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많은 곳을 찾아 신림까지 왔다니”…‘묻지마 칼부림’ 공포에 떠는 주민들 [김기자의 현장+]
번화가 상권 침체 ‘우려’
‘신림 흉기 난동’ 영상 온라인서 확산
유족 “사형이 가장 엄중한 처벌”

“힘들게 산 청년인데, 어떻게 사람이 흉기를 들고 사람을 찌를 수 있나”
부슬비가 내리던 24일 정오쯤 지하철 2호선 신림역 4번 출구 인근. 흉기난동 장소에 마련된 추모공간에 주민 20여명 모여 당시 범행 현장을 찾아 고인(故人)을 추모했다. 현장을 지나던 주민들은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묵념을 했다. 바닥에는 이들이 헌화한 수십개의 꽃과 소주·맥주·과자·떡볶이 등이 놓여있었다.
현장에 있던 주민 이(70대)모씨의 얼굴엔 불안감을 숨길 수 없었다. 이씨는 손에 든 핸드폰으로 추모공간 주변을 연신 촬영하며 “젊은 사람들이 저렇게 모질게 구나. 사람 목숨 귀한 줄 모른다”며 “열심히 살려고 발버둥 치는 사람을 도와주지는 못할망정”이라면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신림동 주민 박(20대)모씨는 “저 끝에 보이는 곳이 사는 집이고 현장 바로 앞이 버스정류장이라 이곳을 지나다닐 수밖에 없다”며 “뉴스를 보고 설마 여기서? 너무 소름이 돋았다”면서 말을 잇지 못했다. 함께 있던 김(30대)모씨는 “사람이 많아서 인천에서 신림까지 왔다 말에 정말 어이가 없다”며 “생각 할수록 끔찍하고 소름이 돋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추모공간 마련된 빈 상점 벽면에는 ‘내가 당할수도 있었던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졌다’ ‘엄중한 처벌을….’ ‘젊은 나이에 억울한 죽음을 당해 너무 안타깝고 슬프네요.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당신이 못다 한 청춘을 제가….’ ‘그곳에서는 하고 싶은 것 하며 행복하세요’ 고인을 추모하는 문구가 적힌 추모 글귀가 가득 붙었다. 희생자를 추모하려는 발걸음은 종일 줄을 이어졌고, 우산을 든 채 쪼그려 앉아 조의를 표하는 추모객도 있었다.
‘저는 신림에서 살고 있는 000입니다. 정말 너무 생각만 해도 가슴 아프고 너무 끔찍한 일이 벌어져 속상합니다’ ‘다음 생엔 꼭 이런 비극 없는 세상에 태어나길 꼭 기도하겠습니다’ 등 고인에 대한 미안한 마음을 담은 메모가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

현장을 찾은 주민들 사이에선 “힘들게 살았다는 청년인데” “사람이 칼을 들고 사람을 찌르나” 등의 말이 이어졌다.
◆ 불안감에 휩싸인 애꿎은 상인과 주민들
한국 국적의 조(33)모씨는 21일 오후 2시 7분쯤 4m 정도인 골목길 100m를 뛰어다니며 흉기를 마구 휘둘러 20대 남성 1명을 숨지고 30대 남성 3명에게 중상을 입혔다. 조씨는 첫 범행 6분이 자난 오후 2시13분 인근 스포츠센터 앞 계단에 앉아 있다가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조씨는 별다른 직업이 없고 피해자 4명 모두와 일면식도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조씨가 경찰에 밝힌 범행 동기는 “내가 불행, 남도 불행하게 만들고 싶었다”는 어이없는 이유에 시민들을 더욱 분노케 했다. 그는 폭행 등 전과 3범에다 법원 소년부로 14차례 송치된 전력도 있었다.
추모공간 인근에서 상점을 운영하는 최(50대)모씨는 “오랫동안 장사를 해 봤지만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 말을 못하겠다”며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라 누구라고 당할 수 있다”고 두려움을 숨길수 없었다.
시민들은 서울 한복판에서 평일 대낮에 흉기난동이 벌어져 사망자까지 발생한 데 대해 충격과 불안을 감추지 못한데다 범행 장면이 담긴 폐쇄회로(CC)TV 온라인상에서 영상이 무차별 유포되면서 인근 상인들과 주민들은 더욱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특히 조씨가 흉기를 휘두르고 달아나는 영상과 옷에 피를 흥건하게 묻힌 채 현행범 체포되는 영상이 여과 없이 유포되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관련 뉴스를 찾아보다 우연히 영상을 접했다는 강(20대)모씨는 “우연히 봤지만…. 차마. 유족들을 생각해서라도 빨리 삭제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이태원 참사 현장을 무분별하게 노출한 온라인 사진·영상 게시물에 대해 ‘정보통신에 관한 심의규정’을 위반했다고 보고 삭제·접속 차단 등의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유족 “사형이 가장 엄중한 처벌. 교화·개선 여지없다”
‘흉기 칼부림’의 피해자 유족은 조씨의 엄벌을 요구했다. 자신을 피해자의 사촌이라고 밝힌 김모씨는 지난 23일 국회 국민동의청원 홈페이지에 올린 게시글에서 “피의자를 절대 세상 밖으로 내보내지 말아달라 한다”며 “이번과 같은 억울한 사망자가 나오지 않도록 사형이라는 가장 엄중한 처벌을 요청한다”고 적었다. 이어 “이미 다수 범죄 전력이 있는 서른세살 피의자에게 교화되고 개선될 여지가 있다며 기회를 또 주지 않도록 관심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김씨는 피해자가 일면식도 없던 조씨에 의해 목숨을 잃었다며 “13회 흉기에 찔리고 목, 얼굴, 팔 등이 흉기에 관통됐으며 폐까지 찔려 심폐소생술(CPR)조차 받지 못하고 만 스물두살의 나이에 하늘의 별이 됐다”며 “얼굴부터 발끝까지 온몸에 남겨진 칼자국과 상처를 보고 마음이 무너졌다”고 심경을 드러냈다.
피해자는 수능을 3일 앞두고 암 투병으로 세상을 떠난 어머니와 외국에서 일하던 아버지를 대신해 아르바이트하며 동생을 챙겨온 대학생이라 게 김씨의 설명이다. 피해자는 신림동이 생활반경이 아니었지만 저렴한 원룸(통집)을 구하기 위해 혼자 부동산에 방문했다가 변을 당했다고 했다.

한편 전문가들은 조씨는 사이코패스 진단검사(PCL-R)를 받는다. 이날 경찰에 따르면, 서울 관악경찰서는 이날 오후 1시30분쯤 살인 및 살인미수 혐의를 받는 조씨에 대한 사이코패스 진단 검사를 실시할 예정이다. 검사 결과가 나오기까지는 통상 10일가량 걸린다. 조씨는 오는 28일 금요일에 송치될 예정이다.
글·사진=김경호 기자 stillcu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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