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 빅블러 시대...쿠팡 vs CJ올리브영 ‘공룡혈투’ 시작됐다
양사 ‘헬스&뷰티’ 놓고 공방
모호해진 업종경계 확전 양상
국내 오프라인 매장 1316개를 거느리고 있는 CJ올리브영이 건강기능식품, 식음료(F&B)에 이어 지난해 말부터는 주류도 판매하기 시작했다. 온라인몰에서는 주문받은 제품을 최장 3시간 안에 고객에게 배송하는 ‘오늘드림’ 서비스도 운영 중이다. 그렇다면, 올리브영의 경쟁사는 누굴까. 같은 헬스앤뷰티(H&B) 사업자일까, 또는 백화점·마트·편의점일까, 아니면 온라인 유통 사업을 전개하는 이커머스일까.
유통업계가 ‘빅블러’의 시대를 맞이하면서, 업종간 선보이는 서비스와 상품의 경계가 점차 모호해졌다. 각 사업자가 취급 카테고리를 넓히며 사업을 확장하다 보니 ‘영역 다툼’도 피할 수 없게 됐다. 이커머스 업체 1위인 쿠팡과 국내 헬스앤뷰티(H&B) 시장 1위인 CJ올리브영의 ‘정면 대결’은 퍽 필연적이다. 지난해 말부터 패션 커머스 사업을 공격적으로 확대하는 네이버와 버티컬 커머스로 성장한 무신사와의 갈등도 같은 맥락에서 이와 무관치 않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쿠팡은 24일 올리브영을 대규모유통업법 위반으로 올리브영을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다. 올리브영이 중소 뷰티업체의 쿠팡 입점을 방해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이에 따라 우선적으로 떠오른 쟁점은 CJ올리브영이 쿠팡의 경쟁사인지 여부다. 쿠팡은 공정위 신고서에서 CJ올리브영이 쿠팡의 경쟁사임을 명시했다. CJ올리브영이 쿠팡의 ‘로켓배송’ 서비스와 경쟁 중이며, 쿠팡이 뷰티 시장에 진출한 시점인 2019년부터 납품업체 갑질을 일삼았다고도 주장했다. CJ올리브영이 자사몰에서 ‘로켓보다 빠른 배송’ 문구를 활용한 점도 근거로 들었다.
쿠팡은 “CJ올리브영이 쿠팡의 사업의 핵심 영역이자 브랜드 가치라고도 볼 수 있는 ‘로켓배송’과 서비스를 직접적으로 비교한 ‘오늘드림’ 서비스를 선보이면서 납품업체 및 소비자에게 이를 적극 홍보하고 있는 점 등을 살펴보면, CJ올리브영이 쿠팡을 뷰티 시장에 진출한 시점부터 직접적인 경쟁사업자로 인식하고 지속적으로 방해 행위를 해온 사실이 명백하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CJ올리브영은 “올리브영은 쿠팡을 포함해 어떠한 유통 채널에도 협력사의 입점을 제한한 사실이 없다”고 즉각 반박했다.
표면적으로는 뷰티 사업으로 쿠팡과 CJ올리브영이 맞부딪친 것으로 보이지만, 좀 더 깊게 들여다보면 시장의 패권을 놓고 ‘유통 공룡’ 간 격돌하는 모양새다. 예견된 갈등이었다는 관측이 지배적인 이유다.
신선식품을 주력으로 취급했던 이커머스 플랫폼 1위인 쿠팡은 뒤늦게 럭셔리 뷰티 강화에 나서며 고마진 전문몰 전략을 강화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실제로 쿠팡은 최근 럭셔리 뷰티 브랜드 전용관 ‘로켓럭셔리’를 오픈하고 중소기업 제품을 중심으로 판매 상품 가짓수를 확대하며 뷰티 사업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이를 기반으로 국내 유통 시장에서 점유율 5%를 돌파한다는 목표다
국내 H&B 시장의 71.3%(올해 1분기 기준)을 차지한 올리브영의 경우, 뷰티 제품만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오프라인 매장으로 시작했다. 그런데 자사몰을 구축해 온라인 채널을 다각화했고, 뷰티용품은 물론, 식음료(F&B), 주방용품, 가전제품에 이어 유아용품까지 상품 카테고리를 공격적으로 확대하며 관련 상품을 취급하고 있다. 4월 라이프스타일 커머스 플랫폼인 디플롯을 인수한 점 역시 H&B 사업을 뛰어 넘으려는 시도로 읽힌다. 최근 올리브영의 행보만 보면 올리브영의 사업 영역을 H&B로만 규정 짓기 어려운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업계는 업종간의 빅블러 현상이 확대되는 만큼 쿠팡과 CJ올리브영과 같은 갈등이 되풀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이커머스는 오프라인으로, 편의점은 대형마트로, 대형마트는 이커머스로 확장 중”이라며 “예를 들면 24시간 영업하는 구멍가게로 인식되던 편의점은 이제 배송·금융 서비스에 이어 디저트, 식재료까지 선보이기 시작했다. 편의점의 경쟁자만 봐도 프랜차이즈 빵집은 물론, 대형마트까지 무궁무진하다”고 했다.
한편 올리브영은 GS리테일이 운영한 랄라블라와 롯데쇼핑이 전개한 롭스 등 경쟁사 밀어내기 등 독점적 지위 남용 혐의로 공정위의 조사를 받고 있다. 8월 중 공정위가 올리브영의 제재 여부 및 수위를 결정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일각에서는 쿠팡이 올리브영을 경쟁사로 지목하면서 오히려 공정위 조사에서 올리브영이 유리해졌다는 시각도 나온다. 쿠팡이 올리브영을 H&B 업종이 아닌 이커머스 업종으로 판단할 근거를 마련해 줬기 때문이다.
현행 공정거래법은 특정 시장에서 한 회사 점유율이 50%를 넘거나 3개 이하 사업자 점유율이 75% 이상일 때 시장 지배력을 갖춘 사업자가 있다고 본다. 이에 따라 CJ올리브영의 사업이 H&B에만 국한되면 시장지배력 남용 혐의가 적용, 처벌 수위가 세진다. 반면 쿠팡을 비롯한 컬리 등 뷰티 상품을 취급하는 이커머스가 포함될 경우 올리브영의 점유율은 급락한다. 이 경우 올리브영이 내야할 과징금이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신주희·이정아 기자
joo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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