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비즈] ‘지아니니’를 아시나요

2023. 7. 25. 11:11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낯선 곳에 살러 가서 맨 먼저 할 일은 은행 계좌를 여는 것이다.

도착한 날 바로 이란 대형 은행 계좌를 틀 수 있었다.

며칠 고민하다가 미국 대형 은행 계좌를 열기로 결심했다.

31세에 부를 일군 지아니니는 당시 은행이 영세사업자를 무시하는 풍토가 마뜩잖았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낯선 곳에 살러 가서 맨 먼저 할 일은 은행 계좌를 여는 것이다. 회사에 들어오고 처음 일하러 간 곳은 이란이었다. 이란에서는 돈을 맡기기가 쉬웠다. 외국인이 적은 탓이었는지 대한민국을 위해 일한다고 하면 어딜 가도 환영했다. 도착한 날 바로 이란 대형 은행 계좌를 틀 수 있었다. 현금카드까지 곧장 나왔다. 물론 국제사회의 경제 제재를 받는 탓에 이란을 벗어나면 무용지물이었다.

미국에 와서 경제활동을 하려니 내가 믿을 만한 사람인지부터 입증해야 했다. 이방인 신세다 보니 한국계 미국 은행에 기댈 수밖에 없었다. 몇 개월은 큰 불편 없이 살았지만 작은 도시에 가니 은행 지점이 없어서 애를 먹었다. 신용카드를 받을 수 있을지도 확신이 서지 않았다. 월급이 꼬박꼬박 들어오는 게 확인되고 차곡차곡 소비실적이 쌓여야 신용도가 올라간다고 했다. 그래야 카드 발급 심사를 통과하기 쉽다는 뜻이었다.

며칠 고민하다가 미국 대형 은행 계좌를 열기로 결심했다. 사무실에서 걸어갈 수 있는 은행 지점은 두 개였다. 체이스(Chase)는 0.8마일, 약 1.3㎞ 떨어져 있었고 뱅크오브아메리카(Bank of America)는 도보로 11분이 걸렸다.

체이스와 뱅크오브아메리카는 미국에서 가장 규모가 큰 상업은행이다. 2023년 연방준비제도가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체이스의 자산은 2조5000억달러가 넘는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2위로 2조4000억달러에 달했다. 체이스의 전국 지점 수는 4788개이고, 뱅크오브아메리카는 3804개다. 소매금융을 다루는 미국 양대 상업은행이라고 할 수 있다.

둘 중 어느 곳의 문을 두드릴까 비교하면서 정보를 찾아봤다. 체이스가 미국 동부 뉴욕에서 시작한 점은 이미 알고 있었다. 뱅크오브아메리카가 1904년 샌프란시스코에서 설립된 사실은 금시초문이었다.

이탈리아 이민자였던 아마데오 지아니니(Amadeo Giannini)는 1870년 새너제이에서 태어났다. 실리콘밸리의 수도를 자처하는 새너제이 말이다. 31세에 부를 일군 지아니니는 당시 은행이 영세사업자를 무시하는 풍토가 마뜩잖았다. 스스로 사업을 하면서 고초를 겪은 터였다. 은행가를 설득해 방식을 바꾸려 했지만 통하지 않았다. 지아니니는 직접 ‘힘없는 사람들(little fellow)를 위한 은행’을 만들기로 마음먹는다. 1904년 뱅크오브아메리카의 전신 ‘뱅크오브이탈리아(Bank of Italy)’가 샌프란시스코에서 탄생했다.

뱅크오브이탈리아는 당시 봉급생활자와 영세사업자에 집중했다. 최초로 여성을 위한 부서를 만들고 여성의 재정관리를 도왔다. 수수료와 금리를 낮췄다. 1달러만 있으면 계좌를 열 수 있도록 심사 절차를 단순화했다. 영어가 서툰 이민자를 위한 직원을 채용했다. 영업시간을 늘려 저녁과 일요일에도 문을 열었다. 고객이 늘었고 자연스레 지점도 많아졌다. 20여년이 흐르자 이탈리아 이민자를 위한 은행은 ‘뱅크오브아메리카’가 됐다.

지아니니는 미국 소매금융의 판도를 바꾸고 표준을 새로 만들었다. 오늘날에는 너무도 당연한 일이 100년 전 어느 창업가의 용기와 배짱에서 비롯됐다.

결국 혁신은 마음에서 움트나 보다. 이를 거창한 말로 기업가정신(entrepreneurship)이라고 하던가.

김욱진 코트라 실리콘밸리 무역관 차장.

zzz@heraldcorp.com

Copyright © 헤럴드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