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아, '댄스가수 유랑단'이 발견한 24년차 예능 꿈나무
아이즈 ize 최영균(칼럼니스트)
tvN '댄스가수 유랑단'은 '거물'들의 공연 쇼이다.
함께 전국을 돌며 공연을 펼치는 김완선 엄정화 이효리 보아 화사는 한국 여자 댄스 가수 계보의 레전드이자 굵직한 상징들이다. 매회 펼쳐지는 이들의 공연 무대는 역시나 그 이름값에 걸맞은 강렬한 존재감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는 특별한 시간이 되고 있다.
'댄스가수 유랑단'에서는 공연 외에도 즐길 거리가 또 있다. 공연을 위한 이동과 숙박, 또는 준비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진행되는 멤버들의 토크가 그렇다. 과거 절정의 시절 에피소드, 슈퍼스타여도 피할 수 없는 현재의 고민들, 오랜 가수 활동 경험과 연륜으로 얻은 이런저런 깨달음 등은 때로는 흥미롭게, 때로는 인간적인 공감으로 귀를 기울이게 된다.
'댄스가수 유랑단'이 출범할 때 보아는 가장 덜 도드라져 보이는 멤버였다. 가수로서의 업적과 존재감이야 기준에 따라서는 함께 출연하는 전설의 '언니'들을 넘어서는 위상도 갖고 있지만 대중들에게 보아는 그간 무대 위의 퍼포먼스만으로 한정되는 측면이 있어서 예능 프로그램인 '댄스가수 유랑단'을 앞장서서 이끄는 느낌의 캐릭터는 아니었다.
보아는 '소녀-퍼포먼스-뮤지션'이라는 이미지로 박제된 측면이 있다. 대중들에게 강렬하게 스타로 각인된 시점이 너무도 어린 나이였고, 이후 성인이 된 후에도 여전히 앳된 외모와 자그마한 체구는 보아를 영원한 소녀로 느껴지게 만들었던 데다, 개인사나 근황 공개 예능으로 소비되는 경우는 드물었고 노래와 퍼포먼스로 만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성인으로 성장해서는 창작, 퍼포먼스, 가창 모든 부분에서 발전하는 음악적 시도들을 통해 뮤지션으로서의 지평을 쉬지 않고 넓혀왔다. 아직도 젋지만 '거장'이라 불려도 전혀 부족하지 않은 음악적 결과물들을 쌓아오면서 더더욱 보아의 이미지는 뮤지션이라는 진지함으로 공고해졌다.
여기에 소속사 SM엔터테인먼트의 이사라 어린 후배들이 어려워하는 존재라는 에피소드들이 주로 공개되는 상황도 대중들이 보아를 찬양하되 다소 거리감을 느끼는 이미지로 만드는데 영향을 끼쳤다.
반면 김완선 엄정화 이효리 화사는 가수 외적으로 연기자 또는 예능에서의 엔터테이너 활동도 많았다. 대중들이 익숙하고 친근하게 느끼고 이들에 대한 정보도 많아 '댄스가수 유랑단'에서 활약을 기대하게 만들었다.
물론 보아도 영화에서 연기를 했고 웹예능을 선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대중들에게 폭넓고 깊이 도달하기에는 그런 활동들이 충분하지 않아 '댄스가수 유랑단'에서 보아가 저 쟁쟁한 예능 존재감의 출연자들 사이에서 돋보이는 모습을 보일 것이라 예상한 이들은 많지 않았을 것 같다.
하지만 막상 방송이 시작되자 보아는 예능으로도 빛나고 있다. 예상대로 '예능 여제' 이효리가 프로그램의 진행과 재미를 주도하고 '엉뚱한 왕언니'들인 김완선 엄정화도 틈틈이 강력한 폭소를 자아내는 와중에 보아는 이들의 도우미 포지션을 기본적으로 유지하면서도 중요한 순간에 큰 웃음을 이끌어내는 예능 공격수로도 활약하며 숨겨왔던 예능감을 드러내고 있다.
보아의 활약은 '댄스가수 유랑단'을 대표하는 웃음짤들을 통해 확인이 가능하다. 고려대 축제에서 그룹 위너의 이승훈이 과거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자신을 보아가 떨어트리려고 했다고 푸념하자 그것을 가장 원한 이는 (지금 너의 회사 대표인) 양현석이라며 되받아친 상황이 보아의 예능 입담이 빛난 대표적 사례다.
'애가 나한테 왜 오겠니'라고 말해 큰 화제가 된 김완선의 멘트도 보아가 '어린 남자를 만나라'며 예능 서브를 잘 넣은 핑퐁의 결과이기도 하다. 보아는 이승훈 경우에는 자신이 직접 해결하는 공격수로, 김완선 경우에는 웃음을 이끄는 도우미로 다채로운 예능 활약을 보여주고 있다.
보아는 굵직한 웃음거리만이 아니라 소소하지만 예능에서 필요한 멘트도 잘 던져 방송 흐름이 끊기지 않게 살리는 역할을 자주 한다. 엄정화와 가수의 삶에 대한 진솔한 대화를 나누다가 문득 자신이 박쥐 모양 망사 의상을 입고 있는 상황을 환기시키며 민망하다고 웃음을 자아낸 경우를 비롯해 혼잣말이나 추임새로 프로그램에 잔재미도 많이 불어넣고 있다.
차분하고 조근조근한 말투와 상대를 깎아내리지 않는 너스레 스타일은 보아의 우스개를 세련된 느낌을 주도록 만든다. 지나친 텐션을 지양하고 힐링을 많이 추구하는 요즘 예능의 트렌드와도 잘 어울릴 스타일이다.
보아는 '댄스가수 유랑단'처럼 본인도 언니 세대에 들어가지만 센언니들을 따르면서 정리하는 이성적인 동생의 롤일 때 가장 예능감이 살아나는 스타일로 보인다. 하지만 이번에 봉인이 해제된 만큼 언니들이 없더라도 다른 예능에서 보아를 볼 수 있을 듯한 기대를 갖게 된다.
'댄스가수 유랑단'의 레전드들은 자신들의 과거 히트곡으로 관객과 호흡하는 공연을 해보고 싶었던 평소 바람을 이룰 수 있어 모두 선물을 받은 듯 행복해하고 있다. 활동 24년 차에 와서야 예능 꿈나무임이 드러나고 대중들과 더 친근해지는 선물까지 챙긴 보아야말로 '댄스가수 유랑단'의 최고 수혜자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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