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재에요 호재”…거짓정보로 주가 띄운 일당, 철퇴 맞았다
금감원 조사에서 덜미 잡혀
이들은 A사가 발행했던 대규모 전환사채(CB)를 주식으로 전환한 뒤 이를 고가에 매도해 120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겼다. 나중에 알려진 바에 따르면 A사와 신약개발사 간 양해각서는 최종 결렬됐고, A사의 임상투자는 중단됐다.
금융감독원은 사모 CB를 악용한 불공정거래 사건 40건 중 14건에 대한 조사를 완료해 840억원의 부당이득금을 확인하고 혐의자 33명을 검찰에 넘겼다고 25일 밝혔다. 단기간 사모 CB 발행이 잦고 주식 전환 시점에 주가가 이유 없이 급등한 사례 40건을 골라 기획조사를 벌인 결과다. 나머지 26건은 아직 조사가 진행중이다.
조사가 완료된 14건 중 부정거래가 10건으로 가장 많았다. 코로나19 치료제 개발 등 허위의 신규 사업 진출을 발표하거나 대규모 투자 유치를 가장해 투자자를 속인 사례들이었다. CB 전환주식을 고가에 던질 목적으로 주가를 띄운 시세조종 혐의가 3건이었고, 악재가 터지기 전 전환 주식을 사전에 매도하는 등 미공개정보 이용 혐의도 3건이 있었다. 1건의 사례에서 여러 유형의 불공정거래 혐의가 적용됐다.
실제 B사 전(前) 대표이사 C씨 등 5명은 바이오 사업을 추진한다는 보도자료를 배포하고 대규모 사모 CB를 발행했다. 자금 조달 목적에도 ‘바이오 사업 추진’으로 기재했다. 그러나 사모 CB 인수자는 페이퍼 컴퍼니로 자금 납입 능력이 없었고, 회사도 실제 사업 추진 의사가 없었다. C씨 등은 호재성 상황을 연출해 주가를 띄워 고가 매도로 수백억원을 챙겼다.
금감원 조사에 따르면 코로나19 시기 각종 테마주가 탄생하는 분위기를 활용하는 사례가 대부분이었다. 백신·지료제 등을 개발한다거나 진단키트·마스크 제작 등 코로나19 관련 신규사업에 진출한다며 투자유치를 가장해 사모 CB를 발행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사채자금을 이용한 사실을 은폐하거나 자본 납입 가능성이 없는 사모CB 발행을 공시하는 등 허위의 자금조달을 가장했다.
또 과거에는 사모CB를 발행할 때는 발행대금을 현금이 아닌 비상장주식이나 부동산 등으로 대신 납입받는 것과 관련하여 구체적인 정보를 기재할 의무가 없었다. 또 CB는 주식으로 이를 전환할 때 전환가격을 정관 등에 별도로 기재하는 방식으로 최저한도(최조 전환가액의 70%) 이하로 하향조정하는 것이 가능하다. 부당이득 편취에 CB가 활용된 이유다.
금감원에 따르면 사모CB를 이용한 불공정거래는 기존 불공정거래 전력자가 저지른 경우가 많았다. 조사대상 40건 중 25건은 상습 전력자 및 기업사냥꾼과 관련이 있었다. 금감원은 “사모 CB가 자본시장 중대 교란 사범의 부당이득 편취를 위한 주요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고 평가했다.
조사대상 40건에 해당하는 39개사 중 29개사(74.4%)에서 상장폐지, 관리종목 지정, 경영악화 등으로 막대한 투자자 피해를 야기했다. 관련 종목 중 현재 상장폐지된 기업은 4개사, 관리종목 지정 기업은 14개사다.
금감원은 “보강된 조사 인력을 집중해 더 속도감 있게 사모 CB 기획 조사를 진행·완료할 것”이라며 “금융위와 협업해 사모 CB가 건전한 기업 자금 조달 수단으로 정착될 수 있도록 제도 개선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25일 한국거래소는 차익결제거래(CFD) 특별점검단을 통해 국내 13개 증권사의 CFD 계좌 2만2522개에 대한 불공정거래 행위 여부를 집중 점검하고 조사 결과를 금융당국에 통보했다고 밝혔다. 거래소에 따르면 이번에 확인된 불공정거래의 주요 특징은 주가조작 세력이 CFD의 익명성과 레버리지를 활용했다는 점이다. 거래소는 “CFD 계좌의 익명성을 이용한 미공개정보 이용행위가 많았다”며 “레버리지 특성으로 투자 원금 대비 (추정) 부당이득 규모가 큰 것으로 파악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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