 뒤인 이달 첫째 주에 시신으로 발견됐다.

퇴각하는 러시아군은 탁타쇼프의 시신도 수습하지 않았다. 시신을 발견한 우크라이나군 병사는 "우리가 그를 묻었다"고 밝혔다. 그의 군복 주머니에는 절망적인 일상을 담은 일기장이 있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공습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에는 우크라이나 남부 항구도시 오데사를 공습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축일 성당이 반파됐다.

류원혜 기자 hoopooh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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