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연립정부 협상 돌입…산체스 총리 "재투표는 없다"
제1당 오른 국민당, 극우정당 '복스' 탓 추가 표 확보 난항
집권 사회당, 표 확보 유리하나 '강경' 카탈루냐 독립 정당이 관건
(서울=연합뉴스) 송진원 기자 = 지난 23일(현지시간) 치러진 스페인 조기 총선에서 좌우 진영 모두 과반 획득에 실패한 이후 연립 정부를 구성하려는 각 정당의 수 싸움이 치열해지고 있다.
스페인 총리는 원내 1당이 맡는 게 관례로, 이를 위해서는 하원 의원 절대 과반인 176명의 찬성이 필요해 좌우 대표 정당들이 지지표 확보에 공을 들이고 있다.
24일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이번 총선에서 과반 획득을 할 것으로 예상됐던 중도우파 국민당(PP)과 극우정당 복스(VOX)는 각각 136석과 33석을 얻어 176석에 미치지 못한다. 다른 군소 정당의 지지 7표를 받아야 정부를 구성할 수 있다는 얘기다.
과반 확보엔 실패했지만 원내 1당에 오른 국민당의 알베르토 누녜스 페이호 대표는 "확실한 승리를 거뒀다"고 환영하면서도 "스페인 국민이 누구에게도 절대 과반을 주지 않기로 결정했다는 점을 고려해 협상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문제는 국민당 연정 파트너이자 카탈루냐 분리 독립 움직임에 강경한 입장을 취하고 있는 복스의 존재가 다른 정당의 지지를 끌어내는 데 걸림돌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군소 정당들 가운데에선 1석을 확보한 나바라민중연합(UPN)이 유일하게 국민당을 지지할 것으로 관측된다.
지방 분권주의를 표방하는 카나리아연합은 국민당과 함께 카나리아 제도를 통치하고는 있지만 복스의 정치적 성향에는 공개적으로 반대해왔다.
나머지 정당들 역시 극우파가 포함된 연정에는 반대한다는 신호를 보내왔다.
국민당의 조직 담당 총무인 미겔 텔라도는 국영 방송사 TVE와의 인터뷰에서 "대화가 우리 앞에 놓인 도전"이라며 "누구도 또 다른 선거로 이어질 수 있는 정치적 교착 상태를 원하지 않는다"며 군소 정당 설득에 나설 뜻을 밝혔다.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이번 선거에서 국민당과 복스의 의석수가 예상치인 과반에 못 미친 것도 극우정당의 정권 참여 가능성에 대한 유권자들의 우려가 작용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마드리드 카를로스 3세 대학의 정치 전문가 파블로 시몬 교수는 WP에 "국민당과 사회당 사이에서 망설이다가 우파 연합 때문에 국민당을 찍지 않은 온건파 유권자들이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 결과 집권 사회당은 예상보다 많은 122석을 차지해 제2당이 됐고, 그 동맹 세력인 좌파 연합 수마르(Sumar)는 31석을 확보했다.
국민당과 복스의 169석보다 적은 153석이지만 우파 연합보다는 군소 정당의 지지 확보가 수월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사회당을 이끄는 페드로 산체스 총리도 총선 이후 "새 정부를 구성할 수 있다"며 재선거를 치를 수는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사회당은 바스크민족당(PNV) 5석, 바스크지방연합(Bildu) 6석, 카탈루냐공화당(ERC) 7석을 확보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관건은 카탈루냐 분리 독립을 추구하는 '카탈루냐를 위해 함께(Junts)'다.
이번 선거에서 7석을 확보한 '카탈루냐를 위해 함께'가 사회당 편에 서면 178석으로 절반을 넘겨 산체스 총리가 재집권에 성공할 수 있다.
이 경우 '카탈루냐를 위해 함께'에 반대급부를 줘야 하는데, 그간 이 정당은 추방된 카탈루냐 정치인들에 대한 사면과 카탈루냐 독립을 위한 국민 투표를 해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산체스 총리는 "독립 투표는 없을 것"이라며 반복해서 말해 왔다.
사회당 소식통은 로이터에 "협상은 시간이 걸리겠지만 합의에 도달할 것이라고 확신한다"며 이미 수마르의 한 의원이 좌파 동맹을 대신해 '카탈루냐를 위해 함께'와 협상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카탈루냐를 위해 함께'가 기권만 하더라도 사회당의 재집권 가능성은 열려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총리 선출을 위한 1차 신임 투표에서 과반이 나오지 않으면 2차 투표에서는 최다 득표를 하기만 해도 인준안이 통과된다.
s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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