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기업, 러시아에 민·군 이중용도 제품 대거 수출한다"
러 사용 무기 60% 차지하는 미 부품도 중국 통해 공급
이중용도는 제재 못해…러시아 전쟁 지원에 큰 역할
[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중국 회사들이 러시아에 방탄복과 드론, 야시장비 등 민군 이중 용도 장비를 대거 수출하고 있다고 미 정치 전문매체 폴리티코(POLITICO)가 24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중국의 상하이 H 윈이라는 회사는 최근 회사 홈페이지에 머리를 군인처럼 깎은 키 큰 코카서스인이 이 공장에서 생산한 방탄복을 살펴보는 사진을 올렸다.
사진에는 “지난 봄 고객이 회사로 와 방탄조끼의 디자인과 물량을 확인하고 품질을 꼼꼼하게 검사했다”며 이 고객이 “직접 방탄복 주문량을 밝히고 구매하겠다고 했다”는 설명이 붙어 있었다.
사진에 오른 고객의 신분은 확인되지 않았으나 러시아인일 확률이 매우 크다. 세관 자료에 따르면 러시아 바이어들이 상하이 H 윈사로부터 수만십 벌의 방탄복과 헬멧을 주문했다. 이들이 주문한 제품은 상하이 H 윈사 온라인 카탈로그에 오른 것과 동일한 제품이다.
상하이 H 윈 방탄복과 헬멧 10만개 수출
이처럼 중국의 러시아 지원이 서방의 제재를 크게 무력화하고 있다. 민군 이중용도 제품의 판매에 대해 서방 정부들은 경제적 영향력이 큰 중국과 맞서려 하지 않는다.
중국의 민군 이중용도 제품 대러 공급은 세관 통계로도 확인된다. 반면 중국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이중용도 제품 수출은 급감했다.
러 중국 드론 수입 우크라의 30배
독일의 메르카토르 중국 연구소 헬레나 레가르다는 “중국은 자신을 중립적이라고 부르고 있으나 실제로는 러시아를 지지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중국이 무기를 직접 러시아에 공급해 제재를 위반할 때 유럽연합(EU)이 중국에 대한 제재에 나설 것이라고 예상했다.
상하이 H 윈은 애초 중국 인민군의 허가가 없어 러시아에 방탄복을 수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사진의 인물이 누구냐고 묻자 홈페이지의 설명과 반대로 그가 고객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질의를 받은 뒤 이 회사는 홈페이지의 사진을 내렸다.
중국에서 방탄복을 구매한 회사 중 한 곳이 시베리아 동부 부랴티아 지방에 있는 실바라는 회사다. 이 회사는 지난 1월 상하이 H 윈에 10만 벌의 방탄복과 헬멧을 주문했다.
지난 봄에는 리카라는 러시아 회사가 상하이 H 윈에 방탄복을 주문했고 이 회사는 지난 1월에 디콘 상하이라는 회사의 제품을 위탁 판매한다고 밝혔다. 디콘 상하이는 상하이 H 윈과 주소가 동일하다. 리카는 전쟁 발발 이래 중국으로부터 220 차례에 걸쳐 1100만 달러 상당의 야시장비와 방탄 장비를 수입했다. 리카사는 홈페이지에 중국산 야시경을 광고하고 있다.
예프게니 프리고진의 바그너용병그룹이 반란 과정에서 잠시 점령했던 러시아 남부 도시 로스토프나도누에 있는 포지트론이라는 회사는 지난해 11월과 12월 6000만 달러 상당의 “가벼운 헬멧”과 “기적의 세라믹” 등을 중국 베이징 KR내추럴사로부터 수입했다. 이 회사는 또 중국 다국적 기업 SZ DJI로부터 드론도 수입했다.
그밖에 전쟁 전부터 DJI의 러시아 공식 판매사들인 기간치나, 보즈두크, 네벤스나야 메카니카 등도 드론을 수입했다.
러 서방이 중국 제재 못하는 점 최대한 활용
지난달 중국을 방문한 앤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중국이 “러시아에 살상 무기를 현재도 앞으로도 공급하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히면서 그러나 중국 회사들이 러시아가 전쟁에 사용할 수 있는 제품들을 공급하는데 따른 “우려가 계속 있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중국 정부가 신경을 더 써달라고 요구했다”고도 했다.
에마뉘엘 본느 프랑스 대통령 외교보좌관도 중국이 러시아에 이중용도 제품을 지원하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그러나 중국을 압박할 수 있는 수단을 가진 나라는 달러를 가진 미국이 사실상 유일하다.
☞공감언론 뉴시스 yjkang1@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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