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리주의 유대교가 이스라엘 사법 개혁 갈등 일으켰다"

강영진 기자 2023. 7. 25.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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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활동 않고 종교 학습만 몰두...군복무도 거부
군복무 면제법, 대법원이 퇴짜놓자 사법개혁 추진
각종 지원 누리며 직업교육 외면...“경제 쇠퇴시켜”
[서울=뉴시스]이스라엘 사법 개혁의 근저에는 유대교 원리주의자들의 목소리가 커지는 것이 작용하고 있다. (출처=이스라엘 민주주의 연구소) 2023.7.25.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이스라엘 정부의 사법 개혁 시도에 따른 분란은 종교를 이용해 기본권을 제한하려는 유대교 원리주의자들의 과격한 시도가 그 배경이라고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최근 보도했다.

이스라엘 시민은 남녀 구분 없이 18살부터 2~3년 동안 군복무 의무를 지닌다. 그러나 극우 정통파 유대교인들은 군복무 이행에 지속적으로 반대해왔다. 이들이 정치적 힘을 키우면서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의 리쿠르당과 함께 사법개편을 밀어붙이고 있다.

이처럼 이스라엘의 갈등을 이스라엘의 정체성의 핵심과 관련된 사안이다. 이스라엘이 현대적 자유민주주의 국가라고 믿는 대다수 일반 이스라엘 국민들은 사법 개편이 종교적으로 기본권을 제하려는 세력이 커지는데 따른 것으로 보고 있다.

이스라엘 민주주의 연구소 길라드 말락은 “일반 사회는 완전한 현대 국가를 바라지만 극우정통파는 강력한 종교국가를 원한다”고 지적했다.

출산율 일반의 2배...곧 인구 3분의 1 차지

결혼해 6명의 자녀를 둔 원리주의 유대교도 여호수아 메누친(40)은 일정한 직업을 없으며 신을 두려워 하는 하레디(Haredi)임을 자처한다. 그와 같은 사람들은 대부분 일정한 직업이 없으며 종교 학습에 몰두한다. 자신들이 유대 전통을 보존하고 하나님이 이스라엘을 지켜주도록 함으로써 국가에 기여한다고 주장한다.

메누친은 “나도 다른 사람 못지않게 희생하고 있다. 세상의 즐거움을 외면하고 식당에도 가지 않으며 영화도 보지 않고 클럽에도 가지 않는다. 일생에서 많은 것을 포기했다”고 말했다. 메누친과 같은 하레디들은 군복무를 기피한다.

이스라엘 대법원은 두 번이나 하레딤의 군복무 면제 법안을 무효화했다. 일부 주민에 특권을 부여한다는 이유에서다. 대법원은 다만 일시적 군 면제를 허용하고 정부가 해결방안을 마련하라고 주문했다.

대법원의 이 결정으로 원리주의 유대교 신도들과 자유주의 세력의 보루인 대법원 사이에 갈등이 생겼다. 대법원은 이스라엘 내 아랍 시민들, 여성과 성소수자의 권리를 신장하는데 앞장서왔다.

연립정부 구성 핵심 세력으로 요구 관철

하레디들이 2개 정당을 결성해 120석 의석 중 18석을 차지하면서 집권 리쿠르당에 이어 두 번째 정치세력으로 부상했다. 특히 네타냐후의 연립정당에 합류하면서 연립정부가 64석을 차지할 수 있도록 하는데 핵심 역할을 하면서 연립정부에서 자신들의 요구를 관철해왔다.

네타냐후 총리는 사법부에 맞서는 정부 공직자들의 권력을 강화하기 위해 사법 개편을 시도해왔다. 정부 결정을 뒤집을 수 있는 대법원 권한을 폐지하고 의회 다수당이 판사 과반수를 지명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지난 3월 하레디들 최대 거주 도시인 브네이 브락에서 하레디의 군복무 이행을 촉구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하레디들은 시위대를 향해 “타락한” 군에서 절대 복무하지 않을 것이라고 쓴 삐라를 살포했다.

군복무 이외에도 이스라엘 국민 다수가 하레디들의 생활 방식이 이스라엘 발전을 저해하는 것으로 믿는다. 하레디 남성의 절반 가량이 직업이 없으며 부인의 수입과 기부금, 정부 지원에 의지하면서 종교 학습에만 몰두하기 때문이다. 하레디 남성 1인당 자녀수가 평균 6.5명에 달해 전체 출산율의 2배를 넘는다. 전 인구의 13.3%를 차지하는 하레디들의 인구가 빠르게 늘면서 2065년 전 인구의 3분의 1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레디들은 또 정치적 영향력을 활용해 지방세를 감면과 유아지원 보조금, 저소득 계층에 대한 주택 임차료 지원 등을 확대해 왔다. 이들 혜택은 모든 이스라엘 시민들에게도 적용되지만 주로 저소득층인 하레디들에 집중돼 왔다. 14만 명에 달하는 하레디 대학생 학비도 전액 면제되고 있다. 반면 하레디들의 납세액은 비 하레디 주민들의 3분의 1 수준이다. 또 하레디의 자녀들은 일반 교육을 완전히 배제하고 종교 학습에만 집중함으로써 직업을 가질 준비를 전혀 하지 않는다.

지난 5월 이스라엘 경제학자 200 이상이 네타냐후 총리 앞으로 보낸 서한에서 현 추세를 지속하면 이스라엘이 “제3세계 국가”로 전락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일반인 공공 생활에도 종교적 규제 확대

하레디들은 또 공공생활에서 종교의 영향력을 확대해왔다. 네타냐후 총리가 재집권한 뒤 유대교 안식일에는 병원에도 빵을 공급하지 못하도록 하는 법안이 통과됐다. 공공장소에서 남녀를 분리하도록 하는 법안도 추진하고 있다. 이들은 유대인의 결혼과 이혼을 관장하는 정부기구 라바누트를 장악했다. 라바누트는 비 정통파 유대인들과 줄곧 대립해왔다. 하레디들은 또 유명 유대교 성지 관리권도 장악했다.

메누친은 학비 면제, 정부 지원금, 미국의 기부금, 가족과 친지들의 무이자 대출금으로 생활하고 있다. 부인 드보라는 거의 집안 일만 하고 있고 유대교 민속품을 만드는 일로 약간의 돈을 벌고 있다.

메누친이 돈을 벌 수 있는 기회는 저녁 설교가 전부다. 청중들 일부가 기부금을 내는 것이다. 그는 얼마 안되는 기부금을 주로 유대교 경전 토라가 담긴 가죽 상자를 수리하고 유대교식 머리 스타일을 다듬는데 쓴다.

방 3개 짜리 아파트에 사는 메누친의 자녀들이 방 2개를 나누어 쓴다. 모두 사내 아이들이다. 가구는 전부 중고품을 산 것이다.

매일 아침 일찍 일어나 검은색 바지와 흰 셔츠를 챙겨 입고 오전 7시엘 열리는 기도회에 나간다. 아침 식사 뒤 유대교 학교로 가 유대교 법의 근간인 탈무드를 공부한다.

메누친과 자녀들 모두 일반 학교를 8학년까지만 다녔다. 영어를 전혀 모르며 기본적인 덧셈 뺄셈만 가능하다. 살아가는데 필요한 전부라고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yjkang1@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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