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제1야당 대표 “극우 AfD와 기초지자체 수준 협력 가능”···역풍 일자 발언 철회
최근 유럽에서 극우 정당들의 영향력이 강해지는 가운데 앙겔라 메르켈 전 총리가 소속된 독일 제1야당 대표가 극우정당과 협력할 수 있다고 말했다가 거센 비판에 부딪히자 발언을 철회했다.
24일(현지시간) 프랑크푸르트알게마이네차이퉁(FAZ) 등 독일 언론에 따르면, 독일 제1야당인 기독민주당(CDU)의 프리드리히 메르츠 대표는 전날 공영 ZDF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지난달 극우 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 소속 후보가 튀링겐주 소도시 조넨베르크 시장으로 뽑힌 것과 관련해 “AfD 소속 후보가 기초지자체 의장 또는 시장으로 선출된다면 당연히 해당 지자체에서 함께 일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메르츠 대표의 이 같은 발언은 독일 기성 정당 최대 금기 중 하나를 깬 것이다. 나치의 악몽을 경험한 독일 기성 정당들은 극우 성향인 AfD와는 어떤 형태의 협력도 거부하는 ‘방화벽’을 구축해왔다.
메르츠 대표는 ‘방화벽’을 포기하는 것이냐는 질문에 “포기하지 않았다”면서도 “민주적 투표 결과를 수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연방의회, 주의회, 유럽의회 차원의 협력은 제명 요건에 해당하지만 기초지자체 수준의 협력은 예외라고 말했다.
제1야당 대표의 ‘선’을 넘는 발언에 다른 정당은 물론이고 당 내부에서조차 비판이 제기됐다.
집권 사회민주당(SPD)의 디르크 비제 원내부대표는 “옛 동독 지역 주의회 선거를 1년 앞두고 방화벽의 근본을 흔드는 야당 대표의 발언은 충격적”이라며 “이는 이미 극우정당과의 협력에 눈독을 들이던 동독 지역 기민당 인사들에게 무임승차를 허용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CDU 소속인 카이 베그너 독일 베를린시장은 24일 트위터를 통해 “AfD는 반대와 분열밖에 모른다”면서 “기민당은 증오와 분열, 배제를 사업 모델로 하는 정당과 함께 일할 수 없다”고 말했다.
당 안팎의 비판이 이어지자 메르츠 대표는 24일 트위터를 통해 “다시 한번 분명히 말하건대 CDU는 AfD와 지자체 수준에서 협력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발언을 철회했다.
AfD는 2013년 반유럽연합(EU)과 반이민 등을 내걸고 창당된 극우 정당이다. 2017년 총선에서 처음으로 연방의회에 진입했다.
독일 빌트암존탁이 여론조사기관에 의뢰해 지난 17~21일 유권자 126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22%를 기록해 1위인 CDU·CSU(기독사회당) 지지율(26%)과 불과 4%포인트 차이를 나타냈다.
유럽에서는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중 약화됐던 극우 정당들이 최근 유럽으로 향하는 이주민이 증가하면서 다시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지난해 이탈리아에서 극우 성향인 ‘이탈리아형제들’이 정권을 잡았고, 지난 6월 핀란드에서는 극우 성향 핀란드인당이 집권연정에 참여했다. 스웨덴에서는 극우 성향 스웨덴민주당이 연정에선 배제됐으나 원내 2당으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오스트리아에서도 극우 정당이 여론조사 선두를 달리고 있다.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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