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심한 듯 더할 나위 없이 세심한 '남남'이 주는 감동의 실체

정덕현 칼럼니스트 2023. 7. 25.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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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남’, 도대체 누가 진짜 남남이고 누가 가족인가

[엔터미디어=정덕현] 도대체 누가 진짜 남남이고 누가 가족일까. 지니TV 오리지널 드라마 <남남>의 3화 부제는 '가 '족' 같은'이다. 흔히 가족이라고 내세우지만 사실은 그렇지 못한 상황을 에둘러 꼬집을 때 쓰는 표현. 이 부제를 가진 3화의 내용은 '가정폭력'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은미(전혜진)가 물리치료사로 일하는 병원에 찾아온 한 노인의 등에 난 상처. 은미는 그게 누군가에게 맞은 폭력의 흔적이라는 걸 단박에 알아차린다. 또 은미는 그 노인과 함께 온 아이 또한 다가가자 흠칫 놀라는 모습에서 역시 마찬가지로 가정폭력의 피해자라는 걸 예감한다.

급기야 은미는 관할경찰서에 이 일을 신고하고, 사건을 접수한 은미의 딸 진희(수영)는 그 집을 방문해 그 집 아들의 상습적인 가정폭력 징후들을 알아차린다. 하지만 아들이 불이익을 당하는 걸 원치 않는 노모는 이를 덮으려고 하고, 가해자는 오히려 적반하장으로 은미가 일하는 병원까지 찾아와 난장을 피운다.

이렇게 은미가 예민하게 가정폭력의 흔적을 지나치지 못하게 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그 역시 과거 고등학생 시절 덜컥 진희를 낳고 아버지로부터 상습적인 가정폭력을 당해왔던 것. 그걸 보고 자란 어린 진희 역시 은미가 왜 저렇게 예민하게 구는 지를 정확히 알고 있었다.

그런데 이 3화에는 은미의 절친인 미정(김혜은)이 등장한다. 오랜만에 만났지만 은미의 근황보다 은미의 딸 진희의 안부를 먼저 묻는 이 수상쩍은 절친은 왜 갑자기 등장한 걸까. 어렵게 홀로 진희를 키우던 은미에게 미정과 그의 엄마는 '진짜 가족' 같은 도움을 주었다. 지쳐있는 은미를 찾아와 진희를 마치 친딸, 친손주처럼 돌봐주었던 것. "기저귀를 갈아가면서 키웠는데 당연하지. 너만 아니었으면 진희 걔 내 딸이야." 미정은 은미에게 그런 존재다.

<남남>은 가정폭력 사건을 에피소드로 가져와 은미가 겪었던 남보다 못한 가족인 아버지와 남이지만 가족보다 더 가족 같은 미정과 그의 엄마의 이야기를 대비시킨다. 그러면서 묻는다. 도대체 누가 진짜 남남이고 누가 진짜 가족인가를.

<남남>은 대단한 사건이 펼쳐지는 드라마라기보다는 소소한 일상을 따뜻한 시선으로 담아내는 작품이다. 그런데 그 시선이 독특하다. 마치 나만 생각하며 살아가는 것처럼 느껴지는 남이 알고 보면 의외로 타인을 생각하며 살아가는 이들이 있다는 그런 시선이다. 마치 '츤데레'의 느낌처럼, 무심한 듯 이들은 무심한 듯 서로를 챙긴다.

모녀라고는 생각하기 어려울 정도로 은미에게 툭툭거리는 남남 같은 진희는 가정폭력 사건을 마주한 엄마가 느낄 마음의 상처를 읽어낸다. 그래서 비 오는 날 우산을 챙겨 마중을 나가고 비맞은 엄마를 위해 따뜻한 목욕물을 미리 받아놓는다. 또 남이라고 할 수 있는 은미의 친구 미정과 진희는 누가 진짜 엄마인지 알 수 없을 정도의 관계를 보여준다. "야 너 내 친구야 쟤 친구야?"라고 은미가 질투 섞인 말을 할 정도로.

은미와 미정은 친자매처럼 한 침대에 누워 자고, 미정의 엄마를 은미는 엄마라고 부른다. 실제로 은미는 미정의 엄마에게 용돈을 부쳐주고 그런 은미에게 미정의 엄마는 그러지 말라고 진짜 엄마들이 하는 말을 한다. 진희 또한 당연한 듯 미정의 엄마를 할머니라 부른다. 이러니 이들을 누가 남남이라 할 것인가.

<남남>의 이런 타인이지만 가족 같은 무심한 듯 세심한 모습들은 은미와 미정 그리고 진희만의 관계에서만 나오는 것이 아니다. 진희가 일하게 된 경찰서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가정폭력 사건에서 모두가 눈 돌리고 자기 할 일만 하는 줄 알았던 진희는, 그들이 이미 남몰래 진희가 하려던 일들을 다 하고 있었다는 걸 알게 된다. 또 늘 진희가 하려는 일들을 하지 말라 막기만 했던 같은 파출소의 은재원 소장(박성훈) 역시 가정폭력 피해자들이 걱정돼 집 주변을 서성이는 그런 인물이었다.

이런 사실을 알게 된 진희는 호탕하게 웃으며 외친다. "야, 씨, 우리 팀 짱! 열라 멋있어! 아, 막 어쩜 그렇게 막 손발이 막 척척 맞니. 어? 이야, 씨 나 열라 놀랐잖아, 지금. 어우, 너무 막 견고해 가지고 막 끼어들 틈이 없네. 와. 씨. 인정! 이야. 와, 깜짝 놀랐다, 진짜." 일종의 왕따를 당하고 있지만 진희는 이 서의 사람들이 가진 세심함에 마음이 따뜻해진 것.

<남남>이 주는 감동은 그래서 타인보다 못한 가족들과 대비되는, 남남이지만 더할 나위 없는 가족 같은 세심한 마음들을 발견하게 되는 데서 나온다. 그리고 이 서사는 그 자체로 우리에게 이 시대에 진짜 가족이란 어떤 존재인가를 되묻는다. 누가 남남이고 누가 가족인가.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지니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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