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훈 "대세에 지장없다=영화 망하게 하는 말, 내 평생 안할 말" [인터뷰M]

김경희 2023. 7. 25.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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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6년 레바논 베이루트에서 한국 대사관 소속 외교관이 현지 무장 세력에 의해 납치되는 사건에서 모티브를 얻은 영화 '비공식작전'으로 7년 만에 스크린에 복귀한 김성훈 감독을 만났다.

iMBC 연예뉴스 사진

넷플릭스 시리즈 '킹덤'의 음악 작업을 위해 체코로 가던 비행기 안에서 '비공식 작전'의 원안을 처음 봤다는 김성훈 감독은 "겨우 5 페이지를 넘겼을 뿐인데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화이고 오재석이라는 인물이 납치되었고, 살아 있었다는 내용까지만 보고도 관심이 생겼고 이후의 이야기가 못마땅하면 뒷부분은 내가 각색을 해서라도 만들 수 있겠다 싶었다."라며 이 작품을 처음 접했을 때의 느낌을 회상했다.

그가 '비공식 작전'의 이야기에 끌린 건 2가지 이유에서라고. 첫 번째는 장르적 쾌감, 서스펜스, 스릴, 유머, 액션을 독특하게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아서였고 두 번째는 주제적인 이야기 때문이었다고. 자세한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오재석이 납치된 후 잊혔다가 20개월 만에 그가 살아 있다는 걸 알게 되었을 때 누군가는 그 사람을 구하기 위해 연락을 취하고 노력을 하려 했을 것이고, 그가 바로 진짜 영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작은 시민의 행동이 영웅같이 보이게, 이런 주제나 메시지로 연결할 수 있을 것 같았다."라며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 영화를 만들게 된 이유를 밝혔다.

기본 틀만 실화에서 가져왔을 뿐 과정의 이야기는 모두 영화적 상상으로 만들어 냈음에도 불구하고 김성훈 감독은 외교관이 납치되었을 당시 타고 있었던 차종, 차의 색깔, 총알의 위치 등을 실제 고증을 거쳐 똑같이 구현해냈다. 이런 리얼리즘을 가져온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메시지에 관한 이유에서였다. 사람이 사람을 구하는 이야기는 마땅한 이야기다. 이 마땅한 이야기를 왜 한다고 했을까 생각하면 이 이야기를 해야 할 것 같아서다. 누군가를 구하는 게 자신에게 도움이 되는 일이 아닐 텐데도 불구하고 외면하지 못하는, 그런 사람의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라며 다시 한번 영화를 통해 강조하고 싶은 메시지를 정리했다.

김성훈 감독은 영화의 아주 작은 부분까지 디테일하게 신경 쓰는 것으로 많이 알려져 있다. 대중들은 '끝까지 간다'와 '터널'로 성공작만 만든 감독으로 알고 있지만 그는 "제가 처음으로 연출을 하며 잘 썼던 말이 '대세에 지장 없어'였다. 그렇게 감독 데뷔작 '애정결핍이 두 남자에게 미치는 영향'으로 폭망하고 나니까 과연 내가 대세가 뭔지 알고 있나라는 생각이 들더라. 나는 99점짜리라 생각하고 만들었는데 관객은 70점짜리라고 보고, 그 와중에 일부러 아는데도 틀린 부분을 그냥 두면 50점짜리가 돼버리더라. 그 이후 '대세에 지장 없다'라는 소리를 내가 하게 되면 100% 영화가 망하는 것이라 생각해서 최소한 내가 아는 건 다 하자고 생각했다."라며 기본적인 태도를 완전히 바꾸게 된 쓰디쓴 데뷔작의 실패담을 고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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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마음으로 작업을 하니 언론시사를 한 이후에도 믹싱을 수정하고, 더 손볼 게 없나 또 들여다보게 된다고. 그런 김성훈 감독에게 스태프들은 "그런 작업에도 시간과 돈이 들어가는데, 관객들은 그런 거까지 모를 거예요"라고 말렸지만 그는 "대세에 지장 없다는 말을 하면 우리 영화 망한다고 하지 않았냐. 아는 걸 다 해도 빈틈이 보일 수 있다"라고 우기며 후반 작업을 했다고 한다.

이 정도로 집요한 성격이니 영화 속에 등장하는 들개들도 그냥 현지의 개들이 아니라 실제 야생성이 있는 들개들로 섭외해 살벌한 장면을 만들어 낼 수 있었던 것. 그뿐만 아니라 영화의 주요 액션인 카 체이싱에서도 감독의 집념은 드러났다. 야간의 추격신을 찍기 위해 무려 14일 동안 같은 장면을 준비하고 촬영하기를 반복했다고. "해 질 무렵의 땅과 하늘이 명확하게 보이는 걸 찍고 싶었다. 그 타이밍이 하루에 딱 20분인데 그걸 찍기 위해서 낮부터 준비와 리허설을 하고 해가 지는 타이밍에 많이 찍어봐야 2 테이크를 가며 촬영을 했다. 그 장면이 영화에서 1분 정도 보이는데 한국 스태프 100여 명, 모로코의 스태프 150여 명이 모두 매달려 최대한의 컷을 얻어내려 했었다. 결국 그 장면을 만족스럽게 찍고 났더니 엄청난 보람과 쾌감이 있었고, 조연출을 포함한 모든 스태프들이 거의 크랭크업 한 것만큼 기쁘다며 환호를 했었다."라며 혀를 내두를만한 에피소드를 공개했다.

코로나 시기에 모로코에 가서 촬영을 했던 김성훈 감독은 "모로코에 대해 너무 좋은 기억이 생겼다. 이번에 내전 상태의 베이루트를 찍어야 했기에 아름다운 모로코의 풍경을 못 찍고 쓰레기장이나 좁은 골목, 시골의 풍경만 많이 촬영한 게 너무 아쉬웠다. 너무 아름다운 사막도 있고 풍광도 좋은 곳이었고 인프라가 뛰어난 곳이었는데 다음에 또 기회가 된다면 꼭 모로코로 가서 찍고 싶다."라며 상상했던 그림들을 담을 수 있는 좋은 환경을 갖춘 모로코를 이야기했다.

실종된 동료를 구하기 위해 레바논으로 떠난 외교관 ‘민준’과 현지 택시기사 ‘판수’의 버디 액션 영화 '비공식작전'은 8월 2일 개봉한다.

iMBC 김경희 | 사진제공 (주)쇼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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