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윳값 마진율 최대 50%?…정부-업계, 가격 인상 요인 두고 이견
"밀크플레이션 우려 과장, 원유가 69~104원 인상해도 없을 듯"
(세종=뉴스1) 임용우 신민경 기자 = 정부가 우윳값 인상의 가장 큰 요인으로 최대 50%에 달하는 마진율을 보이는 유통구조를 지목했다. 반면, 업계는 더 이상 마진을 낮출 수 없다며 인건비 등 제반비용으로 인한 가격 인상이 더욱 크다고 맞서고 있다.
25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낙농가와 유업계 관계자로 구성된 낙농진흥회 소위원회는 원유(原乳) 가격이 지난 6월9일부터 이달 24일까지 10차례 협상을 진행했지만 결론을 도출하지 못하고 오는 27일 다시 회의를 연다.
올해는 원유 L당 69∼104원 범위에서 가격 인상이 이뤄질 예정인데, 낙농가는 최대폭, 유업계는 최소폭의 인상을 각각 요구해 왔다.
다만 지난 24일 회의에서 양측의 입장차가 큰 폭으로 줄어든 것으로 전해졌다.
L당 994원인 원유 가격이 인상될 경우 마시는 흰 우유 가격이 3000원을 넘어서며 관련 제품들도 가격이 치솟는 밀크플레이션(우유+인플레이션) 우려도 제기됐다.
이를 인식하듯 농식품부는 물가안정을 이유로 유업계에 흰 우유 가격 인상 자제를 요청하는 등 압박을 가했다.
더욱이 정부는 원유 가격 인상보다 유통 과정으로 인한 비용이 흰 우유 가격을 움직인다고 보고 개선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흰 우유 가격은 낙농가가 생산하는 원유의 가격뿐만 아니라 유업체가 제품을 생산하는 데 소요되는 인건비, 유류비, 판매관리비 등과 유통 마진으로 구성된다.
일반적으로 대형마트, 편의점, 슈퍼, 대리점 등이 취하는 유통 마진은 흰우유 납품가에 따라 정률로 책정된다.
농식품부가 자체적으로 상장사 공시, 소비자 판매가 등을 조사한 결과, 최대 50%의 마진율을 보이는 품목도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외에도 우유 관련 품목들이 43~44%가량의 마진율을 보였다는 것이 농식품부의 설명이다.
지난해 유업계는 원유가가 49원 오르자 잇따라 커피, 치즈, 아이스크림 가격을 10~20%대, 흰 우유는 10% 안팎으로 인상하며, 원유가 상승을 요인으로 지목한 바 있는데, 정부가 이보다 유통구조의 문제가 더 크다고 지적한 셈이다.
업계는 정부의 이같은 지적에 다른 인상요인도 많은 것은 물론, 정부의 압박으로 인해 유연하게 가격 조정에 대처할 수 없다는 볼멘소리를 낸다.
최저임금과 전기요금 인상 등 제반 비용이 모두 오르는 상황에서 자체 마진을 줄이기 어렵다고 유통업계는 입을 모은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자체브랜드(PB) 상품을 통해 소비자에게 최저가로 공급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마진율을 조정해 만들어지는 것이 PB 상품이다. 가격을 낮추기 위해 업계가 나름 노력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유업계로부터 우유를 공급받아 생산하는 식품업계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원유 가격이 올라 우유 가격이 상승하면 인상 잠재요인이 발생하는 것"이라며 "일부 제품 우유 원재료 비중 낮아 영향 없을 수도 있지만, 인상요인은 이뿐만이 아니다. 곡물 가격 들썩이고, 인상 잠재요인이 쌓이면서 부담이 큰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정부의 잇따른 요청에도 흰 우유 가격은 1L당 3000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가 인상 자제를 요청했더라도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 등의 요인은 여전하기 때문이다.
다만 정부는 밀크플레이션(우유+인플레이션) 우려에 대해 '과장된 측면이 있다'고 보고 있다.
국산 원유의 87.3%가 마시는 우유를 만드는 데 사용되고, 관련 제품 사용 비중이 낮은 것은 물론, 수입 멸균유의 사용이 증가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원유가격 인상으로 밀크플레이션이 초래된다는 것은 과장된 측면이 있다"며 "아이스크림 등 가공식품에 원유가격이 미치는 영향은 미미한 수준이다. 생산자부터 소비자에게 이를 때까지 가격이 합리적으로 조성될 수 있도록 힘쓰겠다"고 말했다.
phlox@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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