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방, '이스라엘 사법부 무력화' 입법에 반발…美 "유감"(종합)
독일 "긴장 고조에 깊은 우려", 레바논 헤즈볼라 "이스라엘 소멸할 것"
(워싱턴·서울=연합뉴스) 강병철 특파원 김동호 기자 =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주도하는 이스라엘 초강경 우파 정권이 24일(현지시간) 사법부 권한을 대폭 축소하는 법안을 강행 처리하자 서방 각국이 유감의 뜻을 밝히고 나섰다.
이스라엘 크네세트(의회)가 이날 국내외 우려 속에 '사법부에 관한 기본법 개정안'을 처리하면서 앞으로 행정부의 주요 정책 결정을 이스라엘 최고 법원인 대법원이 사법 심사를 통해 변경할 수 없게 된데 따른 반응이다.
특히 미국의 경우 조 바이든 대통령이 직접 '속도 조절'을 주문했음에도 불구하고 이스라엘이 입법을 밀어붙인 데 대해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카린 장-피에르 미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성명을 통해 "이스라엘의 평생 친구인 조 바이든 대통령은 그동안 민주주의에서 주요한 변화가 계속되려면 가능한 광범위한 동의가 있어야 한다고 밝혀왔다"고 말했다.
이어 "오늘 (의회) 표결이 가능한 가장 적은 수의 찬성으로 진행된 것은 유감"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이스라엘 의회 휴회 중에도 보다 광범위한 타협안을 만들기 위한 대화가 향후 몇주, 몇 달간 계속될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미국은 정치적 대화를 통해 더 넓은 합의를 도출하려는 이츠하크 헤르조그 이스라엘 대통령과 이스라엘 정치 지도자의 노력을 계속 지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전날 인터넷매체 악시오스에 보낸 성명에서 "현재의 사법 개혁이 더 분열되고 있다"면서 "이스라엘이 직면한 다양한 위협과 도전을 고려할 때 이 사안을 서둘러 처리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고 지적한 바 있다.
미국 내 유대인 사회는 더 강도 높게 네타냐후 정부를 비판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친이스라엘 단체 중 하나인 미국유대인위원회(AJC)는 이번 입법이 현지 사회 분열을 가속할 것이라며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
AJC는 "타협을 모색하지 않고 사법개혁을 밀어붙인 것은 조국을 향해 위협이 고조되는 시기에 이스라엘 국방부 내 불화를 야기했다"며 "이는 이스라엘과 유대인 디아스포라(해외동포) 사이 긴장감을 키웠다"고 지적했다.
이스라엘정책포럼(IPF)은 "이스라엘의 민주주의와 국제적 지위, 미국과의 동맹, 이스라엘과 미국 유대인 관계에 피해를 줄 것"이라며 실망감을 드러냈고, 신이스라엘기금(NIF)은 "이스라엘과 유대인의 역사에 어두운 날"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특수 관계지만 네타냐후 총리가 재집권 이후 각종 강경 정책을 추진하고 이에 대해 미국 정부가 계속 우려를 표명하면서 거리가 멀어진 상태다.
지난해 연말 재집권한 네타냐후 총리는 최근에야 백악관 방문을 초청받았으나 구체적 방문 일정은 알려지지 않았다.
또 독일 외무부의 한 관계자는 이날 "우리는 이스라엘 사회에서 긴장이 고조되는 것을 깊은 우려 속에 지켜보고 있다"며 "독일 정부는 이 난제에 대한 합의를 끌어낼 수 있는 조치를 이스라엘 측에 요청했다"고 밝혔다고 AFP 통신이 보도했다.
그는 "예정된 '사법계획'의 첫 단계가 진행된 지금, 새로운 합의에 도달할 수 있도록 충분한 시간과 공간이 제공되는 가운데 광범위한 사회적 논의가 진행돼야 할 것"이라며 "모든 진영, 특히 정부 측이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란의 지원을 받으며 이스라엘과 대치하고 있는 레바논의 하산 나스랄라 헤즈볼라 최고지도자도 "오늘은 이스라엘 역사에 있어서 최악의 날"이라고 비난했다.
나스랄라 최고지도자는 "이는 신의 뜻에 따라 이스라엘을 붕괴와 분열, 소멸의 길로 이끌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번 입법이 민주주의를 위해 필요한 조치라고 항변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첫 번째 '사법 정비' 법안이 의회에서 가결된 뒤 TV로 방영된 영상 메시지를 통해 "이번 입법은 3부 간의 균형을 복원하기 위해 필요한 민주적 조치"라고 강조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 모든 상황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대화와 타협의 길을 찾을 것"이라며 수일 내로 나머지 사법 정비 입법에 관한 협상을 야권에 제안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d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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