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소비·투자 ‘트리플 부진’에도 GDP는 0.6% 성장…“순수출·제조업이 견인”
한은 “불황 아닌 부진에서 벗어나는 국면”
中·반도체 반등 여부 예의주시
올해 2분기 한국 경제를 떠받치는 3대 축인 수출, 소비, 투자가 모두 뒷걸음질 쳤다. 그럼에도 2분기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은 전기 대비 0.6% 성장했다. 수입이 수출보다 큰 폭으로 줄어든 데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제조업 생산이 살아난 덕분이다.
일각에서는 수입이 수출보다 많이 줄어든 효과로 성장한 것에 대해 ‘불황형 성장’이라는 평가를 내놓았다. 그러나 한국은행은 지난해 4분기 마이너스(-) 성장했던 우리 경제가 저점을 찍고 올 상반기 부진에서 벗어나는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평가했다. 남은 3분기와 4분기 성장률이 각각 전기 대비 0.7% 이상을 기록할 경우 연간 성장률도 한국은행이 전망한 1.4%를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GDP의 약 절반을 차지하는 민간소비가 2분기 들어 꺾이면서 우리 경제가 성장 동력을 잃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는 점이다. 그동안 부진했던 수출이 조금씩 개선되고 있지만 단기간 내 반등하긴 어려워 보이는 상황에서 소비마저 둔화할 경우 정부의 ‘상저하고(上低下高·경기가 상반기까지 부진하고 하반기부터 살아나는 흐름)’ 전망이 실현되기 어려울 수 있다.
◇ 한은 “제조업 생산 증가+순수출 개선에 GDP 0.6% 성장”
25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2분기(4~6월)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은 전기 대비 0.6% 성장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 1분기(0.3%)에 이어 2개 분기 연속 성장세를 이어갔다.
신승철 한국은행 경제통계국장은 이날 오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2분기 우리 경제는 제조업 생산의 증가폭이 확대되고 순수출의 성장 기여도가 5분기 만에 플러스(+)로 전환한 것 등에 힘입어 전기 대비 0.6% 성장했다”고 말했다.
실제 GDP에 대한 순수출(수출-수입)의 성장 기여도는 지난 1분기 -0.2%포인트(p)에서 지난 2분기 1.3%p로 상승 전환했다. 순수출이 성장률을 1.3%p 끌어올렸다는 의미다.
그러나 수출(-1.8%)보다 수입(-4.2%)이 더 큰 폭으로 감소해 순수출의 기여도가 높아졌다는 점에서 ‘불황형 성장’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이런 평가에 대해 신 국장은 “결론적으로 보면 우리 경제는 불황이 아니라 부진에서 완화되는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해석하는 게 더 적절하다”고 했다.
그는 수입이 수출보다 큰 폭으로 감소한 현상이 일시적인 요인에 기인한다는 점을 이유로 꼽았다. 신 국장은 “그동안 수입이 많이 늘었던 원유·천연가스 등의 재고 조정이 일어나면서 2분기 수입이 크게 감소했다”면서 “수출의 경우 자동차 수출이 호조를 이어간 데다, 반도체 생산이 늘면서 전체 감소폭이 줄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불황형 성장’이라고 해석하기 보다 제조업 개선이 순수출 개선과 맞물리면서 경제 성장을 견인했다고 평가하는 게 맞는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 수출·소비·투자 일제히 감소…”민간소비 완만하게 회복”
그러나 2분기 내수 지표가 좋지 못한 것은 사실이다. GDP를 구성하는 주요 지출 항목인 민간소비, 정부소비, 건설투자, 설비투자 등이 줄줄이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특히 지출 항목 중 규모가 가장 큰 민간소비는 0.1% 감소했다. 신 국장은 “2분기 민간소비는 의류 등 준내구재, 숙박 등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감소했다”며 “연초 마스크 착용 의무 방역지침 전면 해제 이후 반등했던 소비가 일시적으로 주춤한 데다, 5월 기상여건 악화로 대면활동이 위축된 탓인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정부소비도 1.9% 둔화했다. 이는 지난 1997년 1분기(-2.3%) 이후 약 26년 만에 최대 감소폭이다. 독감, 코로나19 등 감염병 환자가 줄면서 건강보험 지출이 크게 줄어든 데 따른 결과라고 한국은행은 설명했다. 신 국장은 향후 정부소비 흐름에 대해 “정부 재정지출 확대 여부에 따라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예단하기 어렵다”고 했다.
건설투자(-0.3%)와 설비투자(-0.2%)도 각각 토목건설과 운송장비를 중심으로 동반 감소했다. 결국 전체적인 내수의 기여도는 -0.6%p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신 국장은 “내수 감소는 일시적인 현상으로, 3분기에는 완만한 회복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한국은행은 “우리나라 경제 성장률이 상저하고 흐름을 보일 것”이란 기존 전망은 유지했다. 올해 상반기 성장률은 전년 동기 대비 0.9%로 집계됐다. 하반기 성장률이 전년 동기 대비 1.7%를 기록하면 한국은행이 전망한 연간 1.4% 성장률을 달성할 수 있다. 전기 대비 기준으로는 3분기와 4분기 연속으로 0.7%씩 성장해야 한다.
다만 여전히 중국과 반도체 경기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에 상저하고 흐름을 장담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많다. 외식비 등 물가 수준이 여전히 높아 민간소비가 빠르게 회복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이번 GDP 성장률 자체는 플러스이지만, 수입 감소의 영향이 있기 때문에 우리가 체감할 수 있는 형태의 경제 성장과는 거리가 있다”라며 “아직 경기 회복을 논하기엔 이른 시점”이라고 말했다.
신지영 현대경제연구원 동향분석팀 선임연구원은 “하반기에는 고금리·고물가의 누적효과로 가계 소비 여력이 더 약화할 수 있기 때문에 민간소비의 성장 지속 여부가 불투명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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