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인터뷰] "이래도 되나 싶은 '갈매기 눈썹'"…고민시, 블랙홀 매력으로 '밀수'판 장악(종합)

조지영 2023. 7. 25.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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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망가질수록 사랑스러운 배우 고민시(28)가 올여름 스크린 최고의 히든카드로 등극했다.

범죄 영화 '밀수'(류승완 감독, 외유내강 제작)에서 밀수판의 정보통 다방 마담 고옥분을 연기한 고민시. 그가 2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스포츠조선과 만나 '밀수'의 출연 계기부터 비하인드 에피소드까지 모두 밝혔다.

'밀수'는 바다에 던져진 생필품을 건지며 생계를 이어가던 사람들 앞에 일생일대의 큰 판이 벌어지면서 사건에 휘말리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70년대 성행한 해양 밀수에 관한 자료에서 모티브를 얻은 '밀수'는 바다와 육지를 넘나드는 여름 영화 특유의 시원한 감성과 밀수판에 대한 신선한 스토리, 믿고 보는 류승완 표 액션, 여기에 김혜수·염정아를 주축으로 조인성, 박정민, 김종수, 고민시까지 노련한 베테랑들이 총출동한 올여름 최고 기대작이다.

특히 영화 '마녀'(18, 박훈정 감독),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스위트홈', KBS2 드라마 '오월의 청춘' 등을 통해 연기력을 입증받은 고민시가 쟁쟁한 명배우들 속에서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해내 눈길을 끈다. 고민시는 '밀수'에서 다방 막내로 시작해 남자, 여자 할 것 없이 특유의 친화력으로 군천 바닥의 정보를 꿰뚫게 된 인물을 연기했다. 조춘자(김혜수)와 엄진숙(염정아)의 조력자로 차진 워맨스를 소화한 것은 물론 갈매기 눈썹부터 레트로한 한복까지 70년대 바이브를 완벽히 소화하며 미친 존재감을 드러냈다.

이날 고민시는 "처음에는 류승완 감독과 제작사 강혜정 외유내강 대표에게 연락받았다. '밀수' 시나리오를 먼저 보내줘서 읽어봤는데 역시 류승완 감독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너무 재미있었다. 오디션을 본다는 생각에 두 분을 만나러 갔고 오디션을 본 뒤에도 내가 캐스팅될 확률이 적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다들 너무 하고 싶어 하는 감독 아닌가. 마음을 비우고 류승완 감독을 만났는데 바로 '나는 고옥분 역할을 고민시가 해줬으면 좋겠다'라는 말을 들었다. 류승완 감독에게 선택당한 것 자체가 너무 감사했다"고 출연 과정 비화를 털어놨다.

그는 "'밀수'는 시나리오부터 이미 모든 캐릭터가 너무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게다가 70년대 바다에서 류승완 감독의 액션 활극이 펼쳐진다고 하니까 어떻게 나올지 너무 궁금했다. 내가 투입됐을 때 적당히 밸런스가 맞길 바라는 마음이 컸다"며 "출연이 성사되고 류승완 감독에게 왜 나를 옥분이 캐릭터로 생각했냐고 물어봤는데 류승완 감독이 '마녀' 때부터 너무 좋아했다는 말을 해주셨다. 극장에서 '마녀'를 봤을 때 내가 계란을 먹고 최우식에게 욕하는 장면을 보면서 엄청 웃었다고 하더라. '마녀' 속 연기를 잘 보시고 캐스팅을 해주신 것 같다"고 웃었다.

'밀수' 캐릭터 스틸이 공개된 이후 가장 화제를 모은 인물은 고민시였다. 95년생이라고는 믿을 수 없는 70년대 그 시절 비주얼을 완벽히 소화했기 때문. 이와 관련해 고민시는 "'밀수' 뿐만이 아니라 원래 작품을 할 때 망가지면 망가질수록 더욱 좋아하는 편이다. 캐릭터에 확실한 싱크로율을 보여줄 수 있고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다면 오히려 내겐 더 감사한 부분인 것 같다"며 "솔직히 '밀수' 속 고옥분 비주얼을 처음 봤을 때 너무 충격적이었지만 묘하게 자신감도 생겼다. 외적인 부분이 완성되니까 그 캐릭터로 더 당당하게 연기를 할 수 있었다. 고옥분으로서 현장에서 재미있게 할 수 있었다. 다만 영화가 개봉되기 전 캐릭터 스틸을 공개하는 시점에서 내 사진을 보면서 '이렇게 나가도 될까?'라고 식겁했다. 그런데 막상 공개된 이후 고옥분의 캐릭터가 어떤 캐릭터인지 확실하게 보이는 것 같아서 좋았구나 싶다"고 밝혔다.

파격적인 갈매기 눈썹을 만든 과정에 "갈매기 눈썹은 촬영 전 류승완 감독과 여러 이미지를 보면서 '무조건 눈썹은 갈매기 눈썹으로 해야 한다'라는 미션이 있었다. 그 당시 고증을 잘할 수 있게 류승완 감독과 테스트 촬영 초반부터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갈매기 눈썹을 위해 촬영 전 눈썹을 밀었다. 아이섀도도 다양하게 했고 한복도 많이 입었다. 한복 같은 경우 옛날 광택 나는 공단 소재의 한복인데 한복에 새겨진 자수도 류승완 감독이 원하는 적당한 포인트가 들어간 한복이어야 했다. 의상 감독이 많이 고생하셨다. 매회 촬영 전 분장과 의상 준비로만 2시간씩 걸렸다. 갈매기 눈썹에 한복을 입은 내 모습을 거울로 계속 쳐다보게 되더라. '이게 가능하구나' 싶더라"고 웃었다.

고운분 캐릭터를 구축하기까지 고민도 만만치 않았다. 고민시는 "'밀수'에서 고옥분은 상스럽고 추접스럽고 등의 워딩을 많이 들었다. 그러면서 사랑스러운 면모도 있어야 했다. 고옥분과 장도리(박정민)의 첫 장면에서 류승완 감독이 껌을 상스럽게 씹어보라고 하더라. 어떻게 해야 상스럽게 껌을 씹을 수 있을지 고민을 많이 했다. 춘자(김혜수) 언니가 다시 다방으로 왔을 때 옥분이가 거울을 보며 이를 보는 장면이 있는데 이것 또한 류승완 감독이 '거울을 조금 추접스럽게 보는 건 어때?'라고 제안하기도 했다. 또 영화 속에서 수복(안세하)이를 유혹해 밀수 신고서를 몰래 빼돌리는 장면이 있는데 류승완 감독 작품 첫 베드신이라고 하더라. 류승완 감독은 그 장면에 대해 '최대 24금'이라는 말까지 하더라. '밀수' 속 공식 베드신인 셈이다"고 에피소드를 전했다.

대선배 김혜수, 염정아와 잊지 못할 워맨스도 특별했다. 고민시는 "아직도 기억나는 게 '밀수'의 첫 촬영이다. 김혜수, 염정아 선배와 함께 금고 여는 장면이었는데 영화상으로는 후반부에 나오는 장면이었다. 첫 촬영인데도 혜수, 정아 선배가 너무 많은 칭찬을 해줬다. 단지 금고를 열고 쳐다보는 신인데 선배들이 모니터를 보면서 너무 칭찬을 해줬다. 우리 셋이 앵글에 함께 들어 있는 장면만으로도 다들 마음에 들어 했다. 첫 촬영부터 내적으로 깊어진 느낌이었다"고 밝혔다.

그는 "김혜수 선배와 분장차에서 처음 인사를 했다. 전에 리딩 현장에서 뵙긴 했지만 처음으로 제대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던 게 첫 촬영 분장차였다. 김혜수 선배는 나에게 '마녀' 때부터 잘 봐서 메모장에 내 이름을 써놨다는 이야기를 해주셨다. 그 이야기를 듣자마자 울컥하기도 했다. 사실 '밀수'라는 팀에 처음 발을 들였을 때 설렘도 있지만 긴장되고 위축된 것도 있었다. '이 선배들 사이에서 잘할 수 있을까' '블랙홀만 되지 말자'라는 생각했었다. 그런데 김혜수 선배가 손을 잡고 따뜻한 말을 해줘서 너무 힘이 됐고 지금도 그 기억을 못 잊고 있다. 마치 장을 열심히 봐서 냉장고를 꽉 채운 느낌이었다"고 곱씹었다.

이어 "염정아 선배는 평상시 내가 봤던 모습과 완전 다른 스타일이더라. 혜수 선배는 나긋나긋하고 사근사근하신데 정아 선배는 반대로 정말 리더처럼 멋지고 카리스마가 있다. 그리고 혜수 선배도 그렇지만 정아 선배도 항상 볼 때마다 선물을 챙겨줬다. 화장품이나 먹을 것을 '민시야 이거 한번 써봐'라며 무심하게 주시고 가셨다. 그래서 정아 선배 옆에 있으면 너무 편했다. 정아 선배의 걸크러시 부분이 너무 내가 좋아하는 포인트다. 또 정아 선배가 정말 재미있다. 정아 선배가 화이트 와인을 좋아하시는데 촬영이 끝나고 정아 선배 방에 가서 (박)경혜 언니랑 셋이 와인을 마시면서 혜수 선배의 전작을 같이 보기도 했다. 그런 소소한 추억들이 빼곡하게 있다. 혜수 선배와 정아 선배는 이미 처음 만났을 때부터 우려와 걱정을 생각나지 않게 할 정도로 나를 예뻐해 주고 사랑해 준다는 마음이 본능적으로 느껴졌다"고 덧붙였다.

고민시는 "캐릭터에 대한 어려움은 있었지만 '밀수'를 촬영하는 내내 너무 신났다. 역할 자게가 너무 신났고 언니들과 붙어 다녀 재미있고 너무 꿈만 같았다. '밀수'를 촬영하는 기억들이 마치 한 여름밤의 추억 같다. 보통 여름에 취약한 스타일이라 여름에 촬영하거나 일을 하면 컨디션이 안 좋아진다. 그런데 '밀수'를 촬영할 때는 여름이었지만 늘 최고의 텐션을 유지했다. 유일하게 여름에 안 힘들었던 작품이었다"고 애정을 듬뿍 담았다.

'밀수'는 김혜수, 염정아, 조인성, 박정민, 김종수, 고민시 등이 출연했고 '베테랑' '모가디슈'의 류승완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오는 26일 개봉한다.

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 사진=N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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