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콰도르 시장, 총격으로 사망…정부, ‘야간통금’ 및 ‘비상사태’ 선포
경찰, 범죄 조직 연관성 수사
에콰도르의 한 도시에서 시장이 총격으로 사망하는 일이 발생하면서 에콰도르 사회가 충격에 빠졌다. 정부는 폭력 사태가 심각한 일부 주에 야간 통금령과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24일(현지시간) 에콰도르 매체 엘우니베르소 등에 따르면 전날 에콰도르의 주요 항구 도시 중 하나인 마나비주 만타의 한 거리에서 아구스틴 인트리아고 만타 시장이 괴한의 총격을 받아 숨졌다.
당시 인트리아고 시장은 하수도 건설 현장을 살펴보던 중이었다. 그는 가슴 등에 6발의 총을 맞고 곧바로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결국 사망했다.
근처에 있던 현지 여자 축구 선수 아리아나 에스테파니아 찬카이도 총에 맞아 사망했다. 그는 축구 팀 지원 등을 요청하기 위해 인트리아고 시장에게 다가갔던 것으로 알려졌다.
용의자는 현장에서 도주했으며, 경찰이 추적에 나섰지만 아직까지 붙잡히지 않았다. 경찰은 용의자가 타고 온 차량을 운전한 베네수엘라 국적 남성 1명을 체포했다. 정확한 범행 동기는 확인되지 않았으나, 당국은 이번 사태의 원인을 마약 밀매 거래를 둘러싼 범죄 조직 간의 권력 다툼이라고 보고 있다.
정부와 국회는 사흘간 애도 기간을 갖기로 결정했다. 기예르모 라소 대통령은 유족을 위로하며 “이번 사건 관련자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지시했다”고 밝혔다.
인트리아고 시장은 지난 2월 61%의 높은 득표율로 재선에 성공한 38세의 젊은 정치인으로, 지역에서 큰 인기를 누려왔다.
시민들은 거리에서 그의 사진이 담긴 포스터, 신문과 꽃 등을 들고 인트리아고 시장의 죽음을 추모했다. 수많은 사람들이 눈물을 흘리며 운구차에 실린 그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시민들은 인트리아고 시장에 대해 “좋은 시장이자 훌륭한 사람”이라며 “만타의 발전을 위해 훌륭한 일을 했다”고 입을 모아 말했다고 현지 언론들은 전했다.
에콰도르에서는 최근 폭력 범죄가 증가하고 있다. 지난 주말 동안 에콰도르 교도소에선 갱단 폭력 사태로 6명이 사망하고 11명이 부상당했다. 현재 90명이 넘는 교도소 보안요원들이 수감자들에게 인질로 붙잡혀 있는 상황이다. 인트리아고 시장 살인 사건이 발생하기 몇 시간 전 정부는 전국 모든 교도소에 폭동 가능성에 대한 경보를 발령하기도 했다.
라소 대통령은 만타 시장 살인 사건이 발생한 마나비주를 비롯해 로스디오스 및 두란주 등 폭력 사태가 심각한 3개 주에 비상사태와 야간 통금령을 선포했다. 이들 지역에서는 앞으로 오후 10시부터 오전 5시까지 통행이 금지된다. 비상사태는 60일 동안 지속될 예정이다.
만타는 수도 키토에서 남서쪽으로 약 260㎞ 떨어진 해안 도시로, 이곳의 항구는 마약을 밀매하는 주요 통로로 사용된다. 이 때문에 이 도시에서는 최근 갱단 활동이 증가하고 있다.
유엔은 인트리아고 시장 살인 사건 이후 에콰도르 정부에 폭력 사태에 대처하기 위한 노력을 강화할 것을 촉구했다. 또 범죄자에게 면죄부를 주지 않도록 철저히 조사할 것을 강력히 요구했다.
최서은 기자 ciel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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