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흑해 대체할 다뉴브강 항구 공격…우크라 곡물 수출 봉쇄 시도
러시아가 흑해 곡물 수출 협정 중단 뒤 우크라이나의 흑해 곡물 수출 항구들을 집중 공격한 데 이어 곡물 수출의 대안 통로인 다뉴브강변의 항구까지 공격하고 나섰다. 우크라이나의 곡물 수출을 철저히 봉쇄하겠다는 뜻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러시아군이 24일(현지시각) 흑해 서쪽 루마니아 국경 인근의 레니 등 다뉴브강변의 항구들을 드론으로 공격했다고 <폴리티코> 유럽판 등이 보도했다. 올레그 키페르 오데사주 주지사는 성명을 내어 “러시아군이 (이란제) ‘샤헤드-136’ 드론을 동원해 4시간 동안 항구들을 공격했다”며 이 공격으로 7명이 다치고 곡물 창고와 항만 터미널이 손상됐다고 밝혔다.
이날 공격을 당한 레니는 다뉴브강이 독일 남부에서 발원해 동유럽을 거쳐 흑해로 흘러들어가는 지점에 있는 항구 도시다. 이 항구가 있는 이즈마일 지역은 지난해 2월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흑해를 통한 곡물 수출이 중단된 이후부터 다뉴브강을 통한 곡물 수출의 중심지로 떠올랐다. 지난해 7월말 흑해 곡물 협정 체결로 오데사 등 3개 항구를 통한 수출이 재개된 이후에도 우크라이나는 다뉴브강을 통한 곡물 수출을 계속 늘려왔다.
우크라이나 곡물수출협회에 따르면, 최근 다뉴브강을 통한 곡물 수출량은 한달에 200만t까지 늘어났다. 이는 지난달 흑해를 통해 수출된 곡물량과 거의 같은 규모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가 지난 17일 흑해 곡물 협정을 깨면서 흑해를 통한 곡물 수출이 중단되자, 다뉴브강을 통한 곡물 수출량을 한달에 400만t까지 늘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레니 항구가 드론 공격을 당한 이후 이 항구를 오가는 화물선들의 운항이 일시 중단됐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통신은 해운 분석 기업 ‘마린트래픽’의 화물 운송 추적 자료를 분석한 결과, 29척의 화물선이 이즈마일 지역에서 운항을 중단하고 대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운항을 중단한 화물선 가운데는 화학물질 수송선도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지역에 대기 중인 선박들 중 곡물 수송선이 얼마나 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로이터>는 보험 업계 소식통들을 인용해 일부 보험사들이 다뉴브강변에 위치한 항구를 오가는 선박에 대한 보험을 계속 제공할지 재검토에 들어갔다고 전했다. 한 소식통은 “여전히 보험을 제공하는 업체들의 보험료도 오르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보험 중개업체 맥길의 선체 및 해상 책임 담당 책임자 데이비드 스미스는 흑해 협정이 깨지고 우크라이나 항구들이 계속 공격을 당하면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보험료를 산출할 모형을 구성하기 어렵다는 것이 현재의 어려움”이라고 설명했다. 보험사들이 해상 보험 제공을 거부하거나 보험료 대폭 인상을 요구할 경우, 우크라이나의 곡물 수출은 더 어려워질 수 있다.
유럽의 곡물 무역상들은 육로와 다뉴브강을 통한 곡물 수출이 차질을 빚게 되면 국제 곡물 공급에 직격탄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프랑스의 한 무역상은 이즈마일 지역 폭격을 우크라이나 곡물 수출의 “중요 상황 전개이자 중요한 타격”이라고 평가했다.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교장관은 이날 공격을 ‘식량 테러’로 규정하고 전세계적인 대응을 촉구했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루미니차 오도베스쿠 루마니아 외교장관과 전화 통화를 하고 다뉴브강변 항구 공격 문제를 논의했다. 오도베스쿠 장관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흑해 지역의 안보에 기여하고 우크라이나 곡물 수출을 지원하는 한편 미국과 루마니아의 전략적 파트너 관계를 더 강화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한편, 러시아 국방부는 이날 수도 모스크바의 국방부 본부 인근 등 2곳에 대한 드론 공격이 벌어졌다며 이에 대해 강력하게 보복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에 따라 우크라이나 곡물 수출 시설에 대한 러시아의 공격이 더욱 격렬해질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신기섭 선임기자 mari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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