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결정, 전문가에게 맡기라[포럼]

2023. 7. 25.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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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도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2.5% 오른 시간당 9860원으로 결정됐다.

이번 심의에서 가장 큰 쟁점은 시간당 최저임금이 1만 원을 넘느냐 여부였다.

최저임금 1만 원이라는 명분을 내 세웠지만, 올해 임금교섭에서 조직근로자의 이익에 기여할 수 있는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 민노총은 취약계층의 일자리를 포기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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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범 한성대 명예교수·경제학

내년도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2.5% 오른 시간당 9860원으로 결정됐다. 이번 심의에서 가장 큰 쟁점은 시간당 최저임금이 1만 원을 넘느냐 여부였다. 공익위원들이 표결 전에 제시한 최종 중재안도 (2023년보다 3.1% 높은) 1만 원보다는 낮은 9920원이었다. 국가 전체로 보면 승자는 없고 패자만 있다. 내년도 최저임금이 노동계가 최초 제시한 1만2210원(26.9%인상)보다 2350원 낮고, 경영계가 주장한 동결(9620원)보다 240원 높으니 경영계가 표정 관리를 한다는 보도도 있으나, 경영계는 작은 전투에서 승리했을 뿐이다.

이번 심의에서 민노총은 무책임한 민낯을 보여줬다. 최종 결정된 2.5% 인상은 공익위원이 제시한 최종 중재안 3.1%보다도 0.6%포인트 낮았다. 최저임금 1만 원이라는 명분을 내 세웠지만, 올해 임금교섭에서 조직근로자의 이익에 기여할 수 있는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 민노총은 취약계층의 일자리를 포기한 것이다. 최저임금을 15% 이상 올려 일자리 증가가 10만 명 아래였던 2018년 고용 참사의 교훈을 애써 외면했다.

박준식 최저임금심의위원장의 언급대로 “우리나라 최저임금은 아시아 각국 중 가장 높은 수준이고, 선진국과도 이미 비교할 만한 수준에 와 있다”. 문재인 정부 초기 너무 급격히 올렸기 때문이다. 2017∼2022년 우리나라의 최저임금 누적 인상률은 41.6%(주 30시간 이상 일하는 근로자 기준)로 법정 최저임금 제도가 없는 이탈리아를 제외한 주요 7개국(G7) 중 가장 높았다. 두 번째로 높은 캐나다는 32.1% 올랐다.

2025년 최저임금은 우선 업종별로 차등화해야 한다. 이미 너무 높아진 최저임금 수준에서 소상공인이 주로 하는 업종은 동결하는 게 바람직하다. 주휴수당을 고려하면 최저임금은 이미 1만 원을 넘어섰다. (문재인 정부 이전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던) 주 15시간 이상 일하면 줘야 하는 주휴수당 때문에 쪼개기 고용이 급속도로 늘어났다. 한 곳에 일하면서 받을 수 있는 급여를 두 곳에서 받아야 하는 알바생들도 불편한 일이다. 전국편의점가맹점협회는 최저임금 결정과 관련해 “일본을 능가하는 최고 수준의 임금으로 자영업과 일자리의 붕괴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취약계층 근로자를 보호하고 한계상황 소상공인의 불가피한 구조조정을 통해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다는 제도 도입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는 최저임금 결정 방식을 바꿔야 한다. 취약계층 근로자와 소상공인을 도외시하고 대기업 노사의 임금 교섭 전초전이 된 최저임금 제도의 운영을 정상화해야 한다.

올해 노동계는 인상 요구안을 11차례 수정하면서 26.9→ 26.1→ 19.9→ 10.4→ 10.0→ 4.2→ 3.95%로 최종적으로는 요구안을 대폭 낮췄다. 한국노총 측 위원들은 3.1% 인상의 공익위원 최종 중재안에 찬성했다. ‘정책임금’인 최저임금이 ‘교섭임금’이 된 잘못된 현실을 바로잡아야 한다. 전문가가 결정하고 노사가 의견을 제시하는 방식으로 바꿔 합리성을 제고하고 결정 과정의 불필요한 소모전도 끝내야 한다.

끝으로, 최저임금의 산입(算入) 범위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 최저임금에 포함되는 각종 수당이 제한적이어서 연봉이 5000만 원 넘는 대기업 근로자도 적용 대상이 되는 촌극이 벌어진다.

박영범 한성대 명예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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