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켈리'로 맥주 1위 노리는 하이트진로…"뜨거운 생산 열기"
테라·켈리 생산비율 7대3…"쌍끌이 전략으로 맥주시장 선도"
[홍천=뉴시스] 류난영 기자 = "켈리(Kelly) 출시 당시 제기됐던 '카니발리제이션(자기시장 잠식)'이 일어나지 않았다고 들었는데, 맥주 생산 과정에서도 실제 이를 체감하고 있습니다."
지난 20일 찾은 하이트진로 강원공장은 강원 홍천군 도둔산 자락 아래 홍천강을 끼고 자리잡고 있었다. 16만평 규모의 청정 지역에 지어진 이 공장은 연간 50만㎘의 맥주를 생산할 수 있는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이곳은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에는 맥주의 제조 공정 등 다양한 볼거리와 함께 견학 이후 갓 생산해 낸 맥주를 시음할 수 있어 매년 2만 명의 방문객이 방문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90년의 맥주 제조 노하우로 세계적 수준의 맥주 제조 기술을 보유하고 있어 외국 양조 기술자들도 견학을 올 정도다.
현재는 공장 견학이 중단된 상태로, 하이트진로는 재개를 앞두고 3년 반 만에 처음 강원공장을 언론에 공개했다. 시설 정비를 마친 후 조만간 일반인 견학을 재개할 예정이다.
하이트진로는 테라 출시 이후 오비맥주에 빼앗긴 맥주 시장 1위를 탈환하기 위해 4년 만에 '켈리'를 내놓는 등 '쌍끌이 전략'을 펼치고 있다. 하이트 진로는 국내 맥주 시장에서 2012년 오비맥주에 왕좌를 내준 후 줄곧 2위에 머물러 있다.
출시 초기지만 생산 현장에서도 켈리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다. 현재 강원공장에서 켈리와 테라의 생산 비율은 3대 7 정도다.
아직은 기존 맥주인 테라의 생산량이 압도적으로 많지만, 켈리가 국내 맥주 시장에서 인기를 끌면서 켈리 생산량은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맥주의 주원료인 맥아가 우리가 마시는 맥주로 만들기 까지는 보통 25~30일 가량 걸린다.
보리가 저장된 거대한 사일로에 저장된 보리의 싹을 내 건조시키면 맥아가 된다. 맥아를 분쇄해 따뜻한 물을 넣고 가열하면 단맛의 맥즙(麥汁)이 만들어진다.
맥아즙에서 쓴맛의 탄닌 성분과 단백질을 분리해내는 '자비' 과정을 거친다. 이후 냉각기로 급랭시켜 발효 과정을 거치면 맥주가 만들어진다.
저장 일수는 국가마다 다르지만, 국내에서는 최소 20일 이상 발효·저장한다. 강원공장에는 모두 108개의 저장 탱크가 있다. 저장탱크 한 대의 저장 용량은 60만ℓ로 성인 한 사람이 하루에 10병씩 마신다고 할 때 330년 동안 마실 수 있는 양이다.
이곳에선 500ℓ 병 기준으로 1분 당 맥주가 7080병씩 생산되고 있었다. 하루 8시간 기준으로 한 달 생산되는 맥주는 340만 케이스다. 1케이스는 500ℓ 병 20개 기준으로 1만ℓ다. 산술적으로 하루에 340만병씩 생산이 가능한 수준이다.
이택인 하이트진로 품질관리팀 팀장은 "주 52시간 등 여러 가지 제약 사항 등이 있기 때문에 공장 케파는 크지만 실제 생산량은 그 보다 작다"고 설명했다. 하이트진로에 따르면 올 1분기 강원공장의 가동률은 56.4%다.
각처에서 수집된 맥주병도 이곳에서 자동화 과정을 거쳐 7~8차례 가량 재사용된다. 자동화설비를 따라 1분에 1000병씩 선별기를 거친다.
외부 접촉 등으로 하얗게 변하는 현상(스커핑)이 기준 이상으로 진행된 병이나 변형된 병은 6대의 폐쇄회로 카메라를 통해 걸러진다. 이렇게 걸러져 버려지는 병은 하루 생산량의 2% 정도 수준이다.
합격 판정을 받은 병들은 35분간 깨끗하게 세척되는 과정을 거친다. 이후 살균을 거친 병들은 외부와 밀폐된 맥주 주입 공정으로 이동한다.
최종 주입 공정은 외부와 철저하게 분리돼 밀폐시켜 놓는다. 비열처리 맥주가 저온에서 담기기 때문에 주입 과정에서 혹시라도 있을 세균의 침입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생산 과정에서도 켈리 출시 이후 한 기업에서 새로 출시하는 상품으로 인해 기존에 판매하던 다른 상품의 판매량이 줄어드는 '카니발리제이션'이 실제 없음을 체감하고 있다.
김태영 하이트진로 주류개발팀장은 "보통 한 가지 브랜드만 밀면 생산 역시 하나에만 집중하는데 기존 제품 테라가 각 라인에서 생산량을 유지해 주고 있고, 켈리까지 더해져서 체감상으로 성수기보다 더 힘들다고 느껴진다"고 말했다.
켈리는 100% 덴마크 프리미엄 맥아를 사용하고 두 번의 숙성을 거쳐 만들어진 맥주다. 이곳 강원공장과 전주공장 두 곳에서 생산된다. 켈리를 만들 때 가장 힘들었던 점은 두 가지 맛을 함께 담는 것이었다.
김 팀장은 "켈리는 대중들이 좋아하는 부드럽고 풍부한 맛과 이와 상반된 개념인 청량한 맛과 탄산감인데 두 가지를 함께 구현하는 게 상당히 어려웠다"며 "두 가지 맛을 함께 담기 위해 128종의 시제품을 만들어 소비자를 상대로 테스트를 거쳐 부드럽고 목으로 넘길 때는 탄산감이 강렬한 맛을 구현했다"고 말했다.
강원과 전주 공장 두 곳에서 만들어 지고 있어 물에 따라 맛도 달라질 수 있는 만큼 균일한 맛을 내기 위한 노력도 하고 있다.
물은 하천수를 쓰고 있지만 고정밀여과공법을 통해 모두 수(水) 처리해 양조해 사용한다. 또 필요한 미네랄은 강원, 전주 동일하게 공장별로 첨가해서 전체적으로 동일한 스펙으로 관리하고 있다.
올해 100주년을 앞둔 하이트진로는 신제품 '켈리'에 공을 들이고 있다. 오비맥주에 뺏긴 1위를 탈환하기 위해서는 기존 테라만으로는 어려운 만큼 켈리 마케팅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올 4월 선보인 켈리는 출시 99일 만에 1억병 판매를 돌파하는 등 국내 맥주 시장에서 돌풍을 이어가고 있다.
이달 11일까지 330㎖ 기준으로 누적 판매 330만 상자, 1억병 판매를 달성했다는 설명이다. 이는 초당 11.7병식 판매된 꼴로 20세 이상 국내 성인(4328만명 기준) 1인 당 2.3병 마신 양이다.
켈리는 출시 36일 만인에 100만 상자를 판매하며 최단기간 판매를 기록하기도 했다. 서울·대구·부산 등 3곳에서 동시 선보인 팝업스토어 '켈리 라운지'는 8만여명이 찾았을 정도다.
켈리 출시로 기존의 인기 라거인 테라 판매량이 잠식하는 이른바 '카니발라이제이션' 예상도 빗나갔다.
통상 신제품이 나오면 기존 맥주 판매량이 감소하지만 테라는 켈리가 첫선을 보인 4월 한 달 동안에만 전년 동월 대비 두 자릿수 매출 증가세를 보였다.
또 지난 6월 하이트진로의 유흥 및 가정 시장의 전체 맥주 부문 판매도 켈리 출시 전인 3월 대비 33% 가량 상승했다. 올 2분기 판매량도 전년 동기 대미 약 12% 증가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you@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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