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CB 불공정 거래로 840억원 '꿀꺽'…혐의자 33인 검찰 이첩

"코로나 테마사업으로 현혹하고 미공개 정보로 시세조종 나서기도
금감원 기획조사 중간결과 발표

사모CB 악용 불공정거래 주요 유형. 부정거래(금융감독원 제공)

(서울=뉴스1) 박승희 기자 = 금융감독원은 사모 전환사채(CB)를 악용해 840억원 규모의 부당이득을 챙긴 불공정거래 혐의자 33인을 검찰에 이첩했다고 25일 밝혔다.

금감원은 올해 1~6월 중 불공정 거래가 의심되는 조사대상 40건을 발굴, 이 중 14건에 대한 조사를 완료했다. 조치를 마친 11건의 부당이득 규모는 합계 약 840억원 상당이며, 불공정거래 전력자 등 혐의자 33인을 검찰에 이첩했다. 나머지 3건은 최종 처리 방안을 심의 중이다.

조사 완료된 사안의 혐의 유형(복수 혐의 각각 산정)은 △부정거래 10건 △시세조종 3건 △미공개정보 이용 3건으로 나타났다. 우선 코로나19 관련 사업 등 허위의 신규 사업 진출을 발표하거나 대규모 투자유치를 가장하여 투자자를 기망하는 부정거래 혐의가 10건으로 가장 많았다. CB 전환주식을 고가에 매도할 목적으로 부정거래와 함께 초기 주가 모멘텀을 형성하기 위해 시세 조종을 한 경우도 3건 포착됐다. 악재성 중요정보를 이용해 주가 급락 전 전환 주식을 사전에 매도하는 등 미공개정보 이용 혐의도 3건으로 조사됐다.

조사 결과 조사대상 40건 중 25건(62.5%)에서 혐의자 중 상습 불공정 거래 전력자와 기업사냥꾼이 다수 연루된 것으로 나타났다.

사모CB가 자본시장 중대 교란사범의 부당이득 편취를 위한 주요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는 것이 금감원 설명이다. 사모CB 발행 당시 유행했던 테마사업 신규 진출로 투자자들을 현혹하거나, 사모CB 등을 통한 대규모 투자유치를 가장한 사례도 있었다.

불공정거래 세력이 투자조합 또는 투자회사를 통해 사모CB 등을 인수하는 사례도 27건에 달했다. 이를 통해 실제 인수주체를 은폐하고 자금추적을 어렵게 하는 동시에, 정상적인 기업 인수나 투자 유치로 위장한 것이다.

금감원은 조사대상 기업 39개 사 중 29개 사(74.4%)에서 상장폐지, 관리종목 지정, 경영악화 등으로 투자자 피해를 야기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관련 종목 중 현재 상장폐지된 기업은 4개 사, 관리종목 지정 기업은 14개 사로 집계됐다전 연도 대비 매출액 또는 영업‧순이익이 30% 이상 감소하는 등 경영상황이 악화된 기업도 11개 사에 달했다.

금감원은 "보강된 조사 인력을 집중해 더욱 속도감 있게 기획 조사를 진행하는 한편, 공시‧회계‧검사 등 자본시장 부문 공조 체제를 활용해 불공정거래 카르텔을 끝까지 추적하여 엄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금융위원회와 협업해 사모CB가 건전한 기업 자금조달 수단으로 정착될 수 있도록 제도개선도 추진할 계획이다.

seunghe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