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소환된 ‘똘똘한 한채론’
시장 전반 아직 ‘마이너스’ 변동률
“선호지역 중심 상승세 이어질듯”
지난 18일 서울시 송파구 잠실동 ‘잠실엘스’ 전용면적 84.8㎡는 23억8000만원(15층)에 계약됐다. 올 4월 18억1000만원(21층)까지 빠진 뒤 떨어진 매매가를 단기간에 회복하고 있다. 이 아파트 같은 크기는 2021년 10월 27억원까지 거래됐으나 지난해 집값이 많이 하락하면서 올해 연초 20억원 밑에서 주로 거래됐다. 하지만 4월 6건, 5월 6건, 6월 9건 등 거래(계약일 기준)가 늘고 급매물이 빠지면서, 호가가 올라 현재 인근 중개업소엔 23억원 이하 매물은 사라졌다.
고가 아파트가 다시 본격적으로 오르고 있다. 정부가 15억원 초과 아파트의 주택담보대출 금지 규제를 해제한 효과가 서울 강남권(강남·서초·송파) 등 고가주택 지역에서 나타나는 것으로 보인다.
주택시장이 아직 전반적으로 회복되지 않은 가운데 수요가 많은 인기지역 고가 아파트가 전체 시장을 이끄는 ‘선도주 주도 시장’ 흐름이 한동안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전문가 예상이다.
국민은행은 7월 전국 아파트 단지 가운데 시가총액(단지내 개별 아파트 시세를 모두 더한 금액)이 가장 높은 상위 50개 단지의 시가총액 변동률(KB선도아파트 50지수)을 조사한 결과, 전달대비 1.00% 올라 5월(0.10%), 6월(0.82%)에 이어 3달 연속 상승세를 보였다고 지난 24일 밝혔다.
KB선도아파트50지수(이하 ‘선도50지수’)는 시가총액 상위 50개 단지 아파트의 월간 시가총액 변동률을 지수화한 것이다. 서울 송파구 ‘헬리오시티’, ‘파크리오’, ‘잠실주공5단지’, 서초구 ‘반포자이’, ‘반포래미안퍼스티지’, ‘아크로리버파크’, 강남구 ‘은마’, ‘현대’, ‘도곡렉슬’, ‘타워팰리스’, 마포구 ‘마포래미안 푸르지오’ 등 서울 인기지역 대단지 아파트가 포함돼 주택시장의 ‘대장주’로 통한다.
선도50지수는 주택시장 침체가 본격화한 지난해 7월부터 올 4월까지 10개월 연속 하락하다가 5월 반등해 오름세를 이어어고 있다.
아직 전년 동월과 비교하면 -10.46% 변동률로 하락한 상태지만 5월 전년 동기 변동률(-12.22%)과 비교하면 낙폭을 줄이고 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급매물이 빠지고 호가가 오르자 주거 선호도가 높은 지역을 중심으로 매수세가 움직이고 있다”며 “바닥을 다지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고가주택이 전체 시장을 주도하는 흐름은 지역별 변동률에도 드러난다. 이달 서울 25개구 가운데 아파트값이 오른 곳은 송파구(0.86%), 강동구(0.42%), 강남구(0.38%), 마포구(0.24%), 양천구(0.14%), 서초구(0.13%), 종로구(0.07%)로 모두 고가 아파트가 많이 몰려 있는 곳이다.
그럼에도 KB국민은행 조사 기준으로 전국과 서울 아파트값 변동률은 아직 마이너스 변동률을 기록하고 있다. 7월 전국 및 서울 아파트값 변동률은 -0.27%, -0.23%를 각각 기록했다.
자금 여력이 있는 주택 수요자들이 인기지역 물건만 찾는 소위 ‘똘똘한 한 채’ 현상이 다시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특히 강남의 대형아파트에서는 신고가 거래가 이어지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강남구 압구정동 한양4차 전용 210㎡는 지난달 64억원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경신했다.
압구정동 신현대 183㎡도 지난달 63억원에 거래되면서 3월에 거래된 직전 신고가 60억원을 갈아치웠다. 서초구 반포자이 가장 큰 평형인 244㎡도 지난 5월 72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전반적인 시장 상황은 아직 본격적인 상승세를 보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고가 아파트 밀집지역만 오르는 현상이 몇 달째 이어지면서 주택시장의 양극화는 더 심해졌다.
이달 기준 서울 아파트 ‘5분위 배율’은 3.2로 전월(3.1)보다 0.1%포인트 벌어졌다.
서울 아파트 5분위 배율이 높아진 건 16개월만이다. 주택가격 5분위 배율은 주택가격 상위 20% 평균을 주택가격 하위 20% 평균으로 나눈 값으로 배율이 높을수록 가격 격차가 심하다는 의미다.
이재국 금융연수원 겸임교수는 “매수심리가 조금씩 살아나고는 있지만 전반적으론 아직 미미하다”며 “주거 선호도 높은 인기지역이 집값 상승세를 이끌면서, 실수요자들이 몰리는 중저가 지역이 조금씩 회복하는 시장 상황이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박일한·서영상 기자
jumpcu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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