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는 왜 바닷속에 데이터센터를 지었을까?
"ESG에 대한 많은 강의를 하며 '모든 메시지를 다 알 필요는 없다', '핵심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게 됐습니다. 쉽게 접근 가능한 책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어 이 책을 내게 됐습니다."
'지금, 우리가 알아야 할 ESG 이야기: 임팩트 스토리 30'을 쓴 나석권 사회적가치연구원 원장이 지난 21일 저서를 소개하며 가장 많이 언급한 수식어는 '쉽게'다. 각종 ESG 관련 서적이 넘쳐나는 요즘 '그래서 ESG라는 게 왜 중요한 지'에 대한 근본적 질문을 모두가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쓰고자 했던 게 책을 낸 가장 큰 동기다.
방식을 고민하다 택한 방법은 '그림과 에피소드'다. 사회적가치연구원이 지원하는 사회적 기업 중 신진 작가들과 일하는 기업들을 통해 세 명의 작가를 섭외, 책의 삽화를 요청했다. 작가들과 소통하며 만들어진 그림 30개를 선정했고, 이 30개의 이미지에 메시지를 더했다. 그림에 덧붙인 한두 마디의 핵심 문장으로 전체 이야기를 이해할 수 있게끔 정리했다.
독자를 배려한 쉬운 책이면서도 내용의 밀도는 높다. 2020년 50주년을 맞은 다보스 포럼이 발표한 '다보스 매니페스토Ⅱ'를 설명하는 장은 함의를 간단하면서도 명료하게 전달하기 위해 '기업은 경제적 단위 그 이상이다'라는 이 선언의 대표적 문구를 부각했다. 주주 외에 다양한 이해관계자를 경제활동의 중심에 내세워야 한다는 기업의 새로운 목표가 담긴 이 선언의 핵심 내용을 몇 문장으로 전했다.
기업의 본질인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면서 사회적 가치도 높이는 '임팩트 비즈니스'의 사례도 구체적으로 소개한다. 공기의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획득한 탄소로 침대 매트리스를 만드는 독일 기업 코베스트로, 스코틀랜드 해저에 데이터 센터를 설치해 열을 바닷물로 냉각시켜 절전 등을 꾀하는 마이크로소프트의 '나틱' 프로젝트 외 다양한 실제 예시들이 실려 있다.
이 책이 전달하는 메시지는 사회적가치연구원이 해 온 일들의 연장선에 있다. SK그룹 산하 비영리단체인 이 곳은 사회 문제 해결 역량을 키우기 위한 연구를 위해 만들어졌다. 연구 대상은 크게 '측정과 인센티브'다.
연구원은 2015년부터 400여 사회적 기업들의 비재무적인 성과를 측정했다. 고용·환경·사회 서비스·사회 생태계 효과 등 네 가지 성과 항목 하에 50여 개의 하위 측정 지표를 구축했다. 이 지표를 기반으로 각 사회적 기업들의 특성에 맞춰 각 기업들이 창출한 가치를 정량화한다. 그동안 '좋은 일'로 불리우던 이 기업들의 활동이 수치로 표현 가능해진 것. 연구원이 측정한 지표로 성과를 설명해 투자를 유치한 사례도 상당수 있다. 페트병 등을 수거·가공·유통하는 기업 수퍼빈이 대표적이다.
SK그룹이 2018년부터 해 온 사회적가치(SV) 창출 성과의 측정도 사회적가치연구원의 주요 업무다. 계열사별로 다른 업종 성격 등을 감안해 수치를 표준화하고 가공한다. 지난달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가 지속가능성 공시 관련 첫 기준서 발표 등 기업이 창출한 정성적 가치의 정량적 표현이 경영의 핵심이 돼 가는 가운데 기업이 만든 사회적 가치의 정량화를 표준화하는 작업에도 기여 중이다.
아시아 국가들과의 협업 확대가 대표적 행보다. 2019년부터 중국 국무원 국유자산감독관리위원회 산하 공기업들이 창출한 사회적 가치 측정에 참여했다. 올해는 일본의 대표적 기부·사회적 투자 단체인 일본펀드레이징협회(JFRA)와 일본 사회적 기업 대상 인센티브 제공 방법 등에 대한 연구를 시작했다.
나석권 원장은 "일부 주주를 위한 자본주의가 아니라 다원적인 이해관계자들의 이익을 고루 만족시켜주는 자본주의가 돼야 한다는 걸 이제는 누구도 부인하기 힘들 것"이라며 "임팩트를 주면서 돈을 버는 기업이 비즈니스 모델이 돼야 한다"고 했다. 지속가능성을 수년간 연구해 온 그는 또 최근 확산되는 관련 논의가 "'나는 맞고 당신 틀리다' 식의 논쟁이나 주도권 경쟁 보다 대승적인 차원에서 이뤄지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권다희 기자 dawn27@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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