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치동 경비원 사망 후…“범죄 혐의 없다고 ‘갑질’도 없었던 건 아냐”

강은 기자 2023. 7. 25.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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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의 ‘갑질’을 폭로하는 내용의 유서를 남기고 극단적 선택을 한 경비원이 일했던 강남구 대치동 아파트 앞에서 지난 3월 동료 경비원들이 고인을 위한 묵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3월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한 아파트에서 경비원이 ‘갑질’ 피해를 호소하는 유서를 남기고 사망한 사건과 관련해 관리소장에게 범죄 혐의가 없다는 경찰 판단이 나오자 노동조합 측은 “형사적인 법리를 적용할 수 없을 뿐 갑질과 괴롭힘이 없었다는 건 아니다”라고 밝혔다.

민주노총 전국민주일반노조는 25일 “경찰이 관리소장에 대한 형사 인지 수사를 종결했으나 이는 직장 내 괴롭힘이 없었다는 것을 판단한 것이 아니라 형사적인 법리를 적용할 수 없어서 수사를 종결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관리소장의 직장 내 괴롭힘은 노동법과 산업재해 영역이며 손해배상 등의 민사적 책임 영역”이라고 했다.

지난 17일 서울 수서경찰서는 “현장 폐쇄회로(CC)TV를 비롯해 현장 감식, 관계자 조사 등 다각도로 수사했으나 범죄 관련성이 없다”며 해당 아파트 관리소장 A씨를 입건 전 조사(내사) 종결 처분했다. 직장 내 괴롭힘은 고용노동부에 전속권이 있기 때문에 경찰은 이에 대해서는 따로 판단을 내리지 않았다.

노조는 “입주자대표회의와 관리소장 측은 ‘노조가 (아파트) 재건축 세력과 연관돼 있다’고 주장하지만 소설 같은 이야기”라며 “해당 아파트에는 여러 재건축준비위원회가 있는데 현 입대의가 주도권을 갖기 위해 다른 재건축준비위를 노조와 엮어 비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현 입대의는 재건축의 막대한 이득을 위해 경비원의 죽음을 희석하고 관리소장을 감싸는 데 앞장서고 있다”고 했다.

지난 3월14일 해당 아파트 경비원 박모씨(74)는 ‘관리소장의 갑질 때문에 힘들다’는 유서를 남기고 아파트에서 투신해 숨졌다. 고용노동부는 관리소장의 부당한 업무 지시가 있었는지 등을 조사하고 있다. 지난달 8일에는 박씨 유족 측이 근로복지공단에 산업재해 신청을 냈다.

강은 기자 ee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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