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과는 ‘7월 볼넷왕’···KBO리그 스타일 읽은 로하스의 ‘눈’
시즌 개막 이후 외줄타기를 하듯 불안한 레이스를 하던 두산 외국인타자 호세 로하스는 7월 이후 평탄한 길 위로 올라섰다. 가파른 오름세의 팀과 함께 고속 주행을 시작했다. 팀 안팎의 입지 또한 달라졌다.
그런데 ‘반등 모드’로 접어들며 남긴 기록이 흥미롭다. 로하스는 지난 6월까지 타율 0.205, OPS 0.701에 그친 뒤 7월 이후로는 24일 현재 타율 0.345 OPS 1.100을 기록하며 벌떡 일어섰지만 10경기에서 남긴 안타 수는 10개뿐이다. 2루타 3개를 때렸지만, 홈런도 1개뿐이었다. 그런데도 로하스가 초호화 OPS(장타율+출루율)를 기록할 수 있었던 것은 일상으로 얻어낸 볼넷 덕분이었다. 로하스는 10경기에서 볼넷을 13개나 얻었다. 이 기간 출루율이 0.548까지 치솟은 배경이었다.
로하스는 KBO리그의 ‘7월 볼넷왕’이다. 7월 들어 로하스 다음으로 볼넷이 많은 선수는 양의지(두산)와 이정후(키움). 배정대(KT) 등 3명인데 이들은 같은 기간 볼넷 8개만을 기록했다.
로하스가 흐름을 바꿀 수 있던 ‘동력’이 바로 이 대목에 있다. 로하스는 볼을 보는 ‘눈’과 볼배합을 계산하는 ‘머리’로 살아났다.
로하스는 지난 6월 2군에서 재정비 기간을 보낸 뒤 전담코치이던 이영수 2군 타격코치와 함께 1군으로 올라왔다. 로하스를 살리기 위한 이승엽 두산 감독의 방침에 따른 것이었다. 로하스는 조정 기간을 통해 기술적인 내용뿐 아니라 심리적인 부분을 바로 잡는 데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로하스 스스로 인터뷰를 통해 그간 조급했던 것을 인정하며 투수들의 공을 쫓아다니다 제스윙을 하지 못하고 물러나는 패턴을 반복했던 점에 반성했다.
로하스는 미국 무대에서부터 볼넷이 많은 타자는 아니었다. 지난해 LA 에인절스와 샌프란시스코 트리플A에서 309타석에 들어서며 걸어 나간 횟수가 31회뿐이다. 타석당으로 0.1개꼴.
그런데 로하스가 7월에 얻어내고 있는 볼넷은 타석당 0.31개에 이르고 있다. 로하스는 지난 6월까지만 하더라도 196타석에서 볼넷 16개만을 얻어 타석당 볼넷은 0.08개에 그쳤지만 7월 이후로는 완전히 다른 타자가 됐다.
이는 로하스 스스로 절대적인 변신을 했다기보다는 KBO리그 스타일의 야구를 짧은 시간 간파한 결과로 해석할 수 있다. 미국프로야구, 그중에서도 마이너리그에서는 유인구가 적다. 그러나 KBO리그는 미국 야구와 비교하자면 상대적으로 유인구가 굉장히 많은 무대다. 더구나 한방 있는 외국인타자를 만나면 유인구 구사 횟수도 늘리기 마련이다. 로하스로서는 본인을 향한 투구 패턴을, 냉정한 시각에서 읽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어쩌면 그래서 이제부터가 진짜 승부처일 수 있다. 유인구에 자주 속던 로하스의 변화에 9개구단 배터리가 다른 접근을 할 수도 있다. 그러나 로하스가 지금처럼 타석에서 차가운 시선으로 상대를 볼 수 있다면, 이후 시간 또한 그의 편이 될 가능성이 크다.
안승호 기자 siwo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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