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 좋았잖아" 목소리 커진 노조…완성차업계 임금 협상 '산 넘어 산'
국내 완성차 업체들이 노조와의 임금 및 단체협상에서 난항을 겪고 있다. 지난해 실적이 좋았던 만큼 노조에서는 높은 수준의 임금 인상과 성과급을 요구는 반면 회사 측은 노조의 요구를 모두 수용할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특히 정년연장 문제가 핵심이 된 현대차·기아의 경우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완성차 업체 중 가장 먼저 임단협 잠정합의안을 도출한 르노코리아는 다시 노조와 협상을 준비하고 있다. 잠정합의안이 노조의 투표에서 부결됐기 때문이다.
르노코리아의 2023년 임금협상 잠정합의안에는 기본급 10만원 인상, 성과 격려금 250만원 지급 등의 내용이 담겼다. 그러나 지난 21일 찬반투표를 거친 결과 투표자 1389명 중 찬성 658표(47.4%), 반대 727표(52.3%), 무효 4표(0.3%)로 부결됐다.
소수노조인 금속노조 르노코리아자동차지회는 "10만원 인상이면 고작 시급 416원이다. 이는 내년도 최저임금 미달에 조정수당 메꾸는 꼴밖에 되지 않는다"고 했다. 업계에서는 르노코리아가 장기간 신차가 없어 판매가 하락세에 있고 전동화 관련 투자도 해야 하는 상황에서 임금을 더 올리는 것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 회사 측은 "하계휴가가 끝나면 다시 협상을 시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대차는 지난 21일 11차 본교섭을 진행했다. 현대차 노조는 정년 연장을 임단협 중점 요구안으로 내세우고 있다. 이와 함께 기본급 인상과 상여금 900%, 회사 순이익의 30% 성과급 지급을 요구 중이다. 또 노조 조합원이 현대차의 전기차와 수소차 구매시 할인 혜택 확대와 조합원 자녀의 고교 입학시 축하금 100만원 지급, 휴직기간에도 상여금 지급 등도 요구안에 담겼다. 기아 노조의 요구도 크게 다르지 않다.
현대차·기아 노조가 올해 임단협에 강경한 태도로 나선 배경에는 현대차·기아가 지난해에 사상 최대 실적을 거뒀기 때문이다. 올해 상반기 역시 분기 기준 최대 실적을 기록한 만큼 노조는 임금과 성과급 인상은 당연하고 정년 연장 역시 요구할 수 있는 시점이라고 본다.
회사는 정년연장 요구는 결코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양측은 11차례 교섭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동석 현대차 대표이사는 교섭에서 "교섭이 현대차 미래 성장에 중심에 두고, 효율적이고 미래지향적으로 방향성을 잡으면 좋겠다"고 했다. 노조는 요구가 관철되지 않으면 파업도 불사한다는 입장이다.
GM 한국사업장 노조 역시 지난해 9년만의 흑자 달성이라는 성과가 있었던 만큼 역대 최대인 성과급 1800만원과 기본급 18만4900원 정액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사측은 환율에 의해 영업실적이 개선된 것이라며 노조를 설득하고 있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다.
완성차 업체들 중 그나마 사정이 괜찮은 곳은 KG모빌리티로 알려졌다. KG 모빌리티는 그동안 노조와 사측이 구조조정, 회생절차를 함께 거치며 위기를 극복해온 만큼 올해 협상 역시 큰 탈은 없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난달 상견례를 시작한 노사는 현재 임금 등 세부 항목에 대한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완성차 업체 노사는 매년 노사협상으로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이고 있다"며 "상식적인 수준에서 협상이 빨리 마무리되는 것이 회사 경쟁력이 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노조의 강경한 대응은 노조와 회사 모두에 이로울 것이 없다"며 "업계는 올해도 무분규로 임단협을 마무리하길 바라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현대차는 지난 4년간, 기아는 2년간 무분규로 임단협을 마쳤다. KG모빌리티는 회사가 어려워진 이후 13년간 무쟁의 교섭 타결을 이어왔다. 르노코리아와 GM 한국사업장 역시 지난해 파업 없이 임단협을 마무리지었다.
이태성 기자 lts320@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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