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 봉투의 수상한 소포, 브러싱 스캠이라 해도 찜찜함이 남는 이유 [핫이슈]

이은아 기자(lea@mk.co.kr) 2023. 7. 25.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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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에서 발송된 국제우편물. 22일 대만 정부는 “해당 우편물은 중국에서 발송됐고 대만을 거쳐 한국으로 보내졌다”고 해명했다. [사진 제공 = 경찰청]
전국에 동시다발적으로 날아든 정체불명의 해외 우편물은 테러와 연관이 없다는 쪽으로 결론이 나는 분위기다.

국무총리 소속 대테러센터는 24일 “테러 협박 및 위해 첩보가 입수되지 않았고, 인명피해도 없어 테러 혐의점이 없는 것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지난 20일 울산 장애인 복지시설에서 최초 신고 접수된 사건과 관련해서도 소방·경찰 등 초동 출동 기관이 우편물을 수거해 1차 검사한 결과 화학·생물학·방사능 관련 물질이 검출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25일 오전 5시 현재 의심 우편물로 신고 접수된 2793건 가운데 1832건은 오인 신고나 단순 상담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는 우편물이 ‘브러싱 스캠(Brushing Scam)’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브러싱 스캠은 온라인 쇼핑몰이 무작위로 소포를 발송한 다음 제품을 판매한 것으로 처리해, 판매 실적과 평점을 조작하는 수법이다. 판매 실적과 후기를 올리기 위해 필요한 송장 번호를 확보하기 위해 무작위로 소포를 발송하는 것이다. 대만 당국에 따르면 이 우편물들은 중국 광둥성 선전시에서 발송된 것으로, 대만을 거쳐 한국에 들어왔다고 한다. 등기우편이나 택배와 달리 일반우편으로 발송돼 이동과정이 전산 기록으로 남아있지도 않다. 소포에 적힌 품목명인 ‘립밤’ ‘화장솜’ 등은 (온라인 쇼핑몰) 판매상들이 내용물을 속일 때 자주 적는 품목이라고 한다.

브러싱 스캠은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일어나고 있다.

2020년 7월엔 미국·캐나다에 중국 쑤저우로부터 주문하지 않은 소포들이 잇달아 배달돼 주민들을 불안에 떨게 했다. 소포 겉면에 ‘장난감’ ‘보석’이라고 적힌 것과 달리 실제 내용물은 나팔꽃 등의 씨앗이었다. 미국에서는 올해 초에도 주문하지 않은 짝퉁 명품 반지나 스카프 등이 배송됐다는 신고가 속출했고, 중동지역에서도 최근 브러싱 스캠 문제가 불거졌다. 아마존, 알리바바 등 대형 온라인 쇼핑몰도 브러싱 스캠 주의를 당부하고 있다.

브러싱 스캠이라 하더라도 의심스러운 국제 우편의 대량 유포를 단순한 해프닝 정도로 여길 일은 아니다.

만에 하나 독극물이나 폭발물이 들어 있는 소포가 포함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브러싱 스캠의 반복으로 경각심이 느슨해진 틈을 타서 누군가 이를 실제 생화학 테러를 시도한다면 그 피해는 클 수밖에 없다. 1995년 일본 옴진리교 소포 폭탄 테러나 2001년 미국 의회와 방송국 탄저균 편지 테러 등의 사례도 있다.

주소가 노출됐다는 불안감도 여전하다. 해킹으로 주소뿐 아니라 신용카드 정보나 이름 마저 노출됐다면 2차 범죄에 활용될 가능성도 있다. 정부가 인터폴(국제형사경찰기구) 등 해외 정보·수사기관과 공조를 통해 문제의 우편물 발송지를 밝혀내야 하는 이유다.

최종적으로 이번 소동이 브러싱 스캠으로 드러나더라도 정부는 개인정보 보호와 택배 대응 요령 등에 대해 국민에게 소상히 알릴 필요도 있다.

온라인 쇼핑이 일상이 되면서 택배 없는 삶은 상상할 수 없는 세상이 됐다. 우편물을 이용한 범죄 예방도 철저해져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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