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 초월 학부모 민원…교사에게 “무릎 꿇고 빌어라”

신하영 2023. 7. 25.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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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이초 교사 사망사건으로 학부모들의 악성 민원이 도마에 오르고 있다.

전국초등교사노동조합(노조)가 진행한 설문조사에선 초등교사 중 99.2%가 교권침해를 경험했다.

노조가 공개한 악성 민원 사례에선 교사에게 "무릎 꿇고 빌라"고 발언한 학부모도 있었다.

특히 노조가 공개한 악성 민원 사례 중에선 교사에게 무릎 꿇고 빌라는 학부모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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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초등교사노조, 교권침해 실태 설문 결과 공개
교권침해 경험 99%, ‘학부모 악성 민원’ 1위 꼽아
교사에게 “무릎 꿇어라” “결혼은 방학 중에 하라”
학생이 교사에게 “나랏돈 처먹고 뭐하세요” 폭언도

[이데일리 신하영 기자] 서울 서이초 교사 사망사건으로 학부모들의 악성 민원이 도마에 오르고 있다. 전국초등교사노동조합(노조)가 진행한 설문조사에선 초등교사 중 99.2%가 교권침해를 경험했다. 노조가 공개한 악성 민원 사례에선 교사에게 “무릎 꿇고 빌라”고 발언한 학부모도 있었다.

23일 서울 강남서초교육지원청에 마련된 서이초등학교 사망 교사 분향소에 최근 스스로 목숨을 끊은 서이초 교사를 추모하는 메시지가 붙어 있다. (사진=뉴시스)
전국초등교사노조는 25일 교권침해 실태 설문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번 설문조사는 지난 21일부터 진행했으며, 전국의 초등교사 2390명이 참여했다.

조사 결과 교권침해를 당한 적이 있다는 응답은 전체의 99.2%(2370명)에 달했다. 교권침해 유형으로는 ‘학부모의 악성 민원 (49%)’이 가장 많았고, ‘정당한 생활지도에 대한 학생의 불응·무시·반항(44.3%)’이 뒤를 이었다.

특히 노조가 공개한 악성 민원 사례 중에선 교사에게 무릎 꿇고 빌라는 학부모도 있었다. 노조에 따르면 한 초등학생 학부모는 아동학대 관련 민원을 제기하면서 교사에게 “일이 커지지 않게 여기서 마무리하자. 길어지면 개싸움되고 선생님만 힘들다”면서 교사에게 “무릎 꿇고 빌어서 끝내라”라고 했다. 노조는 “그래도 해결이 안 된다면 교사의 부모님까지 모셔와서 같이 무릎 꿇고 빌라고까지 했다”고 전했다.

심지어는 교사에게 “결혼을 방학 중에 하라”는 민원도 있었다. 학부모 상담일에 학교를 찾아온 한 학부모는 “올해 결혼하실 계획 있으세요? 혹시 계획 있으시면 방학 때 하셨으면 좋겠어요. 학기 중에는 수업 결손이 생기니까요”라고 발언했다는 것.

학부모들의 폭언도 심각한 수준이다. 노조에 따르면 자녀를 괴롭힌 학생을 보겠다며 학교로 찾아온 학부모가 교사에게 “애는 낳아봤냐”고 폭언했다. 동료 교사들이 듣는 상황에서 “그 따위로 하지마, 미친 거 아니냐, X발”이라고 폭언한 학부모도 있었다.

학생들의 폭언은 더욱 심각하다. 노조가 공개한 사례 중 “쌤 하는 일이 뭐에요? 자격 있어요? 공무원이 나랏돈 쳐먹고 뭐하는 거예요“란 발언이 대표적이다. 수업 중 ”아 재미없어. X발 이거 왜 해?“라며 교사의 교육활동을 방해한 학생도 있었다.

교사의 정당한 생활지도에 불응하거나 이를 무시한 사례 역시 많았다. 친구를 가위로 찌르려는 학생을 제지하자 자신만 말린다며 담임교사에게 수차례 주먹질한 사례 등이 공개됐다. 심지어는 교사가 문제 학생의 눈치를 봐야 하는 경우도 있었다. 수업 중 교실 안에서 뛰어다니거나 다른 학생을 때려 이를 제지하자 소리를 지른 학생 사례다. 노조는 ”학급 교사나 학생들이 그 학생 눈치를 보고 그 학생 기분 나쁘지 않게 하기 위해 노력했을 정도“라며 ”해당 학생의 경우 기분이 나빠지면 폭력을 행사하기에 그날 수업을 진행할 수 없다. 가장 어려운 점은 이러한 학생을 교사가 지도할 방안이 없다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노조는 교권침해 방지를 위한 △체계화된 민원 처리 시스템 구축 △정당한 학생 지도권 보장 △교사에 대한 아동학대 관련 법안 개정 등을 촉구했다. 정수경 초등교사노조 위원장은 ”그동안 교사들은 각종 악성 민원과 교권 침해, 아동학대 위협을 맨몸으로 감당하며 무력감과 분노를 느끼고 있었다“며 ”교사가 없으면 교육도 없다. 교육활동뿐 아니라 교사도 보호해서 교육이 바로 설 수 있게 해 달라“고 촉구했다.

전국의 교사들이 22일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서이초 교사 사망 사건에 대한 추도식 및 교사 생존권을 위한 집회를 열고 진상 규명과 교권확립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신하영 (shy1101@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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