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 기업 상장시켜줬더니... 보호예수 풀리자마자 임원진부터 매도

이인아 기자 2023. 7. 25.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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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만 하면 된다” 인식 팽배...오버행 우려에 주가 상승 부담

기술특례제도를 활용해 코스닥시장에 입성한 새내기 상장사의 임원진, 재무적 투자자(FI)들이 보호예수가 풀리자마자 주식을 팔아치우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자금 회수를 최우선 순위에 두면서 상장만 하면 된다는 신호로 시장에 전달되는 셈이다. 이들의 현금화가 대규모 매도 대기 물량으로 주가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의견이 있는 반면, 오버행 리스크 해소 요인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일러스트=정다운

2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이달 들어 코난테크놀로지 임원 7명이 보유 주식을 장내 매도하거나 배우자에게 증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7월부터 우리사주조합에서 주식을 인출한 임원만 13명이어서 보유 주식을 처분할 임원 수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임원진이 서둘러 주식을 매도한 배경에는 보호예수 해제가 있다. 이달 7일 코난테크놀로지 지분 9.48%(53만8344주)에 대해 보호예수가 풀렸다. 최대주주 특수관계인 9명, 우리사주조합 등의 물량이다.

코난테크놀로지는 지난해 7월 기술특례로 코스닥시장에 상장했다. 상장 당시 공모가는 2만5000원이었는데, 챗GPT 열풍으로 AI 관련 테마주에 엮이면서 지난 2월 장중 최고 15만원대까지 오르기도 했다. 이후 주가가 연일 하락하면서 7만원 내외에서 거래 중이다. 최근 주가가 반토막났지만 그래도 공모가와 비교하면 2.8배 수준이다. 차익실현 매물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

큐라티스의 FI들도 보호예수가 풀리자 급히 자금회수에 나서고 있다. 큐라티스는 적자지만 기술력을 인정받아 지난달 기술특례제도를 통해 상장한 기업이다. 이달 15일 큐라티스의 지분 45.33%에 대해 보호예수가 해제됐다. 이번에 보호예수가 풀린 지분은 기관투자자(2.31%), 기타 보호예수 필요 주주(28.68%), 벤처금융(14.34%) 등이다.

큐라티스는 상장 직전 기업가치 3000억원을 인정받아 전환우선주, 전환사채를 발행했다. 현재 기업가치 1200억원과 비교하면 한참 높은 수준이다. 그러나 FI들은 믿을 구석이 있다. 공모가격의 70%까지 전환가격을 조정할 수 있는 리픽싱 조항이 있기 때문이다.

우선 전환우선주로 발행된 주식 수는 225만5277주로 전환가격이 1주당 1만2000원이다. 그러나 공모가(4000원)의 70%로 전환하면 주식 수는 966만5272주로 늘어난다. 현재 주가는 3000원 선으로 리픽싱이 가능한 최대 물량까지 전환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 전환우선주의 경우 874만9987주가 보통주로 상장됐다. 90% 이상이 전환된 셈이다.

전환사채 물량도 있다. 지난달 제 1·2회차 전환사채 103억원에 대해 전환가액 2800원으로 전환청구권이 행사됐다. 2096만4283주가 보통주로 바뀌었다. 남은 전환사채는 70억원(249만9999) 규모인데, 투자 유치 당시 계약조건에 따라 남은 물량도 이른 시일 내 보통주로 바뀌어 시장에 나올 가능성이 크다.

자금 회수가 시급한 FI들은 수익이 거의 없음에도 주식을 꾸준히 팔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보호예수가 해제되자 케이클라비스씨엘피 신기술조합 1호는 보유 지분을 5.86%에서 3.98%로, 에스제이투자파트너스는 6.27%에서 4.99%로 낮췄다. 5% 이하로 낮추면 추가로 지분 매도해도 지분 공시 대상에서 제외된다.

이어 웰컴자산운용도 7.82%에서 6.62%로 낮췄고, 조관구 대표와 특수관계자로 묶었던 KAI-열림 헬스케어(3.08%), 오비트-열림1호신기술사업투자조합(0.95%) 등이 관계 해제하며 지분 매각을 준비하고 있다. 바이오 업황이 어려워지면서 더 큰 손실을 우려한 기관투자자들이 당장 자금회수를 선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비슷하게 기술특례상장제도로 상장한 기업 중 이달 보호예수가 해제되는 기업은 지난 21일 루닛(10.7%), 23일 솔트룩스(11.74%), 27일 맥스트(26.26%), 28일 에이프릴바이오(4.09%)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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