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장님 강조사항” 빨간티 통일시킨 해병대…‘안전’ 내용 없었다

18일 경북 예천군 예천읍 고평리 하천변에서 해병대 신속기동부대 장병들이 실종자를 찾고 있다. 연합뉴스

[헤럴드경제=나은정 기자] 경북 예천군에서 수해 실종자를 수색하던 중 숨진 고 채수근 상병이 복무하던 해병대 부대에 사고 전날 '적색 체육복'의 복장 통일을 강조한 지침이 내려진 것으로 드러났다. 지침엔 구명조끼 등 안전 장비에 대한 내용은 적혀있지 않았다.

24일 JTBC 보도에 따르면 실종자 수색 작업 전날 고 채수근 상병이 소속됐던 부대엔 '사단장이 현장 지도를 나와 복장 점검을 한다'는 요지의 지침이 내려갔다.

지침에는 '내일 과업은 실종자 수색 위주 시행, 한천과 석관천 물가위주 수색'이라며 물가 수색을 알리는 내용과 함께 '사단장님 강조사항'이 기재돼 있다.

사단장 강조 사항에는 '하의 전투복, 상의 적색 해병대 체육복, 정찰모'의 복장 통일을 철저히 지킬 것을 지시하고 있다. 체육모와 컴뱃셔츠는 안되며, 사단장 현장 지도 때 복장 점검이 예정돼 있다는 내용까지 구체적으로 적혀있다.

19일 오전 경북 예천군 호명면서 수색하던 해병대원 1명이 급류에 휩쓸려 실종된 가운데 해병대 전우들이 침울한 표정으로 구조 소식을 기다리고 있다. [연합]

이처럼 세세한 복장 규정을 지침으로 내렸지만, 해당 지침엔 구명조끼 등 안전에 대한 내용은 찾아볼 수 없었다.

채수근 상병의 안타까운 죽음 이후 해병대가 구명조끼 등 안전 장비 준비에 소홀했다는 논란이 일자 해병대 측은 구명조끼 착용에 관한 구체적인 규정이 없었다고 해명했다.

최용선 해병대 공보과장은 이날 오전 국방부 정례브리핑에서 "수변 지역에서의 실종자 수색 작전 간 구명조끼 착용 등 대민 지원 형태별 구체적인 매뉴얼은 없다"면서 "이번 사고를 계기로 보다 구체적으로 위험 상황별 안전대책과 현장 안전조치 요령을 보완 중"이라고 밝혔다.

또 순직한 채 상병의 동료들의 주말 출타와 면회가 제한됐다는 주장에 대해선 "주말 간 외출자가 3명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고 부인했다.

앞서 채수근 상병은 지난 19일 경북 예천 내성천에서 구명조끼 착용없이 실종자 수색 임무를 수행하다가 급류에 휩쓸려 순직했다.

betterj@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