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꼴 당하려 교사됐나"… `주먹질과 폭언` 교사 99%가 당했다

초등학교 교사 설문결과 '경악'
'학부모 민원' 최다…성희롱도

계속되는 추모 발걸음 (서울=연합뉴스) 류영석 기자 = 24일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를 찾은 시민들이 고인이 된 교사 A씨를 추모하고 있다. 2023.7.24 ondol@yna.co.kr (끝)

학생은 욕설에 성희롱까지, 학부모는 막말과 함께 폭행을 저지르는 경우도 있었다. 교육 당국이 학생 인권을 강조하는 동안 정반대로 심각할 단계에까지 이른 교권 침해 사례들이다.

이와 관련해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거의 모든 초등학교 교사들이 겪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설문조사 결과가 25일 나왔다.

전국초등교사노동조합이 21∼24일 전국 초등교사 239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교권 침해를 당한 적이 있다는 응답이 전체의 99.2%인 2370명에 달했다.

교권침해 유형을 보면 '학부모의 악성 민원'이 49.0%로 가장 많았다. 그 뒤를 이어 '정당한 생활지도에 대한 불응·무시·반항'(44.3%), '학부모의 폭언·폭행'(40.6%), '학생의 폭언·폭행'(34.6%) 등이었다.

초등교사노조는 교권침해와 관련된 구체적인 사례도 접수했다. 그 결과 불과 4일 만에 교사 2000여명이 참여했다. 접수된 내용 중에는 교사의 인격을 심각하게 모독하는 학부모 폭언이 여럿 포함돼 있었다.

A 교사는 학부모와 상담하는 날 여러 명한테서 "올해 결혼할 계획이 있나, 혹시 계획이 있다면 학기 중에는 수업 결손이 생기니까 방학 때 했으면 좋겠다"는 말을 들었다고 밝혔다.

학부모 중 한 명은 학교로 찾아와 본인의 자녀가 따돌림을 당했다면서 교사에게 "애는 낳아봤냐"고 항의하는 일도 있었다고 한다.

학생들한테서 당하는 인권 침해도 심각한 수준이었다.

친구를 가위로 찌르려는 학생을 교사가 제지하자, '왜 본인만 제지하냐'고 분노하면서 교사에게 여러 차례 주먹질을 했다는 사례도 접수됐다.

학생이 수업 중에 큰 소리로 "아, 재미없어. 이거 왜 하냐, X같네" 등의 욕을 한 사례도 있었다. 한 학생은 교사에게 "공무원이 나랏돈 받고 뭐 하는 거냐. 자격이 있냐. 여기 있는 이유가 뭐냐" 등의 막말을 욕과 함께 퍼붓기도 했다. 심지어 학생이 몰래 교사를 촬영해 단체채팅방에 올린 뒤, 성희롱을 일삼은 사건도 있었다.

정수경 초등교사노조 위원장은 "그동안 각종 악성 민원과 교권 침해, 아동학대 위협을 맨몸으로 감당해온 교사들이 무력감과 분노를 느끼고 있었다"며 "교사를 보호해 교육이 바로 설 수 있게 해 달라"고 말했다. 박양수기자 ysp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