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연구기관도 지적…“통신 결합상품, 이용자 편익 저하 우려”

김대영 매경닷컴 기자(kdy7118@mk.co.kr) 2023. 7. 25.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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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시장 경쟁 나아졌지만
결합상품이 경쟁 약화 시켜
통신비도 OECD 중 상위권
[사진 출처 = 연합뉴스]
통신서비스 결합상품이 통신사 간 경쟁을 약화시켜 국민 편익을 저하한다는 지적이 국책연구기관에서 제기됐다.

25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라성현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연구위원은 최근 정책해설 보고서 ‘우리나라 이동통신 요금수준과 통신시장 경쟁촉진 필요성’을 발표했다.

보고서는 유무선·방송 서비스 결합상품이 통신3사(SK텔레콤·KT·LG유플러스) 중심의 경쟁 구도를 고착화한다고 설명했다.

물론 통신3사 간 경쟁이 이전보다는 활성화됐다는 것이 보고서의 진단이다. 정부가 경쟁을 활성화하겠다는 정책 기조를 꾸준히 유지한 결과다.

실제 SKT의 소매매출액 점유율은 2003년 62.8%로 정점을 기록한 이후 해마다 하락해 2021년 44.2%에 머물렀다.

그러나 통신3사 중심의 경쟁 구도가 한층 강화할 수 있다는 우려를 씻어내지는 못했다. 보고서는 결합상품을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됐다.

라 연구위원은 “결합서비스(유무선·방송) 중심의 경쟁 구도에 따라 통신3사 중심의 경쟁구조가 고착화됐다”며 “지난 수년간 진행된 유료 방송시장의 구조조정에 따라 이같은 경쟁구조 고착화는 한층 강화될 우려가 있다”고 경고했다.

LG유플러스는 2019년 CJ헬로를, SKT 자회사 SK브로드밴드는 2020년 티브로드를, KT 자회사 KT스카이라이프는 2021년 HCN을 각각 인수했다.

통신서비스 소매매출액을 보더라도 통신3사 몫이 대부분이다.

이동통신·초고속인터넷·유선전화·전용회선 등 전체 통신서비스 소매매출액 중 통신3사와 계열사를 제외한 기타사업자 점유율은 2016년 4.5%에서 2021년 2.9%로 감소했다.

라 연구위원은 “경쟁구조 고착화는 투자·요금·마케팅 경쟁을 약화시켜 국민 편익을 저하시킬 수 있다”며 “특히 최근 경기둔화 국면에서 나타나는 가계통신비 지출 증가 경향에 대한 우려가 대두되고 있다”고 전했다.

또 가계통신비가 높은 현실을 고려할 때 정부가 앞서 내놓은 통신시장 경쟁촉진 방안을 추진할 필요성이 충분하다고 덧붙였다.

가계통신비는 2020년 11만9775원 저점을 찍고 지난해 12만8167원으로 올라섰다. 전년도보다 매년 3% 중반대 인상폭을 기록한 셈이다.

가계통신비가 증가하는 이유로 ▲고가 단말기 선호 ▲데이터 이용량 증가 등을 꼽기도 하지만 통신사가 유도한 측면도 고려해야 한다는 분석도 있다. 요금 자체는 비싸지 않은데도 고가의 단말기를 쓰면서 이용하는 데이터 양조차 많아 통신비가 비싼 것이라고만 설명할 수 없다는 것이다.

라 연구위원은 “이용량 증가 경향은 분명하지만 이는 고가의 무제한 요금제 확산에 따라 내생적으로 유도된 측면이 존재한다”며 “최근 5G 전환에 따라 요금 수준 자체가 증가하는 경향도 있다”고 했다.

무엇보다 정부 입장에서는 이용량과 고가의 단말이 정책 변수에 해당하지 않을 수도 있다. 이용량과 단말의 선택은 이용자 선호가 반영되는 결과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결국 요금 수준을 중심으로 정책을 설계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이번 정부 정책도 우리나라 이동통신 요금이 비싸다는 전제를 깔고 있다.

핀란드 경영컨설팅 업체 리휠은 우리나라 최소 요금 수준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6개 회원국 중 26위에 해당한다고 발표했다. 요금이 가장 낮은 국가가 1위다.

영국 서베이업체 텔리전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7개국 가운데 우리나라 최소 요금 순위가 31위라는 조사 결과를 내놨다.

라 연구위원은 “이 결과는 우리나라 이동통신 요금 수준에 대한 절대적 척도는 아니다”라면서도 “우리나라 이용자들이 직면하는 가계통신비 부담과 관련해 ‘요금은 싼데 고가의 단말을 선호해서, 또는 이용량이 많아서’라는 일부 인식을 불식시키기에는 충분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통신시장 경쟁촉진 방안은 우리나라 이동통신 요금이 비싸다는 점을 암묵적 전제로 하고 있다”며 “경쟁정책의 궁극적 목적은 이용자 편익 증진”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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