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크릿 인베이전' 퓨리 국장님, 이럴거면 어벤져스는 왜 만들었죠?
아이즈 ize 영림(칼럼니스트)
요즘처럼 전문가들의 권위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았던 시기가 또 있을까. 견주조차 감당하지 못하는 반려견들의 문제점을 단번에 진단하는 훈련사, 금쪽이들을 순식간에 예의범절을 장착한 아이로 만드는 듯한 아동 전문가, 고프로를 들고 식당의 음식을 맛보고 솔루션을 제시하는 외식 사업가 등 이들의 조언만 있으면 세상에 해결 못 할 문제는 없는 듯하다.
하지만 세상일이라는 게 그렇게 손쉽게 굴러갈 리 없고 해결했다 싶으면 이상한 나비효과로 또 문제가 쌓인다. 어느새 야금야금 흰 머리가 늘어가고 피부가 썩어가는 건 문제를 해결하려 이리 뛰고 저리 뛰어다닌 영광스러운 훈장일지도 모르겠다.
디즈니 플러스 '시크릿 인베이전' 속 닉 퓨리(새뮤얼 L. 잭슨)의 모습도 전 지구적 위기를 해결하려 뛰어다닌 지난 세월의 풍파가 한 번에 느껴진다. 지지리도 말 안 듣는 골목식당을 만나 속을 썩는 백종원의 마음고생도 닉 퓨리에 댈 것이 아니다.
'시크릿 인베이젼'의 줄거리를 여기서 간단하게 정리하면 외계종족 스크럴이 지닌 변신 능력으로 미국과 러시아의 갈등을 유발해 제3차 세계대전을 일으키려 하고 당연히 닉 퓨리는 이를 막으려고 동분서주하는 이야기다.
보는 내내 수십년간 쌓아놓은 어벤져스 인맥은 어디다 쓰려는 거지라는 의문이 들지만, 이 시리즈를 우리가 몰랐던 닉 퓨리의 개인 서사로 생각하면 그나마 볼 만한 매력을 지니고 있다
이 작품의 가장 독특한 점은 보통 슈퍼 히어로물에서 한 번 해결된 사건은 그 자체로 매듭지어 다시는 수면 위로 떠오르지 않는 클리셰를 비튼 부분이다.
영화 '캡틴 마블'을 통해 지구에 머무르게 된 스크럴 종족이 그들이 본 모습을 숨기고 타지 생활을 하는 데 지쳐 결국 지구를 위협하는 반란군이 된다.
이에 닉 퓨리가 우주에서 다시 지구로 돌아오게 되는데 과거 회상에서 꼬마 스크럴이었던 그래빅, 탈로스의 딸 가이아가 어느새 장성하여 지구를 위협하는 모습은 대견(?)하기까지 하다.
'아이언맨3'의 익스트리미스 기술까지 재등장해 '시크릿 인베이전'은 첩보물인 동시에 과거의 영광을 뼈저리게 그리워하는 MCU 팬들을 조금이나마 위로한다.
이 작품의 가장 큰 매력은 스크럴의 변신 능력을 토대로 한 꾸준한 반전이다. 등장인물 중 누가 스크럴이고 지구인인지 알 수 없는 데다가 누가 어느 진영에 속해있는지를 쉬이 예측할 수 없게 만든다. 여기서부터는 스포일러다. 하물며 닉 퓨리의 아내조차 스크럴이었는데 과연 누가 누구를 믿을 수 있겠나.
이 지점에서 그 누구도 믿지 않고,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던 왕년의 닉 퓨리가 그대로 드러난다. 핵폭탄을 싣고 날아가는 자국 전투기에 RPG-7을 발사하던 그 가락이 어디 가지 않았다.
닉 퓨리는 '시크릿 인베이젼' 시리즈에서도 이런 자신의 장점을 마음껏 발휘한다. 마리아 힐을 죽였다는 누명과 함께 지구상에서 가장 위험한 현상수배범이 되지만 전혀 개의치 않고 종횡무진한다. 묻는 말에 원하는 정보를 주지 않으면 냅다 총부터 허벅지에 갈기는 모습도 여전하다.
다만, 아직은 스크럴 반란군과의 싸움에서 전략적 우위를 점하진 못한 상황이다. 치명타는 입지 않았으나 그렇다고 닉 퓨리 쪽이 우세하다고는 볼 수 없다.
의외로 '캡틴 마블'에서부터 인연을 맺어온 스크럴 종족에게 여전한 연민을 보여주는 닉 퓨리의 모습이 신선하다. 자기 아내가 스크럴이었다는 걸 이미 오래전에 알아놓고도 이를 모른 척했다는 서사는 닉 퓨리에게 이런 면도 있었나라는 생각을 들게 한다.
문제는 이런 '시크릿 인베이젼' 속 사건과 서사들이 '캡틴 마블' 사건 직후가 아니라 어벤져스라는 시스템이 모두 갖춰진 상황에서 벌어진다는 점이 몰입을 방해한다.
시리즈 속 "왜 어벤져스를 부르지 않지?"라는 질문에 닉 퓨리는 "이건 나의 개인적인 싸움이야"라는 취지로 답변을 하는데 이 말을 듣고 과연 팬들이 "그렇지. 이건 닉 퓨리가 해결해야 할 문제야"하고 납득할지 의문이다.
애초에 지구가 해결하지 못할 문제가 생겼을 때 특별한 능력을 갖춘 영웅들을 모아 해결하자고 '어벤져스'를 만든 거 아니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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