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영 대전’···쿠팡-CJ ‘확전’ 불가피

‘햇반’ 납품가 갈등으로 CJ제일제당과 신경전을 벌여 온 쿠팡이 이번엔 CJ올리브영을 공정거래위원회 신고하면서, 쿠팡과 CJ그룹 간 대규모 확전이 불가피해졌다는 전망이 나온다.

앞서 CJ제일제당은 납품가를 두고 갈등을 빚으면서 지난해 말부터 햇반 등 일부 제품을 쿠팡에서 판매하지 않고 있다. 한편으로는 이마트·SSG닷컴·G마켓 등 신세계그룹 유통 3사와 파트너십을 강화하며 ‘반(反)쿠팡 전선’을 형성해왔다.

25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쿠팡은 전날인 24일 CJ올리브영을 대규모유통업법 위반 혐의로 공정위에 신고했다.

CJ올리브영이 중소 뷰티 납품업체들의 쿠팡 납품을 막았다는 것이 골자. 이미 공정위로부터 시장지배력 남용과 관련해 조사를 받고 있는 CJ올리브영에게 쿠팡의 이번 신고는 뼈아플 수 밖에 없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올리브영 제공

쿠팡은 이번 신고에 대해 화장품 판매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2019년 이 후 CJ올리브영이 뷰티 시장 진출 및 성장을 지속해서 방해해 왔다고 설명했다.

납품업자가 쿠팡에 납품하는 것을 금지하거나 쿠팡에 납품할 경우 불이익을 줬다는 것으로, 쿠팡 관계자는 “수많은 납품업체들이 CJ올리브영의 압박에 못 이겨 쿠팡과 거래를 포기했다”면서 “이런 이유로 쿠팡은 납품업자로부터 경쟁력 있는 제품을 공급받지 못하는 등 막대한 피해를 입게 돼 신고를 결심했다”고 말했다.

대규모유통업법 13조에 따르면 대규모유통업자는 부당하게 납품업자등에게 배타적 거래를 하도록 하거나 납품업자등이 다른 사업자와 거래하는 것을 방해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

쿠팡은 신고서를 통해 올리브영이 납품업자에 대해 거래상 우월적 지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2조원이 넘는 매출을 기록하고 있을 뿐 아니라 올리브영에서 취급하는 상품의 80%가 국내 중소 납품업체에서 수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쿠팡에 따르면 최근 한 중소 뷰티 납품업체는 쿠팡에 납품 사실을 알리자 CJ올리브영은 이 업체의 인기 제품을 쿠팡에 납품할 수 없는 ‘금지 제품군’으로 지정했다. 또 다른 중소 뷰티납품업체의 경우도 쿠팡에 납품하려고 하자 매장을 축소하겠다고 전달해 쿠팡에 납품을 포기했다.

쿠팡 관계자는 신고서를 통해 “올리브영의 배타적 거래 강요행위는 납품업체들의 거래상대방 선택의 자율권을 박탈하고 경쟁사업자인 쿠팡의 뷰티 시장으로의 진출 및 성장을 방해하기 위해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이에대해 CJ올리브영 관계자는“다른 유통채널에 협력사 입점을 제한한 사실이 없다”며 “(쿠팡의) 신고 내용을 확인하는 대로 적극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쿠팡과 CJ그룹의 이 같은 갈등을 두고 업계에서는 유통의 대 전환기에 찾아 온 불가피한 현상이라는 시각도 나온다.

유통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커머스 업계의 신흥강자로 부상한 쿠팡과 기존의 거대 오프라인 유통강자인 CJ그룹 간 ‘신구 세력 대결’이 시작된 것”이라면서 “앞으로 이 같은 경쟁은 업계를 넘어 전 분야로 확산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충진 기자 hot@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