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을 걸겠다", 유행처럼 번지는 '사퇴 카드'…진정성 표현인가 정치도박인가

김주훈 2023. 7. 25.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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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여권 인사들이 자신의 직을 거는 모습이 늘고 있다.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은 "논리적으로 자신이 옳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거나 상대를 설득할 수 있는 능력 또는 논리가 없다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그러니 가장 쉬운 방법이 자신의 직을 거는 행위로 '나를 믿어달라'고 강조하는 것이다. 특히 정부는 사람이 아닌 시스템을 믿어야 하는 것인데, 사퇴라는 무리한 주장을 하는 것은 옳아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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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식·원희룡·한동훈 이어 장제원도 '사직선언'
與 "협상위한 적극적 의사 표현" vs 野 "정치의 도박화"
장제원 국회 행정안전위원장이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사진=김성진 기자]

[아이뉴스24 김주훈 기자] 최근 여권 인사들이 자신의 직을 거는 모습이 늘고 있다. 논란에 직면할 때마다 자신의 직을 담보로 출구전략을 찾는 행동이 반복되고 있다. 공직을 도박판의 흥정 대상으로 여긴다는 비판과 함께 설득 능력 부재라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사퇴 카드'를 꺼낸 여권 인사는 장제원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다. 그는 지난 23일 두 달 가까이 파행 중인 과방위 운영을 정상화하겠다는 명분으로 "8월 내 우주항공청 특별법을 통과시켜 준다면 민주당이 원했던 과방위 위원장직을 사퇴하겠다"고 선언했다.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인 우주항공청 특별법이 파행의 여파로 지지부진하자, '사퇴 카드'를 꺼내 야당 압박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더불어민주당은 "상임위원장이 흥정하듯 쉽게 내팽개칠 수 있는 자리인가"라는 반응을 보였다. 과방위 민주당 간사인 조승래 의원은 통화에서 "의지표명보단 정쟁을 확대하기 위해 정치를 도박으로 끌고 가는 것이다. 정치는 자신의 주장을 관철하는 동시에 국민의 동의를 구해 결론을 내는 과정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반면 여당 간사인 박성중 의원은 "협상 과정이 어렵다 보니, (장 위원장이) 어떻게든 진정성을 보인 것이고, 적극적인 (협상) 의사 표현을 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평가했다.

앞서 '사퇴 카드'로 주목받은 대표적인 인사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다. 한 장관은 지난해 10월 김의겸 민주당 의원의 '청담동 술자리' 의혹 제기에 "제가 직이든 뭐든 다 걸 테니 의원님도 걸어라“라고 말했다. 결국 해당 의혹을 폭로한 첼리스트 A씨가 경찰에 "거짓말이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밝혀지자, 김 의원은 "진술이 사실이라면 이 의혹을 공개적으로 처음 제기한 사람으로서 윤 대통령 등 관련된 분들에게 심심한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한 장관의 이같은 초강수가 출구 전략으로 통한 결과를 낳은 이후 장관들과 여당 의원 입에서 "직을 걸겠다"라는 발언이 잇따르기 시작했다.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은 지난 6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백선엽 장군의 '친일반민족행위자' 문구 삭제와 관련해 "백 장군이 친일파가 아니라는 것을 직을 걸고 이야기할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도 서울-양평 고속도로 김건희 여사 특혜 의혹 관련해 "노선 결정 과정에 관여한 사실이 있다면, 장관직뿐 아니라 정치생명을 걸겠다"고 선언했다.

이처럼 장관과 정치인이 정쟁과 논란에 직면할 때마다 "직을 걸겠다"고 발언하는 것을 두고 설득 능력의 부재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은 "논리적으로 자신이 옳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거나 상대를 설득할 수 있는 능력 또는 논리가 없다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그러니 가장 쉬운 방법이 자신의 직을 거는 행위로 '나를 믿어달라'고 강조하는 것이다. 특히 정부는 사람이 아닌 시스템을 믿어야 하는 것인데, 사퇴라는 무리한 주장을 하는 것은 옳아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주훈 기자(jhkim@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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