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경영 체제 EBS, 수신료 분리 징수 강행에 ‘불똥’
티브이 수신료 분리 징수를 위한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이 지난 12일부터 본격 시행되고 있는 가운데, 수신료 수입을 주된 재원으로 삼는 <한국방송>(KBS)은 물론 그 일부를 배분받는 <교육방송>(EBS)의 재원 구조에도 비상등이 켜졌다.
특히 교육방송은 지상파 광고매출 감소와 교재 판매 부진 등에서 비롯한 재정 위기로 이미 1년 넘게 비상경영 체제를 가동하고 있는 상황에서 분리 징수에 따른 수신료 수입의 감소까지 걱정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언론 분야 전문가들은 교육방송이 교육격차 해소와 사교육비 경감 등 공적 책무를 제대로 수행할 수 있도록 하려면, 이번 기회에 수신료 등 공적 재원 조달 방안에 관한 사회적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한다.
25일 교육방송 쪽 설명을 들으면, 현재 교육방송은 전체 티브이 수신료의 3%(월 2500원 중 70원), 금액으로는 연간 194억원(2022년 기준)을 배분받고 있다. 교육방송은 1990년 한국교육개발원 부설 기관으로 개국한 뒤, 1997년 한국교육방송원이라는 이름으로 독립했다. 이어 2000년 한국교육방송공사로 거듭났는데, 그때부터 한국교육방송공사법(19조)과 방송법 시행령(49조)에 따라 한국방송으로부터 매년 수신료 수입의 3%를 배분받아 왔다.
교육방송의 지난해 수신료 수입 194억원은 이 방송사의 한 해 예산 중 6.8%에 이르는 규모다. 교육 공영방송이면서도 전체 예산의 70%를 방송광고와 교재 판매 등 상업적 재원으로 충당해야 하는 불안정한 재원 구조의 교육방송에서 수신료 수입이 갖는 의미는 결코 가볍지 않다. 교육방송은 수신료 이외에도 방송통신위원회의 방송통신발전기금과 교육부의 특별교부금 등의 공적 재원을 지원받고 있으나, 이는 해마다 규모가 달라진다는 한계가 있다. 실제로 2018년부터 2020년까지 30%대를 유지했던 공적 재원 비중은 코로나19 시기인 2021년 특별교부금 증가와 함께 일시적으로 40%대(40.7%)를 기록한 뒤 이듬해 다시 30%대 초반(31.2%)으로 줄었다.
이에 교육방송은 “티브이 수신료는 (다른 공적 재원과 달리) 매년 상대적으로 안정적 수준을 유지해왔으며, 교육방송이 공영방송으로서 독립적이고 독자적인 프로그램을 기획·제작할 수 있는 재원으로 작용해왔다”며 “수신료 수입이 급감하게 되면 교육방송은 더욱 상업적 재원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몰리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교육방송은 분리 징수 시행의 여파가 본격적으로 나타나게 되면, 수신료 수입은 140억원 이상 줄어 50억원 선에 그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더 큰 문제는 교육방송이 수신료 수입 감소와 별도로 이미 심각한 재정 위기에 노출된 상황이었다는 점이다. 교육방송은 수년 전부터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의 성장과 유튜브 등 새로운 플랫폼의 등장이라는 미디어 환경의 변화와 저출생에 따른 학령인구의 감소, 종잇값 상승 등으로 복합적인 경영 위기 상황에 맞닥뜨려 왔다. 미디어 환경의 변화는 방송광고 매출의 정체·감소로, 갈수록 줄어드는 학생 수 등은 교육방송의 자체 재원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교재 판매(출판사업) 매출의 큰 폭 감소로 이어졌다. 그 결과 지난해엔 사상 최대인 256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수신료 수입 감소는 지난해 4월부터 사장과 모든 보직 간부가 임금을 삭감하기로 결의하는 등 비상경영 체제를 가동하고 있는 상황에서 마주하게 된 또 다른 위기 요인이다.
이와 관련해서 신삼수 교육방송 수신료정상화추진단장은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큰 폭의 적자를 기록한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올해도 방송 환경이나 미디어 시장이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 보니 지금도 교육방송을 둘러싼 구조적 변화에 속수무책인 상태”라며 “이미 내부적으로는 간부들 월급을 깎고 사장 월급을 반납하는 등 강도 높은 대책을 추진 중인데, 그나마 독립적이고 안정적 재원인 수신료 수입까지 확 줄어들게 되니 크게 당혹스럽다”고 말했다.
교육방송 안팎에서는 학교 교육 보완과 사교육비 경감, 평생교육 실현 등 교육 공영방송에 대한 교육적, 사회적 요구가 여전한 만큼 이제라도 교육방송 재원 구조에 대한 현실적이고도 구체적인 대안을 두고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주재원 한동대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분리 징수로 교육방송의 수신료 수입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본다면, 이제라도 미래세대의 교육을 위해 현 세대가 해야 할 일을 찾아야 한다”며 “공영방송에 대한 새로운 정의부터 수십년째 2500원에 묶여 있는 수신료의 현실화 필요성, 교육방송에 할당되는 수신료의 적정 비중 등에 관한 공론의 장이 펼쳐져야 할 때”라고 말했다.
교육방송도 지난 12일 수신료 분리 징수 시행과 관련한 입장문에서 “재원 마련에 대한 대안 없이 수신료 수입이 줄어들 경우, 공적 책무 수행에 막대한 지장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사교육비 경감과 교육격차 해소라는 공적 책무가 급격하게 후퇴하지 않도록 교육방송의 공적 재원 마련을 위한 후속 대책이 조속히 논의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성진 기자 cs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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