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의 ‘방탄’은 8월에도 가능할까 [김지현의 정치언락]

김지현 기자 2023. 7. 25.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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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들어봐. 일단 7월 29일이면 7월 임시국회 회기가 끝나. 그러면 그때부터 8월 16일 결산 국회까지는 국회가 안 열려 있는 거야. 그때 검찰이 구속영장이 치면 국회의원이고 나발이고, 일반 사람들이랑 똑같이 영장실질심사 받아야 하는 거잖아.

그러면 검찰이 일단 윤관석, 이성만 (의원)부터 영장을 치는 거지. 송영길 (전 대표) 보좌관도 구속기소 되고 검찰이 요즘 돈 봉투 사건에 바짝 속도를 내고 있더만.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지난번에 체포동의안 설명할 때 민주당 의원 20명 정도가 돈 봉투를 받았다고 했잖아. 윤관석이나 이성만 중 한 명만 잡혀 들어가도, 그 건이랑 조금이라도 관련 있는 20명은 벌벌 떨리지 않겠어?

요즘 게다가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쪽도 난리잖아. 이재명(대표)에 쌍방울 대북 송금 계획 보고했다고 진술 바꿨다면서. 그럼 검찰이 어떻게 하겠어. 이재명 불러야지. 7월 25일이 이화영 재판이니까 8월 초에는 조사 한번 해야지. 그러고 나서 8월 16일에 국회가 열리겠지? 그때 딱 검찰이 진짜 얄밉게 이재명에 대해서 구속영장을 치는 거야. 그때는 국회 회기 중이라 이재명이 아무리 자기는 불체포특권을 포기했다지만 절차상 본회의에서 체포동의안 표결을 하긴 해야 해. 그때가 진짜 민주당 비극의 서막인 거야.

물론 이재명은 자기가 이미 불체포특권을 포기하겠다고 선언했으니까 ‘가결해달라’고 하겠지. 근데 돈 봉투 받은 20명 의원은 나름대로 셈법이 복잡할걸. 그 사람들 입장에선 섣불리 이재명 건을 가결해버리면, 나중에 자기들한테도 영장이 날아오면 그땐 정말 빼도 박도 못하고 잡혀갈 수도 있는 거잖아. 결국 이게 다 같이 불안해져서 서로 지켜주는 모양새가 될 수 있다니까. 그래서 이번 8월이 민주당에는 진정한 ‘방탄 시험대’라는 거야.”

최근 사석에서 만난 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그냥 의원들 사이 도는 소문”이라며 해준 이야기입니다. 물론 모두 ‘상상’을 전제로 한 ‘설’이라고 했습니다만, 여의도에서의 상상은 현실이 될 때가 많죠.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6월 19일 오전 국회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고 있다. 이 자리에서 이 대표는 예고된 대본에 없던 불체포특권 포기를 깜짝 선언했다. 뉴스1

사실 이재명 대표가 지난 6월 19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불체포특권 포기를 깜짝 선언할 때만 해도 민주당 내에선 ‘이재명 사법리스크가 다 끝났나 보다’라는 해석이 많았습니다. 본인도 충분히 시점을 계산해서 던진 카드였을 거란 거죠. 하지만 역시 ‘다이내믹 코리아’에선 그 직후로 참 많은 일이 이어졌죠.

일단 김은경 혁신위원회가 나머지 의원들에게도 모두 불체포특권 포기를 선언해줄 것과 체포동의안이 국회로 넘어올 경우 당론으로 가결할 것을 요구했다가 거센 반발을 샀습니다.

한 중진 의원은 “솔직히 말해서 불체포특권은 이재명이 당 대표되기 전에는 사실 거의 쟁점이 된 적이 없는 사안이었다. 심지어 이재명 본인은 이미 불체포특권을 활용해 한 번 방탄에 성공하지 않았는가. 그래 놓고 인제 와서 왜 나머지 의원들한테는 보장된 헌법적 권리를 포기하라 하는가?라고 하더군요.

이런 공개 반발이 이어진 탓에 7월 13일 의총에서는 결의안이 한 차례 부결도 됐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의원들이 13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이날 민주당은 혁신위원회가 제1호 쇄신안으로 요구한 의원 전원의 불체포특권 포기 결의를 추인하려고 했지만, 의원들의 반발로 실패했다. 뉴스1
그러자 ‘역시 더불어방탄당’ 등의 비판 여론이 거세졌고, 앞서 ‘불체포특권 포기’ 서약서를 의원들에게 돌린 국민의힘은 기세등등하게 민주당을 몰아붙였습니다.

“이재명 대표의 공약이었음은 물론, 얼마 전 대표 연설을 통해서 ‘불체포 특권을 내려놓겠다’던 큰 소리는 바람처럼 사라졌다. 민주당은 불체포 특권을 내려놓는 것을 왜 이렇게 두려워하는가? 지은 죄가 많아서 도저히 포기할 수 없는 것은 아닌가.” (국민의힘 김민수 대변인)

“지금 민주당이 보여주는 혁신의 실체는 ‘불체포특권 사수’와 ‘당 대표 들러리’에 지나지 않는다.”(국민의힘 문종형 상근부대변인)

결국 민주당 원내지도부는 반기를 들었던 의원들에게 전화로 설득작업에 나섰죠. 여기에 비명(비이재명)계 의원 31명과 당내 최대 의원 모임인 ‘더좋은미래’가 불체포특권 포기 선언문을 내면서 동료들을 압박하고 나선 끝에 7월 18일 의원총회에서야 “정당한 영장 청구에 대해서 불체포특권을 내려놓겠다”는 발표가 이뤄졌습니다. ‘정당한’의 판단 기준은 “국민 눈높이”라죠. 이마저도 ‘의원 전원’의 동의가 필요한 ‘당론 채택’이나 ‘서약’이 아닌 ‘다수 의원’의 동의만 있으면 채택이 가능한 ‘결의’ 방식이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박광온 원내대표가 1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원내지도부의 간곡한 호소에 이날 민주당은 ‘정당한 영장 청구에 대해선 불체포특권을 내려놓겠다’고 의견을 모았다. 뉴시스
우여곡절 끝에 민주당이 불체포특권 포기를 선언했건만 정말 하루 만에 검찰발 리스크가 또 한 번 훅 들어왔습니다. 쌍방울 그룹의 대북 송금에 연루된 혐의를 전면 부인하던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이재명 당시 경기지사도 쌍방울의 방북 비용 대납을 사전에 보고 받아 알고 있었다”고 진술을 번복한 사실이 19일 전해지면서입니다. 이 전 지사는 이틀만인 21일엔 자필로 쓴 옥중편지를 통해 “쌍방울에 이 대표 방북 비용 대납을 요청한 적이 없다”고 또 말을 바꾸는 등 오락가락하는 중입니다.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지난해 9월 경기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법에서 열리는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기 위해 수원지검 청사로 들어서는 모습. 동아일보 DB
당 관계자는 “검찰이 당 대표가 불체포특권을 내려놓겠다고 발표한 시점 및 검찰 인사 시기, 윤석열 대통령의 정치적인 상황 등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던진 것 같다”며 “이런 게 분열을 조장하고 불안감을 조성하니까 당에는 또 위기가 될 것이다. 당 차원에서 해야 할 게 많은 상황에서 다른 거 못하고 또 이쪽으로 관심이 쏠리게 됐다”고 우려했습니다.

당 지도부와 친명 진영에선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이 다시 청구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는 기류입니다. 한 친명 지도부 소속 의원은 “의도가 있는 수사이기 때문에 영장은 국회로 무조건 날아온다고 봐야 한다”고 했고, 친명 핵심 의원도 “검찰은 망신 주는 것이 목적이라 무조건 국회 회기 중 영장을 신청할 것이다. 한동훈 장관 입장에서도 국회에 직접 와서 또 한 번 혐의를 읊으려 하지 않겠나”라고 했습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6월 19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불체포특권 포기를 선언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듣고 있다. 한 장관은 “대한민국 사법시스템에 따라 그 절차 내에서 행동하겠다는 (이 대표) 말씀은 기존보다는 좋은 얘기가 아닌가 싶다. 다만 그걸 어떻게 실천할지는 잘 모르겠다”라고했다. 뉴스1
이 대표의 불체포특권 포기에 대한 의지는 존중하지만 그래도 ‘정당한 영장’이 맞는지를 당 차원에서 다 같이 들여다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벌써부터 나옵니다. 강선우 대변인은 SBS라디오에서 “이 대표가 이미 불체포특권 포기 입장을 밝혔기 때문에 그 입장은 존중해야 한다”라면서도 “그런데 그 (영장) 내용을 보고서는 (당내) 치열한 토론이 있을 것”이라고 했죠. 한 친명 의원도 “우리 입장에선 가결하는 게 맞다”라면서도 “정당한 영장인지는 물론 봐야 하겠지만, 이게 정당하다고 볼 순 없지 않나”라고 하더군요.

8월 중순이면 김은경 혁신위도 마무리 시점이라 지금보다도 더 시끌시끌할 테고, 9월 정기국회 전에 이낙연 전 대표도 뭔가 움직임이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여러모로 민주당의 8월은 어느 해보다 뜨거울 전망입니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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