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수사기관에 장애인 편의시설 설치해달라” 헌법소송, 각하

헌재 “심판 청구가 부적법”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전경. [출처=매경db]

장애인 변호사가 법원과 수사기관 등 청사에 장애인 편의시설을 설치해달라며 소송을 냈지만, 절차 규정을 지키지 않았다는 이유로 소송 자체가 인정되지 않았다.

헌법재판소는 25일 박 모 변호사가 법원·구치소·경찰·검찰 등이 장애인등편의법에 따른 장애인 편의시설 설치 의무를 지키지 않은 것이 헌법에 어긋난다며 낸 헌법소송을 참여 재판관 8명 전원일치 의견으로 각하했다. 각하는 헌재가 소송요건의 흠결이나 부적법 등을 이유로 본안심리를 거절하는 것이다.

헌재는 “이 사건 기록을 살펴보면 청구인이 (법에 정해진) 구제 절차를 거쳤다고 볼만한 자료가 발견되지 않으므로 심판청구가 부적법하다”고 밝혔다. 헌법재판소법에 따라 공권력에 의해 기본권을 침해당한 경우 다른 법률 절차에 규정된 절차를 모두 거쳐야 헌법소원을 청구할 수 있다.

헌재는 보건복지부 장관이 시설에 대한 시정조치를 요청하지 않아 위헌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장관의) 재량행위이므로 시설의 규모나 상태, 안전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할 사안”이라며 “(장관에게) 작위의무(특정한 행위를 해야 할 의무)가 없다”고 판단했다.

박 변호사는 과거 낙상 사고로 휠체어를 사용하는 장애인으로, 변호사로서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법원과 검찰청, 경찰서, 구치소 등을 방문했으나 장애인용 승강기 등 편의시설이 설치돼있지 않아 직업수행의 자유,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등 기본권이 침해됐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