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어드는 美 침체 가능성, 채권·주식 어디에 투자할까 [글로벌 ETF 트렌드]
글로벌 ETF 트렌드
연착륙 기대감에 주식형 ETF 활황
경제학자들은 침체 가능성 50% 미만으로 예측
금리동결 전망에 채권형 ETF 수요도 확장
미국 경제가 올해 연착륙할 것이란 기대가 커지면서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에 자금이 들어오고 있다. 주식형 ETF에 대한 관심이 커지며 순 유입 규모가 증가하고 있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금리를 동결할 것이란 기대에 힘입어 채권형 ETF도 덩달아 주목받고 있다.
주식형 ETF 급성장
올해 들어 미국 증시가 상승세를 이어가면서 ETF 시장 규모도 크게 확장했다. 올해 상반기 주식형 ETF 순유입액은 1500억달러를 넘겼다. 미 뉴욕증시에 상장된 ETF 운용자산의 75%에 해당한다. 지난 14일부터 일주일 동안 주식형 ETF에 순유입된 금액은 50억달러에 육박했다.
투자자들이 가장 선호한 ETF는 S&P500 지수와 관련된 상품으로 나타났다. ‘뱅가드 S&P500 ETF(티커명 VOO)’는 올해 들어 순 유입 규모가 190억달러를 넘기며 가장 많은 투자금을 끌어모은 ETF로 자리매김했다. 저렴한 보수(0.03%)로 미국 대표 지수를 추종하는 ETF라는 강점으로 투자자들을 끌어모은 것이다. 올해 들어 수익률은 18.83%를 기록했다.
안정성을 중시한 ETF도 인기를 끌었다. ‘아이셰어즈 MSCI 미국 퀄리티 팩터 ETF(QUAL)’ 올해 들어 100억달러 순유입을 기록하며 순항 중이다. 미국 상장기업 중 수익성, 성장성, 부채비율 등 3가지 요소를 고려해 '고품질'로 분류되는 대기업 100여개에 투자한다. 보수는 0.15%로 다소 높은 편이지만 상승률은 21.6%로 VOO를 앞서고 있다.
커버드콜 전략을 사용하는 ‘JP모간 에쿼티 프리미엄 인컴(JEPI)’에는 94억달러가 순유입됐다. 커버드콜은 기초자산 매수와 동시에 해당 자산 콜옵션을 매도하는 전략이다. 주가가 하락해도 옵션 매도 프리미엄만큼 이익을 얻어 손실을 상쇄한다. 콜옵션 매도분을 분배금 수익으로 지급하기 때문에 JEPI의 배당수익률은 연 8%에 달한다. 매달 배당금을 나눠주기 때문에 ‘월 배당 ETF’로도 유명하다.
다만 JEPI는 콜옵션 매도 때문에 상승장에 진입하면 수익률이 제한된다는 단점을 지닌다. 또 배당수익률이 높고 변동성이 낮은 기업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한 탓에 상승장 흐름을 본격적으로 타지 못한다는 약점도 있다. 올해 들어 수익률은 2.6%를 기록했다. 순 유입 상위 3개 ETF 중 가장 저조한 실적이다. S&P500 지수가 20% 하락한 지난해와 달리 올해 반등하며 강세장이 이어진 결과다.
침체 가능성 50% ↓
주식형 ETF로 투자금이 몰리는 배경엔 경제 연착륙에 대한 기대감이 있다. 경제학자들은 미국 경제에 대한 낙관론에 힘을 실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전미 기업경제협회(NABE)는 이날 경제학자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앞으로 12개월간 침체 가능성이 50% 미만이라는 응답률이 71%라고 발표했다. 침체 가능성이 25% 미만이라고 답한 비율은 20%에 달했다. 지난 4월에는 침체가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대다수였다.
경제학자들이 미래를 낙관하는 이유는 인플레이션 둔화와 견고한 노동시장 때문이다.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전년 동기 대비)은 3%대에 머물렀다. 1년 전 9%에서 3분의 1토막 났다. 물가 상승세가 꺾인 사이 실업률은 역대 최저치를 유지하고 있다. 침체 없이 인플레이션이 억제되는 ‘연착륙’에 대한 기대감이 커진 이유다.
침체의 전조 현상인 장·단기 국채 금리 역전 현상에 대한 새로운 관점도 제시됐다. 일반적으로 단기 국채 금리가 장기 국채 금리를 웃돌게 되면 향후 6~18개월 내로 침체에 진입한다는 게 시장의 통념이다. 하지만 에드 야데니 야데니리서치 대표는 이 현상을 두고 침체에 수반되는 인플레이션 둔화를 표시한다고 최근 지적했다.
그는 “장단기 국채 금리 역전 현상은 침체 자체를 가리키지 않고 침체에 따른 디플레이션을 나타낼 뿐이다”라며 “오히려 물가 상승세가 일찍 꺾이면서 고통(대량 실업) 없이 이익(물가 하락)을 얻는 ‘열반’에 다다를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리 낮아지면 채권이 유리
인플레이션이 둔화하면서 Fed가 긴축을 조기 종결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장기채 ETF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도 확산하고 있다. 채권 금리는 중앙은행 금리의 움직임을 6개월~1년 선행한다. 향후 기준금리가 하락할 것이라는 예측이 강해지면 채권 금리가 미리 떨어진다는 의미다.
시장에서는 ‘인플레이션 완화→기준금리 인상 중단 예상→채권 금리 하락’이라는 사이클이 나타나고 있다. 미국 30년물 국채금리는 올해 4월 초 3.5%에서 7월 초 4%까지 치솟았다가 최근 하락세로 돌아섰다.
채권 금리가 떨어지면 채권에 투자하는 ETF 가격은 상승한다. 특히 투자하는 채권의 만기가 길수록 가격 변동성이 크다. 같은 종류의 채권에 투자하는 상품이라도 금리 하락이 나타난다면 5년물 ETF보다 30년물 ETF의 수익이 클 수 있다는 의미다.
다만 전문가들은 채권형 ETF에 투자할 때 위험도가 높은 상품은 피하라고 조언한다. 금리인하 기대감이 커졌다고 해서 경제가 반등할 것이란 보장은 없어서다.
실제 블룸버그에 따르면 올 상반기 투기 등급 채권(정크본드) 관련 ETF의 운용자산(AUM) 규모는 10% 감소했다. 금융상품 중에서 가장 큰 폭으로 규모가 축소된 것이다. 정크본드 ETF 수익률은 평균 10%를 웃돌며 다른 채권형 ETF(2~3%대)를 앞질렀지만, 투자자들의 위험회피 성향이 커지며 외면받았다.
데이비드 브라운 핌코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당장 시장의 영웅이 되고 싶어서 정크본드를 매입할 필요는 없다”며 “채권형 ETF는 주식과 달리 거래량이 적기 때문에 유동성이 충분한지부터 파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안정성을 추구하기 위한 채권형 ETF로는 채권 지수 등을 추종하는 상품이 꼽힌다. 핌코액티브채권ETF(BOND)는 바클레이스 미국 채권 종합지수를 추종한다. 액티브 펀드라서 보수는 0.56%로 높은 편이다. BOND의 수익률은 올해 0.9%로 집계됐다. 블룸버그 미 장기채 지수를 추종하는 뱅가드장기채인덱스펀드(VGLTA)도 대표 상품 중 하나다. 낮은 보수(0.04%)로 국채 시장에 투자하는 강점이 있다. 수익률은 1.7%를 기록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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