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로 간 에코프로 주가, 그리고 터닝포인트[EDITOR's LET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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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주식 에코프로의 주가가 오를 것이라고 확신한 것은 작년 6월께였습니다.
주식을 사면 떨어지고 팔면 오르는 마이너스의 손이기에 '내가 주식을 사지 않았다'는 것만으로도 에코프로는 믿을 수 있었습니다.
이럴 때 전기차에 들어가는 2차전지 소재(하이니켈 양극재) 부문에서 세계 1위를 하고 있고 성장할 것이 확실한 산업군에 속해 있는 에코프로에 환호할 수밖에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앞으로 에코프로의 주가가 어떻게 될 것 같냐고요? 잘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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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주식 에코프로의 주가가 오를 것이라고 확신한 것은 작년 6월께였습니다. 에코프로 내부 사정을 잘 아는 사람을 만났습니다. 실적 전망과 경쟁력 등에 대한 대략적 얘기만 들었을 뿐인데 ‘이 회사 잘되겠구나’ 싶었습니다. 그전에 이동채 전 회장이 어떻게 사업을 시작하고 실패했고, 실패를 자산으로 만들었는지 취재해 둔 덕에 신뢰가 갔습니다.
물론 결정적으로 주가 상승을 확신한 이유는 따로 있었습니다. 제가 주식을 사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주식을 사면 떨어지고 팔면 오르는 마이너스의 손이기에 ‘내가 주식을 사지 않았다’는 것만으로도 에코프로는 믿을 수 있었습니다.
한동안 잊고 있다가 4월께 주가를 보니 ‘역시’ 법칙대로였습니다. 배아픔이 밀려왔습니다. 통증을 뒤로하고 그간의 과정을 살펴보니 몇 가지 생각이 스쳤습니다.
먼저 코로나19 사태때 있었던 ‘동학개미 운동’과의 유사성입니다. 일부에서는 ‘동학’이란 단어를 쓰지 말라고 했습니다. “동학은 실패한 혁명이라 부적절하다”고 이유를 댔습니다. ‘대중과 혁명에 대한 알레르기 아닐까’라고 생각하고 무시했습니다. 어찌됐건 동학개미는 코로나19시대의 희망과도 같은 단어였습니다. 결과적으로 주가는 3000선을 돌파했습니다.
에코프로를 황제주로 만든 것도 기관이 아니라 개인들이었습니다. 불확실한 시대에 희망을 찾아낸 것 같습니다. 일본 주식은 오르고 미국 빅테크도 고점을 찍었지만 한국 시장은 지지부진했습니다. 산업적으로도 전기차는 중국의 기세가 무섭고 반도체는 추격당하고 바이오는 시들했습니다. 이럴 때 전기차에 들어가는 2차전지 소재(하이니켈 양극재) 부문에서 세계 1위를 하고 있고 성장할 것이 확실한 산업군에 속해 있는 에코프로에 환호할 수밖에 없었던 것 같습니다. 미래 성장 산업에 대한 갈망까지 더해졌다고 해석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불확실성이 클 때 성장주에 대한 쏠림은 일반적입니다. 여기에 한국인들의 특성이 더해졌습니다. 한국인들은 유독 성장이라는 단어에 집착합니다. 또 한 이슈에 전국민이 달려드는 쏠림의 민족이기도 합니다. 실적을 내는 발군의 기대주에 대한 쏠림은 황제주를 만들기에 부족함이 없었습니다.
재야의 고수(?)들은 불을 지폈습니다. 애널리스트들은 보수적이었지만 재야의 강자들은 계속 ‘고’를 외쳤습니다. ‘배터리 아저씨’로 대표되는 이들. 나름 탄탄한 논리로 무장했습니다. 숫자를 앞세웠습니다. 투자자들도 허접한 논리였으면 덤벼들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렇게 확신과 열광은 자기 복제를 하며 공매도 세력을 무력화시켜 버렸습니다.
그렇다고 애널리스트가 잘못했느냐, 그건 다른 문제입니다. 재야의 강자들이 넷플릭스라면 애널리스트는 공중파 방송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넷플릭스에는 욕설과 흡연 그리고 19금 장면까지 사실적으로 그려집니다. 반면 공중파는 이것도 안 되고 저것도 안 됩니다. 그 결과가 현재 방송 시장의 현실입니다.
재야의 고수들은 무슨 얘기라도 할 수 있고 틀려도 책임질 일도 없습니다. 하지만 애널리스트들은 온갖 제약 속에서 숫자만 가지고 얘기해야 합니다. 그렇게 각자의 자리에서 자기 할 일을 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것 아닐까 합니다. 그게 누구건 어떤 문제를 제기했다고 음모다, 괴담이다 몰아붙이는 것은 3류, 4류인 정치판에나 어울리는 일이 아닐까요. 물론 평판이 축적된 것이라는 점도 인정하지만….
이번 주 한경비즈니스는 에코프로를 들여다봤습니다. 에코프로라는 주식을 통해 한국 사회의 희망과 욕망, 투기와 투자, 제도권과 재야의 경쟁 등을 살펴보고자 했습니다.
그래서 앞으로 에코프로의 주가가 어떻게 될 것 같냐고요?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저는 안 샀고, 못 산다는 말은 할 수 있을 듯합니다.
김용준 한경비즈니스편집장(juny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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