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풍수지리' 전력 방어…"미신 아닌 문화"
[최용락 기자(ama@pressian.com)]
대통령 관저 선정 과정에서 풍수지리 전문가가 관저 후보지를 다녀간 정황이 포착된 가운데, 여권이 '과거 정부에도 비슷한 사례도 있다', '풍수지리는 미신이 아닌 문화다'라며 '풍수지리' 전력 방어에 나섰다.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25일 원내대책회의에서 "민주당은 지난해 '대통령 관저 이전에 역술인이 개입했다'고 근거없는 의혹을 제기하더니 가짜뉴스로 드러나자 입장을 바꿔 '풍수 전문가가 조선시대 궁궐터 정하듯 관저를 정했다'고 비난했다"며 "묻지마 의혹도 모자라 묻지마 생트집 했다가 또다시 제 발등을 찍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노무현 정부 당시 추진했던 신행정수도 이전 과정에도 풍수지리 전문가들이 참석했던 사실이 언론보도를 통해 드러났다"며 "2004년 발간된 친행정수도백서에는 85명 자문위원단 명단이 있다. 여기에는 풍수지리전문가인 이대우 풍수조경연구소 대표와 김두규 우석대 교수가 포함돼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신행정수도 추진위원회는 평가자료집을 작성하면서 배산임수에 대해 후보지 현장조사를 바탕으로 전통지리학적 입지관에 부합성을 평가하도록 한다는 친절하게 명시하기도 했다"며 "신행정수도추진위 공동위원장이 이해찬 당시 국무총리"라고 했다.
박 의장은 "풍수지리 전문가의 자문을 구하는 것이 노무현 정부 때 세종시 선정했던 것과 무엇이 다른가. 풍수지리마저 내로남불인가. 내가 하면 전통지리학이고 남이 하면 무속인가"라며 "민주당은 윤석열 정부가 하는 일에 얼토당토 않은 억지 프레임 씌우며 가짜뉴스 양산하지 말고 트집잡기 전에 제발 공부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도 이날 문화방송(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국가 중대사 결정 과정에 풍수지리 전공 민간인을 끌어들인 것이 적절한가'라는 질문에 "누리호 발사하는데 첨단과학의 시대에 성공하라고 고사를 지냈다"고 반발했다.
'고사가 누리호 발사 과정에 영향을 주지는 않는다'는 지적에 그는 "영향을 주라고 기도하는 것"이라고 답한 뒤 "그런데 과학자가 기도하고 하나님의 존재를 믿고 이것이 의사결정에 결정적 영향을 주지는 않는다. 여기(풍수지리가)는 육군참모총장 공관을 갔는데 실제로 이사한 데는 외교부 장관 공관"이라고 덧붙였다.
하 의원은 "풍수는 우리 사회 상식에 가까운 문화로 정착한 것"이라며 "여기에 대해 '공무에 미신을 끌어들였다' 이런 비판은 과하다"고 주장했다. 또 "학교 건물을 짓는다든지 이런 공적 판단을 하는 데도 풍수 한 번 볼 수 있다"거나 "공공기관이 어디로 이사하는데 '가급적 손 없는 날로 하자' 이런 판단은 할 수 있다. 공공기관이 손 없는 날 이사를 한다고 했을 때 그걸 굳이 시비 걸어야 되느냐"고도 했다.
하 의원은 "문화와 미신 사이에 온 국민이 믿고 있는 어떤 관심이 있으면 이것을 사회 문화로 봐야 한다"며 "저도 우리 어머님이 '손 없는 날 뭐 해야 한다'고 하면 제가 싸우기 싫어서 어머니 말을 존중한다. 그걸 굳건히 믿고 있는 아주 상당수의 층이 있다"고 말했다.
'대통령실 관저 선정 천공 개입 의혹'을 최초 제기했던 부승찬 국방부 전 대변인이 '풍수지리가의 육군참모총장 공관 방문은 군사시설보호법 위반일 수 있다'고 한 데 대해서도 하 의원은 "고발하라고 하라"며 "저도 민간인인데 군사시설에 초청 받아 들어가고, 예를 들어 천안함이나, 마린온이나 군사시설 안에서 행사가 있다. 공식 책임이 있는 기관이 초청해서 민단인들이 많이 들어간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여권 내에서도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다. 이언주 전 의원은 이날 한국방송(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국정 농단, 권력의 사유화 (등) 우리가 불과 몇 년 전에 걱정했던 문제들이 다시 떠오른다"며 "상식적으로 무속이나 풍수지리나 국민들이 비슷하게 생각하고, 풍수지리'학'이라는 게 있었는지 저는 잘 모르겠는데 심심풀이 내지는 개인적으로 가까이하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국정에서 의사 결정하는 데에 참고할 만한 성격은 아니라고 다 생각하지 않느냐"고 했다.
이 전 의원은 "민간인이 대통령 관저 이전과 관련해서 보안과 경호 면에서 철통같이 통제가 된 그 공간에 마구 드나들었다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굉장히 심각한 문제"라며 "그냥 갔을 리는 없고 어쨌든 의사 결정에. 관여하신 것 아니냐. 그러면 이거는 큰일인 것이다. '무슨 이런 나라가 다 있냐?' 이렇게 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전 의원은 "국정을 운영하는 과정에서 이런 사람들이 부지를 이전하는 데 개입하고 하는 것 자체가 적절치 않다. 이것은 국민들이 용납하지 않는다"라며 "이미 우리 선례가 있지 않느냐. 물론 탄핵 사유가 꼭 그것은 아니었지만 실제적으로 그거 때문에 민심을 잃고 이렇게 여론이 나빠졌던 전직 대통령이나 그 주변 사람들이 얼마나 억울하겠느냐. 그때 국정 농단이라든가 그 관련된 모든 것들을 수사하고 그것으로 국민적 영웅으로 떠오른 분이 누구냐. '다른 사람은 몰라도 (윤 대통령이) 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 이런 생각이 드는 것"이라고 박근혜 정부 말기의 무속 논란과 국정농단 사태를 수사한 윤 대통령을 겨냥하기도 했다. 그는 "윤 대통령이나 정부에서는 이 정부의 지지의 근간, 이 정부의 정통성의 근간이 어디에 있는지 명심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최용락 기자(ama@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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