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하던 짓' 결국 종영, '무한도전' 못 된 MBC 아픈 손가락 [Oh!쎈 이슈]
[OSEN=연휘선 기자] '안하던 짓을 하고 그래'가 결국 MBC의 안할 짓으로 남는다. 파일럿도 안 거쳤던 정규 편성이 8부작으로 끝나게 됐다.
MBC 예능 프로그램 '안하던 짓을 하고 그래(약칭 안하던 짓)'이 30일 8회로 종영한다. 지난달 11일 개편 철을 맞아 파일럿도 거치지 않고 정규 편성됐으나 저조한 시청률과 무관심을 견디지 못하고 결국 빠르게 막을 내리는 것이다. '시즌 종영'이라고는 하나 다음을 기약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당초 '안하던 짓'은 MBC의 기대작으로 출범했다. '전지적 참견 시점(약칭 전참시)'를 선보인 강성아 PD의 새 작품인 데다가 이용진과 조세호, 주우재, 슈퍼주니어 최시원, 유병재로 믿고 보는 예능 라인업이 꾸려졌다. 제작진과 출연진 모두 기대감을 자아냈고 '무한도전' 초창기가 생각난다는 내부 평가까지 있었다.
그러나 뚜껑이 열린 '안하던 짓'은 기대와 달랐다. 추성훈, 전현무, 문세윤, 박미선 등 게스트 위주의 토크와 미션 플레이가 주를 이루며 당초 기대됐던 버라이어티의 매력은 사라졌다.
'안하던 짓'의 캐스팅 라인업부터 큰 기대를 모았던 부분은 고정 출연자들의 버라이어티 플레이어로서의 활약이었다. 입만 열면 의외성 있는 멘트로 웃음을 주는 이용진이나 유병재, 둘만 있어도 타격감 있는 티키타카가 되는 조세호와 주우재가 있었기 때문. 슈퍼주니어 최시원이 확고한 '예능캐'가 아니라는 점에서 의외였으나 그 역시 비주얼과 반전의 웃음을 줄 수 있을 법 했다.
하지만 게스트 중심의 구성이 강해지며 고정 출연자들이 주변인으로 밀릴 수 밖에 없는 구도가 만들어졌다. 이들의 활약을 전면에서 볼 것으로 기대를 모았으나 홍보성 프리뷰 예고부터 방송 후반부 구성의 중심이 게스트와의 토크와 미션에 쏠렸다. 결국 프로그램은 캐스팅부터 라인업부터 기대했던 매력은 사라지고 흔한 게스트 토크 버라이어티가 돼버렸다.
여전히 MBC의 간판인 '전참시'를 만든 강성아 PD, 어디에 붙여도 아쉽지 않을 캐스팅 라인업을 두고 소모적인 예능으로 날린 편성도 아쉬움을 남긴다. 일요일 밤 10시 45분, 최근 예능가의 중심이 토요일과 일요일 저녁 버라이어티에서 일요일 밤 시간대 관찰이나 토크 위주의 포맷으로 옮겨진 것은 일면 맞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주를 마무리하는 시간 심야 시간대에 가까운 편성에 왁자지껄한 버라이어티의 구성이 본방사수를 기대하기엔 무리였다.
고정 멤버들의 합이 잠깐씩 짧은 플레이로 웃음을 줄 수도 있었으나 그 내용이 트렌드와 맞지 않았다. 유튜브 숏츠, 인스타그램 릴스와 같은 숏폼에서 화제를 모으는 것은 말맛을 극대화한 티키타카이거나 비주얼적으로 화려한 만듦새를 자랑하는 것들이었다. 그러나 '안하던 짓'은 버라이어티 정신에 기대 콩트, 몸개그 위주의 원초적인 웃음을 지향했다. 이는 시청자들이 가볍게 시청할 때의 더욱 유효한 웃음들로, 틀어두고 소리만 들어도 괜찮을 때에나 가능한 코드였다. 가볍게 TV를 틀기엔 무거운 일요일 심야 시간, 숏폼으로 가기엔 가볍지 못한 코드들이 프로그램의 기대 포인트를 날린 셈이다.
'무한도전' 초창기를 연상케한 프로그램인 만큼 그와 같은 시행착오를 보인 것일 수도 있다. 실제 '무한도전'은 12년의 장기집권에 앞서 '무모한도전' 시절 여러차례 시행착오를 겪으며 과도기를 거쳤다. 그러나 그때와 다른 방송 환경이 패착이 됐다. 지상파 방송사 외에 경쟁상대 없이 과도기를 버텨줄 수 있던 2000년대와 달리 최근의 방송가는 익히 알려졌듯 방송사끼리는 물론 OTT와 숏폼까지 경쟁하며 여유를 잃었다.
결국 부진 속에 '안하던 짓'은 8부작으로 막을 내린다. 시청률은 1, 2회의 2.1%와 2.2%에 이어 0.9%까지 하락했다가 1% 대에 머물고 있다. 아무리 시청률이 전부가 아닌 시대라고는 하지만, 그렇다고 화제성 지수가 뛰어난 것도 아니라 더욱 씁쓸하다. 기대작의 초라한 퇴장이 MBC의 안할 짓이 될 수 있을까. / monamie@osen.co.kr
[사진] MBC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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