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로만? 이재명도 긍정한 ‘체포안 기명투표’…입법은 “글쎄”

2023. 7. 25.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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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위 제안에 이재명도 “책임정치 측면 필요하다”
국회 운영위 3건 계류…권성동·김승원·정우택 案
민주당 내 ‘수박색출’ 의심 눈초리도, 비명계 발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박광온 원내대표가 2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이세진·양근혁 기자] 더불어민주당 ‘김은경 혁신위원회’가 최근 주장한 국회의원 체포동의안 기명 투표 변경안을 두고 이재명 대표가 공감 목소리를 낸 가운데, 입법 논의까지 이어질지 관심이 모아진다. 현재로서는 관련 국회법 개정안이 이미 발의돼 상임위원회에 계류된 상태지만 실제 입법까지는 걸림돌이 많다.

특히 당내에서는 이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표결에 오를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에서 기명 투표가 ‘수박 색출’ 계기가 되지 않겠냐는 비판적인 목소리까지 터져나오고 있다. 계파 간 갈등으로 번질 소지가 있는 만큼 당 지도부도 신중한 입장을 고수할 것으로 전망된다.

25일 민주당 안팎에 따르면 전날 이재명 대표가 체포동의안 기명 투표에 찬성하는 언급을 한 데 이어 지도부가 실제 입법화를 주도하고 나설지 주목된다. 이 대표는 현재 무기명 방식인 체포동의안 표결을 기명 투표로 바꾸자는 혁신위 제안에 대해 “입법 사안인데 조기에 기명 투표를 선언하는 게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또 “책임정치라는 측면에서 투표 결과에 대해서 책임지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현행법 상 국회법 112조 5항에 따라 인사에 관한 안건은 무기명 투표로 표결한다. 국회의원 체포동의안도 인사 관련 사항으로 간주해 국회 본회의에서 무기명으로 가부(可不)를 묻고 있다.

현재 체포동의안 표결을 기명 투표로 바꾸는 내용의 국회법 일부개정안은 총 세 건이 국회 운영위원회 소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권성동·정우택 의원과 김승원 민주당 의원이 각 대표발의한 법안이다. 개정안 모두 국회의원 불체포특권에 대한 동료 국회의원들의 표결을 기명 투표로 전환함으로써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하자는 취지를 담았다.

지난 3월 진행된 운영위 국회운영개선소위에서는 회부된 개정안에 대한 심층 토론은 이어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회의록에 따르면 박태형 수석전문위원은 “개정안은 체포동의안에 대한 개개인의 저이적 책임을 보다 명확히 하려 한다. 다만 불체포특권은 제헌헌법에서 규정돼 온 것으로서 국회의원이 정당의 의사에 귀속되거나 외부 압력에 구애되지 않고 자신의 소신에 따라 진의를 표현할 수 있도록 보장하기 위해서는 무기명 표결할 필요도 있음을 감안해 결정할 필요가 있다”는 검토 의견을 제시했다. 이에 당시 소위원장을 맡고 있던 송언석 국민의힘 의원은 “계속 논의하겠다”며 다음 안건으로 넘어갔다.

민주당 내에서도 현재까지 관련 논의가 본격화하는 단계는 아니다. 원내대표실 관계자는 본지에 “법이 바뀌지 않은 채로 당내에서 기명 투표를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은 아니다”라며 “여야가 합의만 된다면 법안을 통과시킬 수 있겠지만 현재 상황에서 국회 운영위를 열기조차 어려워 난항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민주당 관계자는 “법안 논의를 하기 시작하면 불체포특권 뿐 아니라 인사에 관한 다른 무기명 투표에 대해서도 모두 기명 투표로 바꾸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논란으로 확산될 수 있어 속도 내기가 쉽지 않다”고 내다봤다.

이런 가운데 민주당 내에선 계파 갈등 조짐까지 감지되는 상황이다. 최근 검찰의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 수사가 빨라지며 이재명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고, 특히 민주당은 이 대표가 “불체포특권 포기”를 선언했음에도 검찰이 민주당 분열을 유도하기 위해 회기 중 체포동의안을 보낼 것으로 전망하는 상황에서 기명 투표가 ‘태풍의 핵’이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특히 비명(비이재명)계에선 기명투표가 ‘수박(이재명 대표에 반대하는 사람을 지칭하는 은어) 색출용’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조응천 의원은 이날 YTN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 출연해 “당내 (계파 갈등) 특수상황을 고려하면, 이 대표가 불체포특권 포기를 선언한 것과 앞뒤가 맞지 않는다”면서 “기명 투표시 이 대표 체포동의안에 대해 찬성 또는 반대한 의원이 누구인지 다 나오는데, 동의한 의원들에 대해 ‘수박’이라며 공격하고 낙선운동이 벌어지는 일이 생길 수 있다”고 경계했다.

jinlee@heraldcorp.com

y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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