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정우, 초심 되찾는 '비공식작전' 완수 [인터뷰]
아이즈 ize 김나라 기자
역시 믿고 보는 배우다. 배우 하정우는 신작 '비공식작전'(감독 김성훈)에서 뭉클한 감동과 동시에 화끈한 맨몸 액션을 선보이며 관객들을 사로잡을 전망이다. 비공식 작전에 투입된 외교관 이민준 역할을 맡아 극강의 카타르시스를 선사하며 관객들을 또 한 번 들었다 놨다 할 것으로 기대된다.
하정우는 막강한 흥행 조합들을 등에 업고 '비공식작전'을 완벽히 수행, 여름 극장가에 자신 있게 출사표를 던졌다. '터널'(2016)로 712만 명 흥행에 성공한 김성훈 감독, 쌍천만 '신과 함께'(감독 김용화) 시리즈를 함께한 주지훈과 재회한 것.
'비공식작전'은 1986년 레바논 베이루트에서 한국 대사관의 도재승 외교관이 납치된 실화 사건을 모티프로 영화화한 작품이다. 실종된 동료를 구하기 위해 레바논으로 떠난 외교관 민준(하정우)과 택시기사 판수(주지훈)의 버디 액션물. 하정우는 극 중 있는 건 배짱뿐인 '흙수저' 외교관 이민준으로 분해 열연했다.
하정우는 이 작품에 대해 "군대를 또 한 번 다녀온 느낌"이라고 남다른 감회를 밝히며 기대감을 높였다. 그는 "시나리오를 받은 지 벌써 5년이 흘렀다. 2018년 추석 때 김성훈 감독님에게 시나리오 하나 봐달라는 전화가 왔다. 그게 '비공식작전'의 시작이었다. 2020년 3월 초 크랭크인이었는데 그때쯤 코로나19가 터지는 바람에 촬영이 연기됐다가 마침내 2022년 2월 기회를 얻었다. 도미니카에서 넷플릭스 '수리남' 촬영을 마치자마자 '비공식작전'을 위해 모로코로 넘어갔고, 반년 넘게 해외 생활을 했다. 굉장히 오랜 시간 집을 떠나 있기도 했고 코로나19 때문에 고립된 삶을 살아서 군대를 갔다 온 듯한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단순히 힘들어서만은 아니었다. 모로코 촬영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오니 느낌이 이상하더라. 이런 자리가 늘 해왔던 것임에도 무척 새롭게 느껴질 정도로. 마치 데뷔작인 '용서받지 못한 자'(2005)로 관객들을 만났을 때처럼 초심으로 돌아간 기분이다"라고 곱씹었다.
'비공식작전'은 무엇이 달랐을까. 하정우는 "작은 것 하나부터 큰 거까지, 모두 의미 깊게 다가온다. 뭔가를 해냈다는 성취감도 있고 뭔가를 '졸업했다'라는 느낌도 있다. 한 챕터가 끝난 듯, 여러 가지 복합적인 감정이 든다. 특히나 모로코에서의 생활은 저와 김성훈 감독님, (주)지훈이 우리 팀밖에 없었으니까. 한국처럼 집 상태도 좋지가 않았다. 전기를 조금만 써도 바로 두꺼비집이 내려갈 정도로 환경이 열악했다. 그런 모로코에서 징글징글하게 같이 생활해서 더 특별한 뭔가가 있는 게 아닌가 싶다. 집을 떠나서 해외 촬영지에서 생활을 하면 촬영장과 집 구분이 없어진다. 집에 가도 집에 가지 않은 느낌이고, 촬영장이 일터 같지 않은 그런 기분이 드니까. 그렇게 출퇴근 개념이 없어지다 보면 경계선이 사라져서 서로의 몰랐던 면을 자연스럽게 알게 되고, 작품에도 잘 묻어나는 것 같다"라고 각별한 마음을 표했다.
김성훈 감독과 '찰떡궁합'을 자랑하기도. 하정우는 "'터널' 때 정말 즐겁게 작업했는데 다행스럽게 결과로까지 이어져서, 감독님과의 기억이 좋게 남았다. 사실 '비공식작전' 시나리오를 처음 받았을 때도 감독님에 대한 믿음이 전부였다. '비공식작전' 대본이 초반엔 그렇게 상업적이지 않고 상업영화로서 미덕이 있던 시나리오는 아니었다. 근데 그건 '터널'도 그랬다. 그렇지만 함께 '터널'을 거치면서, '비공식작전' 역시 분명 감독님과 작업하면 온도를 높일 수 있겠다 하는 자신감은 있었다. 김성훈 감독님이 엄청나게 노력하고 집요하신 분이라 믿음이 든 거다. 감독님은 현장에서 독단적 시선으로 극을 끌어나가는 게 아니라 하나하나 액기스만 가져와서 이미 검증된 작업을 하신다. 모두가 자유롭게 의견을 나누는 환경을 조성하고, 모든 가능성을 열고 작업하시기에 그 자체로 참여하는 입장에선 굉장히 재미있고 보람된 시간들이었다. 배우로서 정말 많은 걸 배운 현장이었다"고 촬영 에피소드를 들려주었다.
'현실 절친' 주지훈과의 리듬감 살아있는 티키타카 호흡도 '비공식작전'의 빼놓을 수 없는 재미. 이에 하정우는 "상대 배우와 리허설을 해보면 이 배우가 몸을 던져서, 마음을 던져서 하는구나 느껴질 때가 있다. 운 좋게 이전 작품들에서 김윤석, 전도연 등 선배님들과 작업하며 그런 느낌을 많이 받았다. 마음이 편해지고 경계심이 사라지는 느낌 말이다. 주지훈과 호흡을 주고받으면서도 그런 순간들을 많이 느껴서 물 흘러가듯 연기할 수 있었다"라면서 "사전에 리허설을 꼼꼼하게 정말 많이 했다. 확실히 좌표가 찍히니까 서로 머뭇거림이 없었고 온도가 올라가서 연기할 맛이 배가됐다"고 환상의 케미를 내세웠다.
하정우는 스펙터클한 K-액션의 진수를 담기 위해 모로코 현지의 예측불허 상황을 헤쳐나갔을 뿐만 아니라 고소 공포증에 개 공포증을 무릅쓰며 온몸을 내던진 고생담을 들려주었다. 그는 "카 체이싱을 찍은 곳은 진짜 위험한 동네였다. 그 장면에선 보시는 그대로 대기할 공간조차 없었다. 근데 건물 위에서 누가 자꾸 쓰레기를 던지고, 주지훈은 실제로 유리병에 맞을 뻔했다. 동네 청년들을 섭외해서 완장을 채웠더니 그다음부터는 정리가 됐다. 로케이션 장소가 다 위험한 곳이었는데 위험한 것보다 더 큰 문제는 한 곳이 쓰레기 매립장이라 정말 끔찍했다. 냄새를 맡고 있다는 자체로 피로감이 쌓여서 피곤하다는 말을 절로 내뱉을 수밖에 없었다"고 당시 힘든 촬영 환경을 회상했다.
이어 그는 "카 체이싱에 쓰인 자동차도 오래된 차라 브레이크가 밀리고 에어컨은 당연히 안 나왔다. 안전장치를 하긴 했지만 탈 때마다 긴장되고 예민해질 수밖에 없었다"라며 "들개에게 쫓기는 장면도 훈련된 개들이긴 했지만 너무 달려들어서 연기가 아니라 저는 실제처럼 긴박했다. 높은 곳에 매달리는 장면도 제가 직접 소화했는데 엄청 무서웠다. 제가 놀이 기구도 잘 못 타고 유난히 그런 부분에 걱정이 많아서 남들 와이어 두 개 맬 거를 세 개 매고 촬영했다. '비공식작전'은 정말 엄청난 날들이었다. 그래서 더 보람도 있고, 하루하루가 기억이 안 날 수가 없다"라고 추억했다.
'비공식작전'은 오는 8월 2일 개봉을 앞둔 가운데, 공교롭게도 '신과 함께' 김용화 감독의 신작 '더 문'과 같은 날 맞붙게 됐다. 하정우는 "23일 주지훈과 무대인사를 돌다가 '더 문' 포스터를 보고 그 앞에서 인증샷을 찍어 김용화 감독님께 보내드렸다. 경쟁 상황 자체가 불편하고 아쉽긴 하지만 서로 응원 메시지를 주고받았다. '밀수' 류승완 감독님도 이번 여름 시장이 한국 영화계에 너무 중요한 시점이라며 다 같이 응원하고 파이팅 하자는 말씀을 해주셨다"며 훈훈함을 자아냈다.
올여름을 뜨겁게 달굴 하정우는 2015년 영화 '허삼관' 이후 감독으로서 복귀를 예고해 화제를 모으기도. 새 연출작 '로비'에 대해 "현재 캐스팅 작업 단계에 있고 9월쯤 대본 리딩 예정이다. 지금 거론되는 배우들은 100% 결정된 건 아니다"라고 알렸다.
하정우는 "'허삼관'을 끝내놓고 연출을 준비했던 작품이 하나 있었다. 6~7년 전쯤이었는데 그때 대본이 일부 나오긴 했지만 '진짜 찍기를 원하냐' 했을 때 100% 마음이 안 서서 접었다. 연출 데뷔작인 '롤러코스터' 때처럼 더 초심으로 돌아가자, 투박하더라도 처음에 만들었던 그 마음을 확인하고 싶어서 접은 거였다. 그 마음이 설 때까지 시간이 많이 걸렸다. 그러면 왜 골프 소재로 했냐면 최근에 골프를 배우면서 자연한테 선택받은 듯한 느낌을 받았다. 이 자연을 즐길 수 있다는 걸 먼저 경험한 뒤 골프 레슨을 받고 사람들과 어울려 치면서 야수 같은 사람도 소녀로 변하는 이중성을 발견하게 됐다. 그래서 '로비'는 골프 영화가 아니라 골프를 치는 사람들, 캐릭터 중심의 이야기다. 골프 룰은 몰라도 된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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