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테슬라, 우리 지역에 오지 마”… 최악 가뭄에 홀대받는 글로벌기업[Global Economy]
구글 우루과이 데이터센터 추진
하루에 물 760만ℓ 사용 추산
시민들, 반정부·반구글 시위
테슬라 독일 기가팩토리 증설계획
주민 “물부족 심화” 반발에 제동
세계 기업 투자유치 잇단 난항
잠재적 리스크 505조원 예상
폭염과 가뭄 등 이상 기후로 세계 각국이 물 부족 현상을 겪으면서 글로벌 기업들이 공장 조성 등 사업에 차질을 빚는 ‘워터 리스크’가 속출하고 있다. 가뭄으로 먹을 물조차 부족해지면서 기업의 산업용수 조달이 어려워지고 산업용수 사용에 반발하는 주민들로 인해 인허가 절차가 까다로워지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과거 일자리를 늘려 환영받던 기업 투자가 기후변화로 배척되는 상황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외국 기업이 물 약탈” = 가디언 등 외신은 최근 가뭄에 허덕이는 남미 우루과이 국민의 분노에 글로벌 기업들이 기름을 붓고 있다고 일제히 전했다. 집중포화를 맞는 대표적 기업은 구글이다. 우루과이는 올해 74년 만에 최악의 가뭄이 찾아와 비상사태가 선포된 상황이다. 식수원인 파소 세베리노 저수지가 마르면서 우루과이 정부는 염분 농도가 높은 강 하구의 물을 식수와 섞어 가까스로 물 공급을 이어나가고 있다.
이런 와중에 세계 최대 플랫폼 기업인 구글이 2021년 우루과이 남부 카넬로네스에 데이터센터 건설을 위해 축구장 40개 면적에 달하는 29만㎡ 부지를 매입한 것이 알려지면서 시민들의 불만이 폭발했다. 이 데이터센터가 서버 냉각을 위해 끌어다 쓰게 될 물의 양은 하루 760만ℓ로 추정되는데 이는 5만5000명의 하루 물 사용량에 버금가기 때문이다. 이에 구글이 데이터센터 프로젝트에 쓰는 물 사용량을 줄이겠다고 밝혔지만 우루과이 시민들은 “정부가 국민이 먹을 물보다 글로벌 기업에 공급하는 물을 우선순위로 삼는다”며 반정부·반구글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구글 외에도 지난달 우루과이 두라스노에 세계 최대 규모 펄프 공장 가동을 시작한 핀란드 임업 기업 UPM도 하루 물 사용량이 1억3000만ℓ에 달해 비난을 받고 있다.
◇테슬라 독일 공장도 차질 = 물 부족 현상은 선진국인 유럽과 미국에서도 남의 일이 아니다. 세계 최대 전기차 업체인 미국의 테슬라는 독일 베를린 외곽 그뤼네하이데에 있는 기가팩토리의 생산 규모를 지금보다 두 배로 늘릴 계획이다. 공장 생산 능력을 지금의 연간 최대 50만 대에서 100만 대로 늘리고, 배터리 생산량도 50기가와트시(GWh)를 추가할 계획이다. 테슬라의 이 같은 계획이 승인되면 그뤼네하이데 공장은 연간 80만 대의 생산 능력을 갖춘 폭스바겐의 볼프스부르크 공장을 제치고 독일에서 가장 큰 전기차 공장이 된다.
하지만 테슬라의 증설 계획은 최근 지역 주민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혔다. 영국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테슬라 공장 증설과 관련해 열린 간담회에선 주민들이 물 부족을 이유로 계획에 반대 의사를 밝히고 나섰다. 주민들은 테슬라 공장이 지역의 물 부족 현상을 심화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물 부족 현상이 이 지역의 환경을 파괴할 것이라는 비판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현지 당국도 테슬라의 증설 계획에 허가를 내주기 어려울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가뭄에 몸살을 앓는 미국 서부 지역은 물 공급량 축소에 이어 기승인된 주택 건설을 제한하고 나섰다.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케이티 홉스 미국 애리조나 주지사는 지난달 초 “지하수에 의존해온 기존 주택 건설에 대해 새로운 허가를 내주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애리조나에서 건설 사업을 하려면 100년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충분한 물이 있음을 입증해야 한다. 지하수에 의존하는 오지 지역 등의 경우엔 신규 주택 설립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뜻이다.
◇500조 넘는 기업 워터 리스크 = 워싱턴포스트(WP)는 최근 기후 전문가들의 발언을 인용해 “기후변화가 상어라면 워터 리스크는 상어 이빨”이라고 전했다. 기후변화가 초래한 워터 리스크가 기업들의 투자 결정에도 중요한 판단 기준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점을 비유한 것이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워터 리스크가 경제에 미칠 수 있는 잠재적 리스크를 금액으로 환산하면 3920억 달러(약 505조 원)에 달한다. 기후변화가 세계 곳곳에 가뭄을 불러와 물이 부족해지면서 현지에 진출한 기업들은 워터 리스크로 인해 막대한 비용을 치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지난 3월 미국 뉴욕에서 열린 ‘유엔 수자원 콘퍼런스’에서는 2030년 세계 수자원 공급량이 수요량의 60%밖에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조사 결과를 내놨다. 블룸버그통신은 글로벌 기업들이 투자자와 시민들에게 구체적인 수자원 사용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테슬라를 비롯해 애플, 구글 등 글로벌 기업들은 사업 계획을 발표할 때 여전히 물 소비량 관련 심층 정보를 제공하지 않고 있다고 외신들은 지적했다.
황혜진 기자 best@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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