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기업 R&D 투자 절반이 삼성전자 몫…전경련 "너무 쏠렸다"

전경련, R&D 상위 2500개 기업 분석
삼성전자 49.1%···주요 5대 기업 75% 달해

윤석열 대통령이 4월 4일 충남 삼성디스플레이 아산캠퍼스에서 열린 삼성디스플레이 투자협약식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등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국내 기업이 연구개발(R&D)에 투자한 액수의 절반은 삼성전자의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를 포함해 상위 5개 기업의 R&D 투자액이 전체의 75%에 달하는 등 쏠림 현상이 심각해 대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25일 전국경제인연합회가 2021년 12월 기준 글로벌 R&D 투자 상위 2,500개 기업을 분석한 결과 한국 기업의 R&D 투자액 중 삼성전자의 비중은 절반에 가까운 49.1%를 차지했다. 한국의 1위 기업에 대한 투자 집중도는 미국(6.3%), 중국(10.0%), 독일(17.1%), 일본(7.6%), 영국(21.7%), 프랑스(19.8%) 등 주요국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았다.

삼성전자를 비롯해 SK하이닉스, LG전자, 현대자동차, LG화학 등 상위 5개 기업으로 범위를 넓혀도 이들 기업의 R&D 투자액이 우리나라 전체 기업 R&D의 75.5%에 달해 극심한 쏠림 현상을 보였다. 주요국의 상위 5대 기업에 대한 의존도는 미국 23.7%, 중국 22.2%, 일본 26.1%에 그쳤다.

글로벌 R&D 투자 상위 2,500개 기업 중 한국 기업은 53개(2.1%)로 전체 41개 국가 중 9위였다. 미국 기업이 822개(32.9%)로 가장 많았고 중국 기업이 678개(27.1%)로 뒤를 이었다. 이어 일본(233개), 독일(114개), 영국(95개), 대만(84개), 프랑스(57개) 등 순이었다.

기업 쏠림 현상 국가간 R&D투자 격차 벌려

2021년 말 기준 글로벌 2,500개 기업의 R&D 투자액은 전년보다 16.9% 늘어난 약 1조 2,032억 달러였다. 미국(4,832억 달러‧전체 투자액의 40.2%) 중국(2,155억 달러‧17.9%) 기업의 R&D 투자액이 전 세계 R&D 투자액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한국은 377억 달러(3.1%)로 6위를 기록했다.

R&D 투자를 일부 기업에 의존한 결과, 국가 간 R&D 투자 격차가 크게 벌어졌다. 전경련이 R&D 상위 2,500개 기업 집계를 처음 시작한 2013년 말과 비교해 2021년 말 한국 기업의 R&D 투자액은 218억 달러에서 377억 달러로 약 1.7배 늘어나는데 그쳤다. 반면 중국 기업 R&D 투자액은 같은 기간 224억 달러에서 2,155억 달러로 9.6배 늘었고, 미국 기업 R&D 투자액도 2,129억 달러에서 4,837억 달러로 2.3배 늘었다.

추광호 전경련 경제산업본부장은 "주요국은 R&D 투자 세액 공제율을 상향하고 공제 한도를 확대하는 등 투자 인센티브를 강화하고 있다"며 "산업 전반에 걸친 R&D 투자 활성화와 1위 기업에 대한 쏠림 현상 완화를 위해 정부 차원의 인센티브 확대 정책 등 적극적 투자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윤주 기자 misslee@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