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B 악용한 불공정거래 혐의자 33명 적발…부당이득 규모 840억원
#1. 기업사냥꾼으로 악명이 높았던 불공정거래 전력자 3명은 A사를 인수한 후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사업에 투자한다는 등의 허위 정보를 흘러 주가를 띄웠다. 이후 이들은 보유하고 있던 A사의 사모 전환사채(CB)를 주식으로 전환하고 고가에 매도해 120억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편취했다.
#2. B사의 전 대표이사 등 5명은 B사의 경영권을 인수한 후 허위 정보로 주가를 올려 보유 주식을 고가에 매도해 수백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겼다. 이들은 B사가 바이오 사업을 추진한다는 허위 보도자료를 내고 대규모 사모 CB를 발행했다. 하지만 실제 사모 CB 인수자는 페이퍼컴퍼니로 자금 납입 능력이 없었고, B사도 바이오 사업 추진 의사가 없는 것이 확인됐다.
금융감독원은 사모 CB를 악용한 불공정거래 사건 40건 중 14건에 대한 조사를 완료한 결과 이 같은 혐의들이 확인됐다고 25일 밝혔다. 금감원은 조사를 마친 14건 중 11건은 형사고발하고 혐의자 33명을 검찰에 넘겼다. 이들이 챙긴 부당이득 규모는 840억원에 달했다. 나머지 3건에 대해서는 최종 처리 방안을 심의 중이다.
올해 상반기 금감원은 사모 CB 발행이 잦고 CB가 주식으로 전환되는 시점에 주가가 이유 없이 급등한 종목 중 불공정거래가 의심되는 40건을 선정해 조사했다. CB는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권리가 부여된 채권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비교적 낮은 이자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발행이 용이하고 공시규제가 상대적으로 느슨해 불공정거래에 악용되기도 쉽다.
조사가 완료된 불공정거래 사건 14건 중에는 A사와 B사의 사례처럼 신사업에 진출한다는 허위 정보로 투자자를 속이는 부정거래가 10건(복수 혐의는 각각 산정)으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이외 CB를 전환한 주식을 고가에 매도할 목적으로 시세조종을 한 혐의가 3건, 악재가 터지기 전 주식을 사전에 매도한 미공개정보 이용 혐의가 3건이었다.
이번 조사 대상 40건 중 25건(62.5%)이 상습 불공정거래 전력자 및 기업사냥꾼과 연루돼 있었다. 불공정거래 사건 40건과 관계된 기업은 39개사였는데, 상당수가 상장폐지, 관리종목 지정, 경영악화 등으로 투자자 피해를 일으켰다.
금감원은 “보강된 조사 인력을 집중해 더 속도감 있게 사모 CB 기획 조사를 진행·완료할 것”이라며 “금융위와 협업해 사모 CB가 건전한 기업 자금 조달 수단으로 정착될 수 있도록 제도 개선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박채영 기자 c0c0@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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