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오송 참사 사건 재구성…긴급구조통제단 발동했는데 '도로 통제' 없었다

2023. 7. 25.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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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 통제 핵심은 '긴급구조통제단' 가동 여부…충북도는 가동조차 하지 않아

[박세열 기자(ilys123@pressian.com)]
지난 15일 오전 8시 37분에 발생한 충북 청주시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 침수 참사와 관련한 책임 소재를 두고 정부는 경찰의 잘못을 집중 부각하고 있다. 그러나 석연치 않은 점이 있다. 이번 참사 예방 실패의 핵심은 '재난 통제'가 제대로 이뤄졌느냐의 문제다.

충북 청주시를 가로질러 흐르는 미호천이 임시 제방을 넘어 범람한 지점은 지하차도에서 불과 250여 미터 떨어진 지점이다. 미호천이 범람해 물이 도로로 쏟아져 들어오면서 빠르게 지하차도가 침수됐고, 미호천 범람 사실과 지하차도 침수 사실을 인지한 후에도 도로 통제를 적절하게 하지 않은 것이 문제다. 범람을 사전에 인지하고 적절한 대응을 했느냐 여부가 핵심이다.

<프레시안> 취재를 종합하면 미호천 임시 제방의 범람 가능성을 최초로 인지한 시점은 사고 발생 한 시간 전인 오전 7시 51분. 궁평리 마을 주민 장모 씨가 119에 "미호천 임시제방이 유실될 것 같다"고 최초로 신고한 시점이다. 비슷한 시기인 오전 7시 58분 "궁평지하차도 통제가 필요하다"는 112 신고가 경찰에 접수됐다. 하지만 해당 지하차도의 관리 주체는 경찰이 아니라 충청북도다.

충청북도 119상황실은 신고를 접수한 후 곧바로 관할 소방서인 청주서부소방서 소속 소방대원 두 명을 출동시켰다. 신고 10여분 만에 현장에 도착한 소방대원은 상황을 파악하기 시작했다. 현장에 있던 신고자 장모 씨에 따르면 소방대원이 도착했을 때는 신고자 본인과 아내 그리고 건설사 관계자 등 5~6명이 현장에 있었고, 당시 소방관은 현장을 목격하고 "큰일 났다", "이건 저희가 못 막는다"(KBS 보도 참조)며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고 한다.

이 시점이 사고 24분 전인 오전 8시 3분이었다. 이미 당시 성난 물살은 제방을 무너뜨리고 범람하고 있었다. 당시 현장에 나온 소방대원들은 충북도 소방본부 상황실에 현장 상황을 전달했다. 상황실은 궁평2지하도의 관리주체가 아닌 청주시 당직실에 "제방 범람 위급 상황이니 빨리 조치하라"고 전화를 걸었지만, 청주시 측은 충청북도에 이 상황을 전파하지 않는다. 여기에서 끝이었다. '위험 정보'를 인식하지 못했을 가능성도 제기되지만, 이 사건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재난안전 체계를 살펴봐야 한다.

궁평 지하차도 참사와 같은 경우, 방재의 핵심은 크게 세 가지다. 제방을 통제했느냐 부분에서 첫째, 미호천 수위 등 관리는 환경부 소관이고, 둘째, 미호천교 개축 공사를 위해 쌓은 임시 제방의 관리 주체는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행복청)이다. 셋째, 도로 통제는 지방자치단체 사무다. 경찰은 '교통 통제'를 담당할 뿐 도로 통제와 관리 주체는 도로법에 따라 충청북도 또는 청주시다. 복합적으로 시스템이 작용해야 하지만, 오송 지하차도 참사의 직접적 예방 핵심은 도로 통제에 있다.

도로통제의 주체는 충청북도와 청주시다. 그리고 충청북도는 안전을 총괄하는 도 소방본부를 직접 지휘한다. 특히 재난 상황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긴급구조통제단의 가동 여부다. 세월호 참사 이후 재난안전법이 강화되면서 육상에서 벌어지는 재난은 소방이, 해상에서 벌어지는 재난은 해경이 전권을 갖게 된다. 긴급구조통제단(통제단)을 가동할 경우 단장은 재난 관련 조치와 관련해 경찰 등 제반 인력을 활용할 수 있는 막강한 권한을 갖게 된다. 이태원 참사의 경우 사고 발생 후에 뒤늦게 통제단이 가동되었다. 그로 인해 소방에서는 긴급구조통제단의 권한 행사가 극히 제한적 이었다. 이때문에 소방에는 도로 통제 등 응급조치 권한이 위력을 발휘 못한채, 경찰의 책임이 크게 부각됐다. 그러나 통제단이 가동된 상황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긴급구조통제단은 중앙긴급구조통제단과 지역긴급구조통제단이 있다. 지역긴급통제단의 경우 시·도긴급구조통제단의 단장은 소방본부장이 되고 시·군·구긴급구조통제단의 단장은 소방서장이 된다. 긴급구조통제단이 가동되면, 단장은 강력한 권한을 갖게 된다. 재난 및 안전 관리 기본법(재난안전법) 51조 2항에 따르면 "지역통제단장은 긴급구조를 위하여 필요하면 긴급구조지원기관의 장에게 소속 긴급구조지원요원을 현장에 출동시키거나 긴급구조에 필요한 장비·물자를 제공하는 등 긴급구조활동을 지원할 것을 요청할 수 있다. 이 경우 요청을 받은 기관의 장은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즉시 요청에 따라야 한다"고 돼 있다.

▲16일 미호천 제방 유실로 침수된 충북 청주시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에서 수습된 시신이 구급차로 옮겨지고 있다. ⓒ연합뉴스
▲21일 오전 청주시 흥덕구 도종환 국회의원 청주사무소에서 공개된 오송 참사 직전 임시제방 보강공사 모습. 사진은 주민이 촬영한 동영상 갈무리. ⓒ연합뉴스

<프레시안> 취재에 따르면 당시 청주서부소방서는 지역긴급구조통제단 가동한 것으로 확인됐다. 가동 시점은 15일 새벽 6시 30분이었다. 이에 따라 청주서부소방서장이 단장이 된다. 긴급구조통제단 가동이 중요한 이유가 있다.

긴급구조통제단이 가동되면 응급조치와 긴급구조의 사실상 전권에 대한 행사 주체가 지역통제단장이 된다. 궁평 지하차도 참사와 관련해서는 재난안전법 41조, 위험구역 설정 조문을 적용할 수 있다.

제41조(위험구역의 설정)

① 시장·군수·구청장과 지역통제단장(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권한을 행사하는 경우에만 해당한다. 이하 이 조에서 같다)은 재난이 발생하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는 경우에 사람의 생명 또는 신체에 대한 위해 방지나 질서의 유지를 위하여 필요하면 위험구역을 설정하고, 응급조치에 종사하지 아니하는 사람에게 다음 각 호의 조치를 명할 수 있다.
1. 위험구역에 출입하는 행위나 그 밖의 행위의 금지 또는 제한
2. 위험구역에서의 퇴거 또는 대피

같은 법 48조에는 통제단장의 응급조치 등이 규정돼 있다.

제48조(지역통제단장의 응급조치 등)

① 지역통제단장은 긴급구조를 위하여 필요하면 중앙대책본부장, 시·도지사(시·도대책본부가 운영되는 경우에는 해당 본부장을 말한다. 이하 이 조에서 같다) 또는 시장·군수·구청장(시·군·구대책본부가 운영되는 경우에는 해당 본부장을 말한다. 이하 이 조에서 같다)에게 제37조, 제38조의2, 제39조 및 제44조에 따른 응급대책을 요청할 수 있고, 중앙대책본부장, 시·도지사 또는 시장·군수·구청장은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요청에 따라야 한다.

② 지역통제단장은 제37조에 따른 응급조치 및 제40조부터 제43조까지와 제45조에 따른 응급대책을 실시하였을 때에는 이를 즉시 해당 시장·군수·구청장에게 통보하여야 한다. 다만, 인명구조 및 응급조치 등 긴급한 대응이 필요한 경우에는 우선 조치한 후에 통보할 수 있다.

즉, 사고 발생 전 이미 재난안전법상 소방서 단위 지역통제단이 가동 중이었으므로 지역통제단장의 권한에 따라 도로통제 권한이 당연히 부여된 상황이었다. 단장이 경찰 등 어떤 기관이든, 지방자치단체장이든 '응급대책'을 요청하면, 이들은 즉시 따라야 할 의무가 있다.

다시 사고 시점 전으로 돌아가보면, 최초 미호천 범람을 인지한 소방대원에 의해 전파된 정보는 충북소방본부 상황실을 통해 사고 장소의 도로 관리 주체가 아닌 청주시에 전달됐을 뿐, 충북도 또는 그 소속기관에는 전달되지 않았으며, 나아가 재난안전법상의 긴급구조통제단이 할 수 있는 도로 통제 등의 추가적인 응급조치를 하지 않았다. 이렇게 된데는 충북소방본부가 도 차원의 긴급구조통제단을 발동하지도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지역 소방서 차원에서 긴급구조통제단이 가동된 상황이었기에 이 곳에라도 도로 통제 등 조치를 했어야 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이번 사안에서 인명피해는 막지 못한 책임의 상당부분은 위험 정보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충청북도와 청주시 그리고 미호천 범람의 위험 정보를 파악하고도 긴급구조통제단 가동 상태에서 도로 통제와 같은 응급조치 등 적극 행정을 하지 못한 소방 당국에 있다.

재난당국 관계자는 "사고 발생 전에 이미 청주서부소방서의 통제단 가동 중에 있었으므로 재난안전법상의 응급조치 등의 권한을 행사했다면 저런 참사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최초 인지한 소방당국과 지자체가 도로 통제만 빠르게 했어도 이번 참사는 예방할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국무조정실은 차량 통제를 요청한 최초 신고가 오전 7시 58분에 있었다는 사실을 두고 경찰이 112 신고를 받고도 현장에 출동 자체를 하지 않았다는 점을 집중적으로 부각하고 있다. 112 신고 처리 시스템엔 출동한 것처럼 허위 입력을 했다며 경찰관 6명을 검찰에 수사 의뢰했다. 이에 대해 경찰 측은 당시 태블릿피시 오류가 있었다며 반박하고 있다. 재난 관리 시스템의 문제를 두고 엉뚱한 '범인 만들기'에만 몰두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재난당국 관계자는 "문제의 핵심은 재난 안전 체계와 재난 예방 체계를 일원화하고 '적극 행정'을 유도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사고 발생 이틀 전인 13일 나토 순방 중에 집중호우와 관련한 범정부적 총력 대응을 주문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관련해 각 부처에 "무리하다 싶을 정도로 사전대피와 통제를 확실하게 실시하고 조금이라도 위험이 있다면 신속하게 사전대피명령을 발동해주기 바란다"고 지시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이 지시는 이행되지 않았고, 충청북도는 긴급구조통제단을 발동하지도 않았다. 그리고 15일 아침, 위험 징후를 인지하고도 "무리하다 싶을 정도"의 통제는 이뤄지지 않았다.

▲24일 오후 충북도청에서 자연재난과와 도로과를 압수수색한 검찰 관계자들이 압수품을 옮기고 있다. 검찰은 24명의 사상자가 난 청주 오송 지하차도 참사와 관련 충북도의 부실 대응을 수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세열 기자(ilys123@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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