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 Lab] 집에서 왜 최고 사양 인터넷을 쓰나요?
가입하고 잊기 쉬운 유선 인터넷
자신에게 맞는 옵션인지 살펴야
공유기 잘못 쓰면 속도 느려질 수도
데이터 많이 안쓰면 가격 낮춰야
한번 가입하면 잘 살펴보지 않는 게 두가지 있다. 하나는 보험료, 다른 하나는 인터넷이다. 그나마 보험은 건강과 직결되므로 종종 들여다보지만, 인터넷은 그렇지 않다. 보통은 3년 약정이 끝날 때가 돼서야 살펴보는 경우가 적지 않다. 문제는 자신의 생활과 맞지 않는 요금제에 가입한 가계가 생각보다 많다는 점이다. 이번 상담의 주인공인 부부는 최고 옵션인 10Gbps 요금제를 쓰고 있었다.
은퇴 이후의 삶을 고민하고 있는 양성훈(가명·52)씨. 수중에 모아둔 돈이 별로 없다는 생각에 그는 우울감에 빠져 있다. 돌봐야 할 게 자신과 아내 이희나(가명·48)씨뿐이라면 다행이다. 하지만 부부에겐 대학을 졸업하지 않은 두 아들(23·20)이 있다. 자녀들이 대학 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 받은 학자금 대출은 부부가 갚아야 하는데, 그러기엔 모아둔 돈이 별로 없다.
또다른 문제는 부부가 양씨 혼자 일하는 외벌이란 점이다. 아내가 그동안 아르바이트를 간간이 하면서 생활비를 지원해 왔지만, 최근 몸 상태가 나빠지면서 그마저도 기대할 수 없게 됐다. 혼자서 세 식구를 챙겨야 한다는 생각에 양씨는 큰 부담을 느끼고 있었다.
그렇다고 그가 재테크에 밝은 것도 아니다. 알고 있는 재테크라곤 예금과 적금이 전부다. 마음이 급해진 양씨는 최근 재테크 관련 인터넷 카페를 자주 들락거린다. 그곳엔 수많은 후기와 정보들이 가득했지만, 따라 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만에 하나라도 투자했다 원금을 까먹기라도 한다면 돌이킬 수 없어서다. 이대론 안 되겠다고 생각한 양씨는 아내를 이끌고 필자를 찾아왔다.
지난 상담에서 파악한 부부의 재정상태는 이렇다. 중견기업에 다니는 양씨의 월 소득은 386만원이다. 지출은 정기지출 292만원, 1년간 쓰는 비정기지출 월평균 75만원, 금융성 상품 90만원 등 457만원이다. 양씨 부부는 한달에 71만원씩 적자를 보고 있었다.
부부가 해결하고 싶은 재무목표는 2가지다. 노후를 준비하는 것과 자녀의 대학 학자금을 마련하는 것이다. 양씨는 "그러려면 수익률이 높은 투자상품에 가입하는 건 필수인데, 행여 원금을 손실할까 봐 자신이 없다"며 고개를 떨궜다.
보통 부모의 연령대가 40대 후반에 접어들면 재정 부담감이 최고조에 달한다. 자녀가 대학 입학을 앞둔 시기일 가능성이 높아서다. 이때는 사교육비가 어마어마하게 발생한다. 문제는 감당해야 할 게 자녀 교육비뿐만이 아니란 점이다. 내집 마련을 위해 대출을 받았다면, 원리금도 갚아야 한다.
아이가 고등학교를 졸업해 대학에 입학한다고 해도 대학 등록금이 남아 있다. 학자금 대출이란 제도가 있긴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빚'이다. 대학 졸업 후 자녀가 취직해 스스로 학자금 대출을 변제할 수도 있지만 이를 가만히 보고만 있을 부모는 거의 없다.
그렇다면 답은 하나다. 지출을 줄여 여유자금을 확보하고, 그 돈을 잘 굴려서 목돈을 만드는 거다. 필자에게 이번 상담은 사실 난도가 높다. 양씨 부부가 외벌이란 점, 건강이 좋지 않은 아내가 아르바이트를 할 수 없다는 점 때문이다.
그나마 다행인 건 상담을 한다는 사실을 눈치챈 자녀들이 나서서 "학자금 대출을 스스로 갚겠다"고 선언했다는 점이다. 부부가 이를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현재로선 알 수 없다. 그래서 학자금 대출을 갚기 위한 방편을 일단 준비해 놓고, 자녀들이 학자금을 갚기 시작하면 그 방편을 다른 곳에 써보기로 했다.
그럼 재무설계를 해보자. 이번 시간엔 지출을 가볍게 줄여봤다. 먼저 부부의 식비·생활비(72만원)를 살폈다. 통계청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분기 기준으로 4인 가구의 월평균 식비는 106만6902원이다. 이 통계대로라면 양씨 부부의 지출은 적절한 수준이지만, 상황이 상황인 만큼 허리띠를 더 졸라매기로 했다.
어떻게 줄일 수 있을까. 가정주부인 아내가 최대한 요리를 하는 방향으로 풀어나가 보기로 했다. 먼저 식단을 일주일 단위로 짜고 그에 맞춰서 재료를 적당량만 구입하기로 했다. 식단도 반찬 가짓수를 최대한 줄이는 방식으로 짜서 음식이 남는 일이 없도록 신경 썼다. 배달음식 주문 횟수도 줄이기로 했다. 배달음식엔 '배달료'가 포함돼 있어 몇번 시켜 먹다 보면 지출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이런 방식으로 72만원인 식비·생활비를 62만원까지 줄였다.
다음은 부부의 통신비(36만원)다. 부부는 최근 스마트폰의 기종을 바꿨다. 가격대가 좀 높아 한달에 각각 3만원씩 6만원을 스마트폰 할부금으로 내고 있다. 이런 경우 평소 필자는 '보험료'에서 문제를 해결해 왔다. 불필요한 보험을 해지한 다음 받은 환급금으로 스마트폰 할부금을 전액 상환하는 식이다.
이번에는 아내의 도움을 받기로 했다. 아내가 "비상금 200만원을 갖고 있으니 이걸로 휴대전화 할부금을 전부 갚자"고 제안했다. 부부는 아내의 비상금 중 136만원을 사용해 휴대전화 할부금을 전액 상환했다. 휴대전화 할부금에는 6~7%대의 수수료가 포함돼 있어 빨리 갚을수록 이득이다.
그런 다음, 부부의 월 8만원짜리 요금제(16만원)를 2만원짜리 알뜰폰(4만원)으로 바꿨다. 부부가 요금제에서만 총 12만원을 절약한 셈이다. 늘 말하지만 알뜰폰은 장점이 많다. 가격이 저렴한 건 물론이고 통신사의 망을 빌려다 쓰는 구조여서 서비스 품질에도 별 차이가 없다. 지출을 줄이고 싶다면 알뜰폰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다. 또 부부가 여러 개 가입 중인 OTT 서비스를 하나만 남겨두고 모두 해지했다.
마지막으로 유선 인터넷 요금제를 바꿨다. 현재 부부는 월 8만원짜리 요금제를 쓰고 있다. 이 상품은 최대 10Gbps의 인터넷 속도를 지원한다. 현재 존재하는 통신사의 유선 인터넷 중 가장 빠른 속도다.
사실 일반 가정집에 이 정도의 인터넷 속도는 불필요하다. 1Gbps 속도만 돼도 인터넷은 물론이고 게임도 수월하게 할 수 있다. 양씨는 "몇년 전에 인터넷을 바꿨는데, 대리점 직원의 추천으로 이 요금제를 쓰고 있다"고 답했다.
문제는 부부가 이 요금제의 혜택을 별로 보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부부의 집엔 유선 인터넷을 와이파이 신호로 바꿔주는 공유기가 있다. 모델명을 검색해 보니 이 공유기의 전송속도는 최고 500Mbps밖에 지원하지 않는다. 최신 사양의 유선 인터넷으로 바꿨는데도 스마트폰의 인터넷 속도가 느린 건 이때문이었다.
이런 이유로 부부는 요금제 옵션을 10G bps에서 1Gbps로 낮췄다. 이에 따라 요금제도 8만원에서 3만원으로 크게 줄었다. 최종적으로 통신비는 36만원에서 13만원으로 23만원(할부금 6만원+통신요금 12만원+인터넷 요금 5만원) 줄었다.
지금까지의 진행 상황을 요약해 보자. 부부는 식비·생활비 10만원(72만→62만원), 통신비 23만원(36만→13만원)을 줄여 33만원을 절약했다. 이에 따라 적자 규모도 71만원에서 38만원으로 줄었다. 하지만 이 정도론 부족하다. 적자가 흑자로 바뀌어야 부부의 노후 준비도 수월하게 할 수 있다. 지출을 더 줄여야 한다는 얘기다. 과연 부부는 흑자 전환에 성공할 수 있을까. 다음 시간에 자세히 살펴보겠다.
서혁노 한국경제교육원㈜ 원장
shnok@hanmail.net | 더스쿠프 전문기자
이혁기 더스쿠프 기자
lhk@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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