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소비마저 꺾였다...‘제로 성장’ 기로 선 한국 경제

2023. 7. 25.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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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출 기여에 두 분기 연속 불황형 성장
실질국민총소득도 0% 기록 ‘사실상 감소’
하방 요인 뚜렷해져 하반기 반등 불투명
25일 오후 부산항에서 컨테이너 하역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한국은행은 올해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0.6%로 집계됐다고 25일 발표했다. [연합]

올해 2분기 우리 경제가 0.6% 성장했지만, 이는 수출보다 수입이 큰 폭으로 줄면서 나타난 전형적인 ‘불황형 성장’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무엇보다 한국경제를 지탱하던 민간소비마저 꺾이면서 하반기 경제전망을 더 어둡게 하고 있다. 한 마디로 성장 모멘텀이 없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수출 보다 수입이 큰 폭으로 꺾인 점에 주목하고 있다. 수입 감소는 사실상 구매력이 줄어든 것으로 내수 부진을 뜻하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소비와 투자 모두 마이너스(-)로 돌아서면서, 성장은 했으나 체감이 어려운 상황이다

실제 2분기 실질국민총소득(GDI)은 제자리 걸음에 그쳤다. 하반기에도 불확실성이 크다. 소비와 투자, 수출 등 성장을 끌어올릴 것이란 확신보다, 중국의 리오프닝 효과나 반도체 경기 반등 혹은 국제 유가 흐름 등 하방 요인이 더 뚜렷하기 때문이다.

▶민간소비 마저 꺾였다...음식·숙박 등 서비스 소비 줄어= 25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2분기 민간소비는 재화 소비가 전분기 수준을 유지했지만 음식·숙박 등 서비스 소비가 줄어 0.1% 감소했다. 민간소비는 지난해 4분기 0.5% 감소한 이후 1분기 0.6% 반등했다가 다시 꺾였다.

이에 따라 국내총생산(GDP)에 대한 성장 기여도에서도 민간소비가 0.1%포인트 감소해 1분기(+0.3%포인트) 이후 하락 전환했다. 정부소비도 -0.4%포인트를 기록했고, 건설투자(-0.1%포인트)와 설비투자·지식재산생산물투자(0%포인트)도 저조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순수출 기여도(1.3%포인트)를 제외한 모든 지표 기여도가 악화됐다.

신승철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이에 대해 “연초에 방역 전면 해제로 크게 늘어났던 대면활동 관련 소비가 일시적으로 주춤했다. 5월 연휴에는 기상 악화로 활동이 위축됐다”며 “내수 감소는 일시적인 효과로 3분기 완만한 회복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순수출 기여도 또한 수출보다 수입이 더 감소해 불황형 성장이라는 지적에 신 국장은 “수입 감소는 그동안 많이 늘었던 원유·천연가스 등 부분에 재고조정이 일어나면서 일시적으로 크게 감소한 경향이 컸다”면서 “수출은 소폭 감소에 그쳤는데, 자동차 호조세가 이어지고 반도체 생산도 마찬가지로 수출이 늘어나면서 우리나라 경기 상황이 불황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2분기 평가를 놓고 신 국장은 “결론적으로 보면 현재 우리나라 경제 상황이 부진에서 완화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며 “자동차 등 수출 개선을 통해 우리 경제의 성장을 견인했다고 해석하는 게 더 적절하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연간 경제성장률 1.4% 달성 가능성에 대해선 “상반기 경제 성장률이 0.9%로 조사국 전망치(0.8%)를 상회했다”면서 “연간 흐름은 전년 동기 대비 성장률로 보는데, 조사국 전망대로 3분기와 4분기 모두 0.7%를 기록해 하반기 1.7%를 기록하면 연간 1.4%를 달성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불황형 성장...유가에 중국 리스크까지 불안 불안= 하지만, 국제 유가가 상승하고 원유 수요가 다시 늘어나면 순수출 마저 감소세로 다시 내려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경기가 좋지 않은 상황임은 분명하고, ‘상저하저’ 가능성이 커졌다고 입을 모았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수입이 줄었다는 것은 소득이 줄었다는 것이다. 지표상으로 불황형 성장이고, 내용은 암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특히 수출 회복과 관련해 “반도체 사이클이 회복되려면 대중국 수출이 중요한데, 중국과 관계가 좋지 않고 외교적으로도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에 (수출이) 돌아올지 의문”이라고 짚었다.

실제 우리 수출은 승용차와 컴퓨터 주변 기기를 제외한 8개 품목 수출이 감소했다. 승용차는 34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27.9% 증가했다. 반면 반도체와 석유제품은 같은 기간 35.4%, 48.7% 쪼그라들었다. 관세청에 따르면 이달 1~20일 수출액은 312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56억1000만달러, 15.2% 감소했다. 수출은 지난해 10월부터 지난달까지 9개월 연속 전년 동월 대비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다. 지금 같은 추세가 이어진다면 10개월 연속 감소를 기록할 전망이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도 “결국 내수가 위축됐다는 이야기”라며 “전반적으로 우려되는 건 금융권에서 여전히 부채가 늘어나면서 연체율이 높아지는 점이다. 그만큼 경제가 어렵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하반기 과연 우리 경제가 얼마나 살아날 수 있겠는가 하는 부분이 있다”고 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도 “연간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낙관적으로 달성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며 “달성한다고 하더라도 소비와 투자가 모두 위축된 상태이기 때문에 국민들이 체감하기에는 매우 어려운 성장”이라고 분석했다.

향후 유가 변동과 관련해선 여전히 상방 압력이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성 교수는 “최근 원유 가격 하락 폭이 컸기 때문에 실제로는 순수출이 상당히 불안정한 것으로 봐야 될 것 같다”면서 “일시적일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우 교수는 “유가는 국제정세 영향을 많이 받고, 그에 맞춰 산유국이 산출량을 조절하지만 변동폭이 줄어드는 수준”이라며 “유가가 내려갈 것 같진 않다”고 전망했다.

유가에 이어 곡물가격까지 상승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이 교수는 “최근 러시아가 다시 우크라이나 곡물 수출을 막으면서 곡물가격이 오를 수 있다. 그 점이 변수가 되어 성장률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했다.

문혜현 기자

moon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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